[워싱턴 톡] "북한 도발, 일본 군사력 강화 명분 줄 뿐...미국 내 일본 역할 기대 커져"

B-52 전략폭격기(왼쪽과 오른쪽 위) 2대가 일본 자위대 F-15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일본 공역을 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미 공군 제공)

북한의 잇따른 도발은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할 명분을 주고 미국도 이를 적극 지지할 수밖에 없는 안보 환경을 조성한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의도와 달리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가속화하고 일본의 군사적 역할에 대한 미국 내 공감대를 넓힐 뿐이라는 지적인데요. 다만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일본 자위대 투입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7일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 겸 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석좌와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의 대담을 함지하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이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쐈습니다. 일본 상공을 통과한 건 5년만입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과 비교해 도발 수준이 어떻게 다를까요?

크리스토퍼 존스톤 석좌) 확실히 도발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북한은 최근까지 단거리 미사일 시험에 더 집중해 왔습니다. 충돌 시 한국 내 목표물을 타격하려는 의도가 명백하죠.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일본 전역, 필요할 경우 괌 주둔 미군을 타격하기 위한 ‘지역용 무기’입니다. 이번 발사는 지역 전체, 특히 미국, 일본에 북한의 역량이 위력적이란 걸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진행자)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레이건함이 동해로 돌아갔습니다. 이 항모강습단은 북한의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 걸까요?

로버트 랩슨 전 대사대리) 확장억제 전략의 일환으로 무력 투사 관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레이건함은 미국이 보유한 상징적이고 매우 강력한 자산으로 즉시 배치할 수 있습니다. 레이건함은 북한에 익숙한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냅니다. 북한이 이렇게 단거리와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위협할 때 이런 강력한 신호를 반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레이건함의 전개를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침략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압도적 우위를 일깨우기 때문이죠.

진행자) 군사 전문가들은 레이건함이 지도부와 지휘통제부를 마음대로 타격할 역량이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레이건함의 어떤 위력을 두려워하는 걸까요?

존스톤 석좌) 레이건 같은 항모는 고정익기와 헬기를 비롯해 약 75대의 군용기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막강한 화력을 보여주고 일반적으로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이 호위하죠. 따라서 강력한 무력 시위이자 얼마나 빨리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항모 배치뿐 아니라 미사일 발사 직후 한반도에서 실시한 실탄 사격 훈련 등을 통해서도 우리의 민첩성을 볼 수 있습니다. 미일 공중연합훈련도 했죠.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겁니다.

진행자)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반격 능력 보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도발이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명분을 주나요?

존스톤 석좌) 매우 중요한 지적입니다. 일본 국내에서 현재 국방에 대한 매우 진지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방위비의 대폭적인 증액을 검토하고 있죠. 현재 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이내에 2%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또 원거리 타격 수단 확보는 물론 최초로 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은 일본의 방위비 논의를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일본 정부는 연말까지 관련 논의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일본의 독자 방어와 미일 연합 전력에 추가할 부분을 결정하는 논의에 북한의 도발이 영향을 줄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일본이 평화헌법 정신을 지킬 것을 요구했습니다.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한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텐데요. 미국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랩슨 전 대사대리) 미국은 한일과의 안보 협력에서 중요한, 어쩌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양국과 조약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관계와 방위공약 수준에 대한 각자의 요구사항을 갖고 있죠. 일본에 대한 외부 위협과 대응책을 결정하는 것은 일본의 몫입니다. 존스톤 석좌가 언급한 방위력 강화 문제는 일본에서 오랫동안 논의돼 왔습니다. 헌법을 개정하고, 지역적 국제적으로 점증하는 도전에 대응해 방위비를 인상하는 건 아베 전 총리의 중점 과제였죠. 한국이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위비 수준과 방위 태세는 각국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한국인들이 왜 그런 발언을 하는지 이해하지만 일본이나 심지어 미국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미국은 두 동맹이 국방력을 증강해 우리의 장기적인 안보 목표를 지원하길 바라기 때문이죠.

진행자) 올 초 미일 정상이 통화를 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양국을 순방할 당시 존스톤 석좌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 국장이셨죠. 이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지지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미국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존스톤 석좌)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계획을 지지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 의지를 매우 강력하게 밝혔죠. 제가 국방부로 옮겨간 십 년 전만 해도 일본이 상당 수준의 국방력을 갖는 데 대해 워싱턴에선 찬반 논쟁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이젠 일본의 역량 강화가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고 역내 안정에도 기여한다는 강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강한 일본은 북한의 위협은 물론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한 억지력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동아시아에선 러시아 요인도 감안해야 하죠. 시대와 전략 환경이 모두 변했습니다. 일본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강력한 환영과 지지가 있다고 봅니다.

진행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진전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랩슨 전 대사대리) 매우 중요합니다. 두 정상이 북한의 호전성과 도발에 맞서 중대한 안보 문제를 실질적으로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대화는 안보 문제에서 한일의 공통 관심사가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화해가 한일 관계의 다른 측면으로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물론 한일 간 역사나 지리 문제 해결을 위해 안보를 이용하는 건 아닙니다. 한일 관계가 최대한 발전하려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하죠. 안보 협력은 훌륭한 출발점입니다. 안보보다 중요한 건 없죠. 하지만 협력을 구체화하면서 계속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진행자) 한일 정상 간 통화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언급은 없었습니다. 이 협정을 통해 일본과 한국이 어떤 실리를 챙길 수 있을까요?

존스톤 석좌) 지소미아는 기본적으로 두 정부가 기밀 정보를 공유할 법적 틀을 만듭니다. 각국의 의무 사항은 없습니다. 정치적 의지가 있으면 기밀 정보를 공유할 법적인 틀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구조죠. 따라서 매우 중요한 협정입니다. 지소미아는 일본과 한국이 위기 상황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미한일이 빈틈없이 훨씬 더 긴밀히 협력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랩슨 전 대사 대리님은 지난 2019년 당시 문재인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을 때 주한 미국 부대사였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 내 분위기는 어땠나요?

랩슨 전 대사대리) 한일 관계의 마찰과 긴장이 안보 분야까지 실질적으로 확장되는 데 대한 깊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죠. 한국이 왜 그런 조치를 검토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외교 채널을 통해 대화했습니다. 또 전반적인 안보 우려를 상기시키고,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시 놓치게 될 기회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여러 요인을 고려한 끝에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하는 결정이 났습니다. 결국 지소미아를 통해 어떤 정보를 공유할지는 각국이 결정할 일입니다. 다만 그런 공유를 가능케 하는 구조는 유지된 것이죠.

진행자)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투입될까요? 미국은 어떤 생각입니까?

랩슨 전 대사대리) 자위대 투입은 우리의 계획에 없습니다. 미한 정부는 북한과의 전투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고, 항상 훈련하고 있죠. 물론 이는 유엔사 계획의 일부이며, 다른 국가들도 그 과정에 참여합니다. 일본은 유엔사의 일환이 아니기에 지상군으로 투입될 계획이 없습니다. 다만 일본이 미국 함정과 군용기를 방어할 의무가 있는 한반도 주변 영공과 해상에선 일본의 활동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유일하게 일본군을 한반도에 투입할 경우는 한국에 사는 일본 국민을 대피시키는 작전일 겁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과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을 탈출시키는 대규모 작전이 진행될 것입니다. 일본의 군사 자산과 병력이 일시적으로 한반도에 투입될 유일한 경우로 볼 수 있죠.

진행자)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는 이번에도 공동성명 없이 끝났습니다. 이제 추가 대북 제재는 기대할 수 없는 건가요? 안보리는 이제 소용이 없습니까?

랩슨 전 대사대리) 안보리가 소용이 없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안보리는 추가 대북제재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 때문이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안보리의 어떤 추가 징벌도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은 추가 도발 허가증을 가진 셈이죠. 물론 우리는 북한에 독자 제재를 가하고 생각이 같은 동맹·파트너와 협력해 훨씬 더 압박을 가할 수 있습니다. 안보리가 직면한 교착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물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지 지켜봐야 합니다. 언제 할지 모르지만 더 빨리 할 수도 있죠.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면 중러 특히 중국이 어떤 노선을 택할지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겁니다.

진행자) 2017년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는 중국과 러시아 측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헤일리 대사는 중러가 이에 반응해 신규 대북 제재를 지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러가 대북 입장을 바꾸지 않는 현 상황에서 고려해 볼 만한 전략일까요?

존스톤 석좌) 과거 중국이 대북 압박에 나섰을 때는 한반도와 역내에서 통제 불능 상황이나 분쟁이 벌어질 우려가 있을 때였습니다. 따라서 그게 사실이라고 보지만 미국이 2017년 당시의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권하진 않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요소를 역내에 도입한다는 점을 거듭 상기시켜야 합니다. 중국이 귀담아듣지 않더라도 계속 알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크리스토퍼 존스톤 석좌와 로버트 랩슨 전 대사대리의 대담 들으셨습니다.

※ 위 대담 영상은 VOA 한국어 방송 웹사이트와 YouTube, Facebook의 '워싱턴 톡'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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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톡] 북한, 잇단 ‘미사일 도발’...미한일 군사협력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