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 헤르손서 철수...미 합참의장 "러 전사·부상 10만 명 넘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9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영상 캡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 헤르손 일원에서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러시아군의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합동군 총사령관은 9일 러시아 국영 TV에 출연해 "더 이상 헤르손 시에 대한 보급 활동을 할 수 없어 (장병) 11만5천 명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있다"며 철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발언 직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현장 지휘부가 내린 결론에 동의한다"며 "군대를 철수해 이동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어서 "병력과 무기가 안전하게 드니프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덧붙였습니다.

■ 바이든 "러시아군 실질적 문제 증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 결정에 관해 "러시아군이 실질적인 문제점들을 갖고 있다는 증거"라고 이날(9일) 말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일이 "러시아에게 중대한 좌절이자, 이번 전쟁의 잠재적인 전환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AP통신은 "러시아군이 8개월간의 전쟁에서 점령한 유일한 주도가 헤르손 시"라고 지적하면서 "철수는 큰 좌절이 될 것"이라고 해설했습니다.

헤르손 시는 헤르손 주의 주도이자,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요충지입니다.

러시아군이 전쟁 초기인 지난 3월 이 일대를 함락한 뒤 친러 행정당국을 조직하고 지배력을 다져왔습니다.

또한 도네츠크, 루한시크, 자포리자 주 일원과 함께 러시아 정부가 지난달 병합 처리한 4대 점령지 가운데 포함돼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략 요충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시크·도네츠크 주와 남부 자포리자·헤르손 주 일원은 러시아가 지난달 병합 조치했으나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크름반도(크림반도)도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병합했지만 국제사회는 인정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헤르손 탈환을 위해 대대적으로 공세를 펼쳐왔고 잇따라 전과를 올렸습니다.

수세에 몰린 러시아는 수차례 현지 주민들을 러시아 본토 등지로 이동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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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합참의장 "러 10만명 전사·부상"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에 관해, 미군 당국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9일 "초기 정황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 철수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도 "철군이 완전히 끝나는 데는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다"고 뉴욕 경제 클럽에서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드니프로강 서안에 2만~3만 명을 주둔시켰을 것"이라며 "철군은 하루나 이틀 안에 끝나지 않고 며칠, 심지어 몇 주까지 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으로 지금까지 러시아군 장병 사상자가 10만 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밀리 의장은 밝혔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러시아 군인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한 밀리 의장은 "아마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며, 전쟁의 영향으로 우크라이나 민간인 약 4만 명이 사망하고 1천500만~3천만 명은 난민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당국 신중론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의 철수 발표를 아직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고 이날(9일) 밝혔습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러시아가 싸우지 않고 헤르손을 떠난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아울러 "행동은 말보다 목소리가 크다"며, 실제 움직임을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러시아군 일부가 (헤르손 시 이외) 헤르손 주에 주둔하고 있어, 철수했다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리는 감정 없이, 불필요한 위험 없이, 우리 땅을 모두 해방시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주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적은 우리에게 선물을 주지 않고 선의의 제스처도 하지 않는다"며 "(승리는) 우리가 모두 쟁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나토 "전쟁 끝나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군의 철수가 동맹의 성과라고 강조하면서도 아직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9일) CNN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병력뿐만 아니라 장비·탄약 면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군이 나토 동맹국들과 서방 파트너국들의 지원으로 얻을 수 있었던 성과"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많은 군사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러시아 군대의 잔혹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