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밀리 나토 의회연맹 부회장] “북핵 위협 고조 속 한국-나토 협력 필요성 증대”

나토의회연맹 대표단이 지난 18일부터 닷새간 한국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박진 한국 외교장관과 이종섭 국방장관, 김진표 국회의장 등을 면담하고, 비무장지대(DMZ)도 찾았다. 사진 = NATO Parliamentary Assembly.

북한 핵 위협이 고조되고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지면서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간 협력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나토 의회연맹 부회장인 노르웨이의 스베레 밀리 의원이 밝혔습니다. 최근 나토 의회연맹 대표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밀리 부회장은25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위협이 점증함에 따라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가 나토의 주요 과제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하며 민주주의 국가들의 강력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밀리 부회장을 안소영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나토 의회연맹 대표단 일원으로 한국을 다녀오셨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나토 의회연맹 부회장인 노르웨이의 스베레 밀리 의원

밀리 부회장) 우선 나토 의회연맹으로서는 한국, 또 한국 의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방한 목적도 우리의 협력을 강화하고 증진하기 위한 것인데요. 여러 차례 이어져온 한국 방문이었지만 긴박한 한반도 상황 속에 이번처럼 의미 있고 중요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토, 또 우리 나토 의회연맹과 한국 간 다방면에서의 협력 의지를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한반도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 방한 때와 어떤 차이가 있었습니까?

밀리 부회장) 나토 의회연맹 대표단 소속으로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것은 5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제 동료 의원들과 한국 당국자들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법에 대해 주로 논의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죠.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 방한 동안 그 누구도 한반도 문제에 있어 ‘대화’, ‘평화’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습니다. 또한 북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여러 비영리 단체들과 면담했습니다.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사실에 실망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이례적인 빈도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을 향해 무차별적인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7차 핵실험 준비는 이미 마무리됐고 언제든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밀리 부회장)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북한은 한국을 위협하고, 세계의 나머지 민주주의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정세는 현재 상당히 어렵고 위험한 상태라고 봅니다. 나토 회원국과 나토 동맹국들이 매우 긴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국과 함께 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한국은 역내 안보와 관련해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국제 규칙 수호 의지 등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는 국가입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러시아, 중국 사이에 위치한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도 북한, 중국의 위협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대서양 안보협의체인 나토에게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밀리 부회장) 나토가 설립된 이유를 돌아봐야 합니다. 당시 구소련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나토는 서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30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최근 스웨덴과 핀란드도 가입에 속도를 내고 있고요. 점증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 등과 같은 국가와 나토의 협력 필요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인도태평양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확대가 우리의 과제입니다.

기자)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 한국 대표부가 설치되는 것도 나토와 인도태평양 파트너국과의 안보 협력 강화 차원으로 볼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한국은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습니까?

밀리 부회장) 나토 의회연맹 소속으로서 답변하기는 조금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좋은 관계와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에는 2만 8천 명이 넘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큰 규모의 미군 기지가 있습니다. 나토 회원국인 미국과 한국이 그 어느 때보다 동맹관계와 양자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핵 위협과 역량이 고도화하면서 일각에서는 ‘나토식 핵공유’를 검토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어떤 생각이신가요?

밀리 부회장) 이 질문과 관련한 첫 번째 해법은 북한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동맹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나아가 러시아, 중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나토 회원국, 나토의 동맹국 모두가 군사 역량 등을 면밀하게 평가하며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기자) 나토 내 영국과 프랑스 등은 핵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어떤 점이 다른 건가요?

밀리 부회장) 말씀하신 대로 나토 회원국 일부는 핵보유국이죠. 하지만 그것은 나토의 ‘집단적인’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과 같은 나라들이 핵무기로 압박하는 현 상황을 염두에 둔 나토의 미래 구상것이죠. 나토는 이제 동맹 전체를 위한 계획 수립과 조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나토 의회연맹에서도 관련 논의를 자주 합니다. 핵무기 보유국 가운데 핵으로 위협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는 명백합니다. 이런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나토는 우리의 전략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그럼 이런 엄중한 한반도 상황 속에서 나토 의회연맹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밀리 의원) 나토는 우리의 군사 방위 동맹이고, 나토 의회연맹은 나토 회원국들의 의회 기구입니다. 우리는 군사 조직이 아니죠. 정치적 기구로 나토 국가 의원들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각국의 외교, 국방 부문 입법 활동을 하며 밀접하게 협력합니다. 우리는 정치적으로 민주적 가치를 증진하고 장기적 갈등을 막기 위해 안보, 방위 문제를 협의하고 협력할 수 있게 합니다. 반드시 나토 회원국 사이에서만이 아닙니다. 이번에 방문한 한국의 당국자, 의원들과도 폭넓은 정보를 교류하고 북한의 위협, 인도태평양 지역의 당면 과제에 대해서도 논의했습니다. 우리 연맹은 한국 당국과 미래를 위한 협력도 강화할 것입니다. 오는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총회에 한국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인데요, 이 또한 나토와 한국 간의 친밀함을 보여주는 강한 신호이죠.

기자) 폴란드가 한국 무기를 수입해 나토의 동부 전선 방어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조치인데, 한국의 이런 무기 수출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밀리 부회장) 이번 방한 중에 한국 방위 산업의 미래에 관해서도 대화했습니다. 몇몇 기업체를 둘러봤는데 그들이 보여준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폴란드가 수입한 한국산 무기와 군사장비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지원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으로,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나토 의회연맹 부회장인 스베레 밀리 의원으로부터 방한 성과와 북한의 위협 속에 나토와 한국 간의 협력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