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미국 중간선거…‘한반도 정세 여파’도 주목

지난 5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조기 투표소에 나온 유권자들.

미국 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을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막을 올립니다. 이번 선거는 바이든 행정부의 향후 국정운영과 미국의 정치 지형에 큰 영향을 줄 텐데요,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파장을 미칠지도 주목됩니다. 박형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8일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임기 2년의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 6년의 연방 상원의원의 3분의 1인 35명이 선출됩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반기 국정운영을 평가하고 2년 앞으로 다가온 2024년 대통령 선거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특히 미 의회 권력이 어디로 쏠리느냐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현재 상원과 하원은 모두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 중 한 곳만이라도 승리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제동이 걸리면서 2년간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선 치열한 ‘정쟁’이 벌어진 공산이 큽니다.

특히 공화당이 양원 모두에서 다수를 차지한다면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의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지는 겁니다.

6일 ABC방송-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최대 요인으로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꼽았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갈등 심화, 그리고 7차 핵실험 가능성 등 북한의 위협 고조 같은 대외적인 현안도 만만치 않지만 표심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또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2년간 미 의회의 지형이 바뀔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 북한 문제 등 향후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입니다.

핵과 인권 등 북한 문제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큰 차이 없이 초당적인 합의를 이루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하원 외교위원회 등 미 의회에서 25년 동안 근무했던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앞서 VOA에 설명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전 특사] "I tend to think that the election will not have a major impact on North Korea or Korea peninsula. And the reason for that is that both on the national security or the North Korean nuclear weapons issue, as well as on human rights, there seems to be very broad bipartisan consent consensus. Democrats and Republicans don't differ that much on North Korean security issues or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

북한 정권의 계속된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일 뿐 미국 내 정치적 요소는 큰 변수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다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의회 내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약한’ 외교 정책을 펴 북한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이란 등 적국들이 대담해지고 있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어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잡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 더욱 강경한 대북 정책을 요구하는 기류가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외교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마이클 맥카울 의원은 최근 VOA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발사가 “바이든 행정부의 나약함과 중국 공산당의 제재 회피 지원”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경우 각각 차기 외교위원장과 군사위원장 후보로 꼽히는 제임스 리시 의원과 제임스 인호프 의원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에 미국은 핵 억지력을 강화함으로써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런 기류와 함께 의회에서 북한 문제 관련 청문회가 이번 회기보다는 더 자주 개최될 수 있으며, 수년간 공석인 북한인권특사 임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안보센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앞서 VOA에,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에는 진지한 대북정책이 없다고 비판한다면서 앞으로 더욱 고위급 차원의 대북 관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류가 바이든 행정부의 실질적인 기조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미한정책국장은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북한 문제를 비롯해 대외정책에서 바이든 정부를 곤란하게 할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할 수 있지만 이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Could the volume be turned up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in a Republican controlled Congress? Yes. Would that necessarily lead to the appointment of a human rights envoy by the Biden administration? Possibly not."

한편 이번 중간선거에는 한반도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해왔던 의원 10여 명도 출마했습니다.

상원에선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발의하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의원이 공화당 강세 지역인 플로리다주에서 이번에도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하원에선 대표적인 ‘지한파’로 의회 내 코리아코커스와 코리아스터디그룹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아미 베라 외교위 아태 소위원장, 또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한반도 평화 법안’ 발의를 주도했던 브래드 셔먼 의원도 민주당 강세 지역에서 다시 도전장을 내 연임이 유력합니다.

또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으로 지난해부터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의 인권 정책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주도했던 공화당의 크리스 스미스 의원도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른바 한국계 ‘하원 4인방’으로 불리는 공화당의 영 김과 미셸 스틸 의원, 민주당의 앤디 김과 매릴린 스트릭랜드 의원 등도 여론조사 결과 선전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투표는 미 동부시간 오후 6시 켄터키주와 인디애나주에서 가장 먼저 끝나고 대부분의 주는 현지시간 오후 7∼8시 사이에 투표를 끝내고 개표에 들어갑니다.

개표 결과는 동부 지역의 경우 이르면 오후 8시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당락 윤곽은 자정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언론들은 전망합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개표 특성상 며칠에서 몇 주 뒤에 선거결과가 판가름 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조지아주는 과반 득표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한 달 뒤에 결선투표를 해야 합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