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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엔대사 우크라이나 방문 '변함없는 지지' 확인...젤렌스키, 러시아와 "진정성 있는 평화 협상" 용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오른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8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8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미국 정부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의 잔학행위에 책임을 묻는 방안을 논의하고 러시아의 침공이 세계 식량 안보에 주는 영향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주권에 관한 국제적 지지를 강화하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국제법을 수호하도록 촉구하는 일을 유엔에서 계속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고 네이트 에반스 대변인이 이날 회동 직후 성명에서 밝혔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변함없음을 확실히 했다"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그들의 자유와 영토적 완결성을 위해 싸우는 비범한 용기로 세계에 영감을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T-72 전차와 호크 방공 미사일을 포함한 총 4억달러 규모 추가 군수 지원 계획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규모는 총액 189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 젤렌스키 "진정성 있는 평화 협상" 용의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7일), 러시아와의 협상 용의를 밝혔습니다.

이날 밤 영상 연설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진정성 있는" 협상에 열려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 협상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회복하고,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며, 전쟁범죄 등 책임 소재를 가리는 내용이 돼야한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러시아가 기후변화 등 다양한 국제 현안에서 불안정을 초래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서 "기후 의제에 진지하다면 러시아 침공을 막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안정성을 회복할 필요성에도 진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진정성 있는 평화협상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 "바이든 행정부, 대화 배제 않도록 설득"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최근 입장을 바꾼 것이라 주목됩니다.

지난 9월 3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헤르손, 자포리자 주 일원 등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네 곳 병합을 공식 선언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협상이나 대화를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전체 영토에서 점령군을 몰아내고 우크라이나를 강화하는 것만이 평화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화 불가를 내세웠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 변화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5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를 배제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관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7일 "회담에는 열려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병합한 영토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백악관, 러시아와 비공개 회담 사실 확인

백악관은 이날(7일), 국제안보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이 러시아와 고위급 회담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러시아와 위험 감소를 위해 고위급 회담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회담은 위험 관리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날(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담당 보좌관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으며,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기 등 고위 관계자들과 비밀리에 만나 핵무기나 대량살상무기(WMD) 사용에 대해 경고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로이터통신도 7일, 소식통을 인용해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설리번 보좌관은 뉴욕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크렘린궁과 접촉을 계속하는 것이 이번 전쟁에 영향을 받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는 책임을 추궁할 의무가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도록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습니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 4일, 사전 공지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습니다.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수호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 방침을 밝혔습니다.

제이크 설리번(가운데 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가운데 오른쪽)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현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자원이 필요한 만큼 확보될 수 있도록 보장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 양쪽으로부터 지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8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이 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설리번 보좌관이 T-72 전차와 호크 방공 미사일을 포함해 총 4억달러 규모 추가 군수 지원 계획을 전달했다고 설명하고, "경제·인도적인 지원도 계속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 러 해병대, 지휘관에 공개 반발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 해병대원들이 지휘관들의 무능을 성토하는 서한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서 대패했다고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 밝힌 직후라서 주목됩니다.

러시아 해병대원들은 7일 공개된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 상대 서한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파블리우카 인근에서 공격을 받아 대원 300명이 숨지고 다치거나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파블리우카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부대 장비의 절반 정도가 나흘 만에 파괴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휘관들의 무능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루스탐 무라도프 동부군관구 사령관은 실제 병력 손실 규모를 숨긴 죄가 있다"며 "그들(지휘관들)은 자신을 과시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적었습니다.

아울러 "그들은 사람을 고기라고 부른다"고 밝혔습니다.

대원들은 이같은 상황에 관해 "최고사령관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군사적 실패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 국방부 등 당국 수습 나서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군의 사기 저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러시아 당국은 즉각 수습에 나섰습니다.

서한 수신인으로 지목된 코제먀코 주지사는 텔레그램 채널에 메시지를 올려 "해병여단 지휘관들과 연락했다"며 "실제로 손실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손실 규모는 서한에 적힌 것만큼 크지는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상황이 어렵지만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해병대원의 동영상도 올렸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례적으로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국방부는 "파블리우카 인근 지역에서 수행된 10일간의 공격에서 지휘관의 유능함 덕에 해병대원 손실은 전체 병력의 1%를 넘지 않았고, 부상자도 7%에 못 미친다"면서 "부대가 우크라이나 영역 내 최대 5km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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