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막말과 욕설은 북한의 국격만 실추시킨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한국에 대한 거친 언사는 내부 체제의 불안정을 노출할 뿐이라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은 북한의 국격이 너무 빨리 실추되고 있다며 “시스템이 상당히 불완전해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막말이 북한의 국격과 이미지만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여정은 20일 담화를 통해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을 혹평한 한국에 대해 ‘개 짖는 소리’, ‘개나발’, “재잘거리는 놈들 한대 줴박아 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다”, “주둥이에서 풍기는 구린내”라며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올해 들어 6번째 막말 담화인데, 지난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천치바보’, “인간 자체가 싫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차장을 지낸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대사는 20일 VOA에 “김여정의 막말은 남북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버시바우 전 대사] “It clearly is not going to contribute to inter-Korean relations or at least not to any improvement in inter-Korean relations…There's no official rules. But generally speaking you should use civilized discourse rather than personal insults and attacks. So, if there's been an escalation in Kim Yo-jung's rhetoric, it doesn't serve anybody's interests.”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어 “(외교 용어에) 공식적인 규칙은 없지만 개인적인 모욕과 공격보다는 교양있는 화법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여정의 언사가 고조됐다면 이는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김씨 정권의 뒷배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의 외교적 제안에 응하지 않은 채 막말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여정의 막말과 욕설이 역설적으로 “내부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을 잘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 “I think it's an excellent sign that she's scared about the instability in the north. And so when the South and the US say that North Korea satellite photography was poor quality, oh, she knows that it's going to leak into North Korea and North Korean elites are going to find out that they're just not competitive.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정찰) 위성 사진이 조악하다고 말할 때 김여정은 그것이 북한 내부로 유출돼 엘리트들도 북한(무기)의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는 체제 유지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김여정을 화나게 했을 것이라며, 많은 엘리트는 외부와 경쟁할 수 없는 정권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여정의 막말이 북한 안팎을 모두 의식한 ‘계산된 행동’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유고 시 권력 승계 가능성이 높은 김여정이 강경해 보이지 않으면 “군부와 당이 그를 후계자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Unless she looks really, really tough, it's going to be very hard for the military and the party to buy her as a successor. And so until he's got a son who's old enough, that could take his place. He's got to let her play the real hard-nosed leader who is absolutely defending the regime.”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은 아들이 권력을 승계할 나이가 될 때까지 정권을 절대적으로 수호하는 매우 ‘냉혹한 지도자’ 역할을 김여정에게 맡기고 있다” 것입니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한반도 전문가인 이성윤 교수는 김여정과 김정은 남매의 막말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자명하지만 김씨 남매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이를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워낙 비정상적 국가, 집단, 체제이기 때문에 실제 제2인자란 사람이 이런 추악한 성명을 내도 북한으로선 잃을 것보다 득이 더 크다, 그렇게 계산하고 이런 성명을 낸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북한의 국격을 더 떨어트리는 것은 확실하지만 독재자 남매들은 다른 계산이 있다, 워싱턴과 한국을 압박하고 ICBM이나 핵실험을 하고 나서 궁극적으로 덤터기를 씌우려고 빌미 삼아서 우리(미한) 때문에 이런 것을 한 것이다.”
이 교수는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아니라 김여정이 막말을 하기 때문에 한국 대통령이 직접 반박하기도 힘들며 김씨 남매가 막말을 통해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성윤 교수] “김정은이 그랬으면 더 반발하고 좀 더 동요되고 그럴 수 있는데 여동생이 그러니까 그냥 기분은 안 좋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덜 미워하게 되고 동정하는 사람들도 있고. 또 한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ICBM, 핵실험이라든지. 그래서 저 남매가 북한 입장에서 아주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봅니다.”
이 교수는 그러나 가부장적인 북한 문화에서 젊은 여성이 계속 상스러운 말을 하고 주민들의 기본 자유를 억압하며 반복적으로 국격 실추 발언을 하는 것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출신인 태영호 한국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20일 VOA에 “김여정의 이런 막말은 지난 시기에도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북한의 국격이 너무 빨리 실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전반적으로 북한의 국격이 너무 빨리 실추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지난 시기를 보면 북한의 정상적인 행정 시스템에서 그래도 국격을 생각하면서 견제하고 제어하는, 순화시키는 절차가 있었는데 지금 나가는 거 보니까 북한 시스템이 상당히 불완전해지는 것 같아요.”
태 의원은 “‘주둥이’란 표현은 북한에서도 사람이 아닌 동물에 쓰는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과거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막말할 때도 최고존엄인 김정은이나 김여정의 이름으로 나간 적은 없다”면서 “지난 시기와 다른 북한의 모습”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태 의원은 같은 날 발표된 외무성의 담화와 달리 김여정의 담화는 너무 개인적이고 거칠다면서 북한 내부와 외부에 모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의원] “이번에 북한 내부적으로 정찰위성이라고 하면서 쏜 발사체에 대해서 김정은 자체도 내부적으로 크게 떠든 것 같아요. 대단한 것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온 조악하다는 평가를 보니 너무 어이없는 거죠. 그래서 김정은 남매가 버럭한 것은 한국 전문가들의 평가에 대한 분노와 동시에 밑의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동시에 깔려있다고 봅니다.”
태 의원은 21일(한국 시각) 발표한 성명에서 “김정은 남매에게 분노조절 장애가 있다면 주변 간부들을 향한 공격적 언행이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김여정이 IC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겠다고 한 대목은 한국이 아닌 북한 국방과학자들에게 내린 ‘지상의 명령’으로 풀이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