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간단체 "중국 공안, 탈북 여성에 임시거주증 발급...새로운 감시체계"

한국 내 탈북 여성 인권단체인 통일맘연합회 김정아(오른쪽) 대표와 회원들이 워싱턴 D.C.를 방문해 VOA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자료사진)

중국 공안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형태의 감시체계인 임시거주증 발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북한이 강제북송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중국은 탈북민 체포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탈북 여성 인권단체인 통일맘연합회 김정아 대표는 중국 공안이 중국 내 탈북 여성들에게 임시거주증을 발급하고 이들을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11일 서울에서 가진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중국 내 탈북 여성과 중국 공안 관계자와의 인터뷰 결과를 취합해 만든 강제북송 인권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탈북 여성에 대한 중국 공안의 임시거주증 발급은 한족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시작됐다”며 “공안이 중국인과 함께 살고 있는 탈북 여성을 잡아가면 종족번식이 멈출 정도로 심각하다는 해당 지역 중국인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이런 제도가 시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으로 들어간 탈북 여성들은 상당수가 주로 벽지의 한족 남성들과 돈에 팔려 결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안에 들키지 않고 숨어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겁니다.

중국인들의 항의로 도입된 임시거주증은 그러나 탈북 여성의 안전한 생활보장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한족 남편 혹은 중국인 가족을 안심시키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이 단체는 파악했습니다.

이 단체가 조사한 6개 지역에서 임시거주증 등록비는 중국 돈으로 5천 위안에서 8천 위안, 미화로 700~850 달러로 금액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시거주증을 갖고 있는 탈북 여성은 관내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관내 버스와 택시 이용이 가능하지만 병원에는 갈 수 없습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중국 공안이 임시거주증 등록을 한 탈북 여성의 휴대폰을 한 달에 두 세번 직접 조사하면서 한국 등 외부 연락처나 통화 기록 유무 등을 확인하는 등 감시가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앞으로 현재 거주지에서의 자유로운 생활이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인 휴대폰 검사로 인해 오히려 탈북 여성은 그 지역에서 탈출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며 그것은 영구적인 중국 내 거주 보장이 아니라 언제든 북송될 수 있는 대상자가 된다는 점에서 탈북 여성은 계속해서 심리적 불안함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2020년 5월께부터 중국에 탈북민을 보내지 말라고 통보한 사실이 중국 내 탈북민들에 의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중국 공안 관계자와 인터뷰한 결과 북한의 이런 통보에도 중국 측의 탈북민 체포가 지속되고 있고 이 때문에 지린성 투먼 같은 규모가 큰 구류소는 더 이상 탈북민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탈북민 강제북송이 북한과의 외교 협약에 따른 불가피한 행동이 아니라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조치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한 정부 “중국 내 탈북 난민 강제북송 우려, 국제의무 준수 강조”

[녹취: 김정아 대표] “이처럼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의 부담으로 인하여 북송을 거절하는 상황임에도 중국은 여전히 탈북민 체포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경지역 구류소가 포화가 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중국은 단순히 북한의 요청에 의한 외교적 협약이라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탈북민을 북송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단체의 이번 보고서는 중국에서 중국인 남성과 살고 있는 탈북 여성 221명과 한국에서 탈북 여성과 살고 있는 중국인 남성 300명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도 담았습니다.

중국 내 탈북 여성 22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65%에 해당하는 143명은 북한으로 잡혀갈까봐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대상자의 35%인 77명은 강제북송의 두려움으로 죽으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13명은 죽으려고 항상 약을 지니고 있고 7명은 실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북송 위협에 시달리는 동안 자녀들은 어머니가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는 분리불안을 지속적으로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대상인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87%가 출산 경험이 있고 북한과 중국에 모두 자녀가 있는 경우는 대상자의 28%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조사대상이 된 한국 내 중국인 남편과 살고 있는 탈북 여성 가운데 60%가 실제 자녀와의 분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는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가 74%로 가장 많았고 ‘강제북송 때문’이 14%, ‘강제북송을 피해 멀리 떨어진 타 지역에서 돈을 버느라’가 13%로 나타났습니다.

김 대표는 중국의 강제북송 정책은 인권유린 정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김정아 대표] “중국 정부가 주장하는 탈북민 강제북송 정책은 실제로는 탈북 여성과 자녀들 그리고 중국 자국민까지 끔찍한 피해를 주는 인권유린 정책입니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중국에서 자녀를 출산한 탈북 여성만이라도 강제북송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통일맘연합회는 북한과 중국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자녀와 강제로 분리된 탈북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2016년 설립된 탈북여성단체입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