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북한 ICBM 대응 회의…미국 “의장성명 추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운데)가 21일 북한의 최근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를 마친 뒤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한 공개회의를 개최하고 북한을 규탄했습니다. 미국은 의장 성명을 추진하겠다며 강경한 대응 의지를 보였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에도 북한이 아닌 미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21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최근 ICBM 발사 문제 논의를 위해 개최한 공개회의에서 “미국은 가장 강력한 용어로 북한의 지난 17일(미국 시각)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번 발사는 일본 해안선에서 125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널리 보도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United States condemns, in the strongest possible terms, the DPRK’s brazen November 17 launch of an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t is widely reported that this missile landed just 125 miles from Japan’s shoreline. This is the DPRK’s eighth ICBM launch this year, part of an unprecedented 63 ballistic missiles in 2022. That is more than two-and-a-half times its previous annual record of 25. Sixty-three times this year the DPRK has flagrantly violated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attempted to undermine the global nonproliferation regime.”

그러면서 북한의 이번 발사가 “올해 8번째 ICBM 발사이자 2022년 전례 없이 이뤄진 63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 한 부분”이며 “이는 북한의 연간 최고 발사 기록인 25발보다 2.5배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에 대해 “북한이 63차례에 걸쳐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약화하려고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단합된 안보리로서 대응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미사일이 발사돼야 하느냐”며 안보리의 추가 대북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How many more missiles must get launched before we respond as a unified Council? For too long, the DPRK has acted with impunity. It has conducted escalatory and destabilizing ballistic missile launches without fear of a response or reprisal from this Council. The reason is simple: Two veto-wielding members of this Council are enabling and emboldening the DPRK.”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은 너무 오랫동안 처벌받지 않고 행동해 왔다”며 “안보리의 대응이나 보복 조치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불안정을 야기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이유는 간단하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2개의 안보리 이사국이 북한에 권한을 부여하고,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에 북한의 추가 ICBM 도발에 제재를 강화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3월 이 조항을 근거로 당시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제안하고 초안을 작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5월 실시된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이후 중국은 새 대북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제안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는 안보리가 북한의 위험한 수사와 불안정한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은 안보리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We will offer another opportunity for the Council to hold the DPRK accountable for its dangerous rhetoric and its destabilizing actions. The United States will be proposing a Presidential Statement to this end. The Council should be pursuing strong action, such as a resolution, like the one we brought to vote in May. But as a step forward, we are prepared to take our colleagues up on their assertion that they would have considered a PRST following the DPRK’s March 24 ICBM launch. I strongly encourage all of my colleagues in this Council to join us in strongly condemning the DPRK and taking actions to curb the DPRK’s unlawful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ballistic missile advancements.”

그러면서 “안보리는 지난 5월 표결에 부친 것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추구해야 하지만, 한 걸음 진전한다는 차원에서 3월 24일 감행된 북한의 ICBM 발사에 ‘의장성명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밝힌 다른 이사국의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안보리 모든 이사국이 북한에 대한 강력한 규탄과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진전을 억제하기 위한 행동에 동참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밝혔습니다.

로즈머리 디칼로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도 이날 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유엔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디칼로 사무차장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달 들어 두 번째인 북한의 ICBM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며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프로그램 추구와 탄도미사일 발사는 관련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심각한 긴장 고조 상황을 유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안보리 이사국 대부분은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며, 안보리의 단합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모나 율 유엔주재 노르웨이 대사는 “북한의 계속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은 매우 불안하다”며 “우리는 이런 프로그램 개발이 여러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되새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율 대사] “President, the DPRK’s continued development of its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is deeply disturbing. We recall that developments of these programs are in violation of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It is therefore regrettable that this council continues to be silent. We reiterate our call for the council to show of unity in responding to the DPRK’s escalatory behavior.”

율 대사는 “따라서 안보리가 계속 침묵하는 건 유감스럽다”며 “안보리가 북한의 긴장 고조 행동에 대응하는 데 있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라나 누세이베 유엔주재 아랍에미리트(UAE) 대사는 “북한은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를 힘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규정했지만 이는 긴장 고조와 불안정을 보여주고, 북한 주민들의 절박한 필요를 해소하는 대신 제한적이고 귀중한 재원을 군사 자금에 쏟아붓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누세이베 대사] “The DPRK framed this latest ballistic missile launch as a signal projecting strength. Instead, it projects escalation, instability and limited valuable resources channeled to fund military capabilities instead of addressing the desperate needs of the North Korean people. There is still time to change this trajectory. It is time for restraint, for constructive engagement.”

그러면서 “이런 행보를 바꿀 시간은 여전히 있다”며 “지금은 자제와 건설적인 관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영국과 프랑스, 알바니아, 아일랜드 등 유럽 국가들은 추가 대북 조치에 반대해 온 중국과 러시아를 비판했습니다.

특히 바버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 대사는 미국의 의장성명 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날 회의에는 안보리 비이사국인 한국과 일본이 관련국 자격으로 참가해 안보리에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황준국 유엔주재 한국대사는 안보리 2개 이사국, 즉 중국과 러시아가 새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이후 북한은 40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무기 사용을 법제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17년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 2397호엔 북한이 추가 ICBM을 발사할 경우 대북 정제유 반입 허용량을 기존보다 더 줄인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유엔주재 일본대사는 북한 ICBM의 추정 사거리가 1만 5천km에 이른다며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를 위협하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시카네 대사] “At the same time however, calculations based on the flight trajectory indicate that the estimated capable range of the missile could exceed 15,000 kilometers. 15,000 kilometers. In that case, all of Asia, all over Europe, all of North America including New York, all of Africa, and even part of South America would be within range of this delivery system of unlawful nuclear warheads. Let me repeat, the threat goes well beyond the region. It is outrageous to allow North Korea to take hostage the entire international community.”

“아시아와 유럽 전역, 뉴욕을 포함한 북미 전역, 아프리카의 모든 국가, 심지어 남미 일부 지역까지 북한의 불법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사거리에 놓이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시카네 대사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북한의) 위협은 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북한이 국제사회 전체를 인질로 삼는 것을 허용하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미국 정부에 돌렸습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미국이 하루빨리 결단하고, 성의를 보이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제안을 내놓는 것은 물론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형식적인 대화를 실질적인 대화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장쥔 대사(영어 통역)] “The U.S. should take the initiative, show sincerity, put forward a realistic and feasible proposals, respond positively to the legitimate concerns of the DPRK and turn the dialogue from a formality into a reality as soon as possible. Parties must be focused on solving the problem persist in advancing the denuclearization process on the peninsula and at the same time take practical actions in stopping military exercises and easing sanctions against DPRK.”

그러면서 “당사국들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 과정에 남아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군사 훈련을 중단하고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쥔 대사는 이날 약 4분간 중국의 입장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거나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미국의 적대적 활동을 중단하라는 북한의 거듭된 요구를 일관되게 무시해 온 서방국가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다”며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대화의 기회로 연결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안보리는 미국이 제안한 의장성명에 대한 추가 논의 없이 곧바로 회의를 종료했습니다.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의장성명을 추진할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의장성명은 상임이사국 반대 없이 전체 이사국 중 과반이 찬성해야 채택될 수 있습니다.

의장성명은 언론성명보다는 수위가 높은 대응으로 인식되지만, 두 성명 모두 강제력을 갖는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습니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 2017년 8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최한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장성명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12년엔 북한의 장거리 로켓인 ‘광명성 3호’ 발사를 의장 명의로 규탄했으며, 2010년과 2009년엔 한국 천안함 폭침과 ‘광명성 2호’ 발사 등에 각각 의장성명을 냈습니다.

이날 안보리 차원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 등 14개 나라는 회의장 밖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 참여한 나라는 현 안보리 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알바니아, 아일랜드, 인도, 노르웨이, 아랍에미리트와 내년 안보리 이사국으로 선출된 일본, 에콰도르, 몰타, 스위스 그리고 관련국인 한국과 호주 등입니다.

14개 나라는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비난하면서 “안보리가 북한의 행동을 단합된 목소리로 규탄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