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역량을 빠르게 고도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 대북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변함없는 목표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면서 핵과 재래식 등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해 한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2022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돌아보는 VOA 기획보도,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미국의 한반도 안보 정책과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올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위한 고강도 연쇄 도발에 나섰습니다.
북한이 올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8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65발에 달했습니다.
지난 9월 ‘자의적∙공세적 핵 사용’ 등 핵 선제공격을 법제화했고, 탄도미사일에 ‘전술핵탑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밝히며 한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27일 VOA에 “북한은 무기 실험에서 훈련과 실전배치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We’re seeing North Korea shift from testing weapons to actually conducting training and preparing to deploy those weapons. And so they’re making strides in improving their missile capabilities which are really designed for war fighting.”
이어 “북한은 실제 전쟁 수행을 위해 설계된 미사일 역량을 크게 진전시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작업을 하는 것이 포착된 가운데 미한 정보당국은 북한이 언제라도 7차 핵실험을 단행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전쟁을 위한 실전배치 차원으로 고도화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존의 대북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미국의 유력 언론에 실린 기고문들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 비핵화보다는 핵군축과 한반도 핵 충돌의 위험을 줄이는데 집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연구소 비확산센터장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이 실패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의 안킷 판다 선임연구원도 VOA에 미국과 동북아의 동맹들에 있어 북한 비핵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내 핵무기 사용을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판다 선임연구원] “As we move forward and think about beginning the process the long road to denuclearization, which will take a number of decades beginning that process with verifiable risk reduction measures that could also lead to a process of arms control.”
판다 연구원은 “수십 년 걸릴 비핵화까지의 긴 여정을 검증가능한 위험 감축과 군축 순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은 10월 말 한 대담 행사에서 “김정은이 전화를 걸어와 군축을 놓고 대화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미국은 ‘안 된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과 군축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해 미국의 정책 변화 여부에 큰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이후 여러차례 제기된 관련 질문에 거듭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대북 정책 기조를 확인하며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녹취: 프라이스 대변인] “I was clear at the time I want to be clear now that there has been no change to US policy. Our DPRK policy remains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and we continue to be open to diplomacy with the DPRK.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has been our objective since the conclusion of our DPRK policy review last year that has not changed. I don't foresee that changing going forward.”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정책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며 “미국의 대북정책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며, 우리는 계속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해 대북정책 검토를 마친 이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였다”며 “앞으로도 그 목표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VOA에 올해 10월 바이든 정부가 공개한 핵태세보고서, 국방전략보고서 등 미국의 공식 정책 문서들은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불관용을 매우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declaratory policy is so important. And the Nuclear Posture Review restrictions, particularly the warnings related to use are so important because it makes clear that we’re not giving up on the long term objective.”
스나이더 국장은 “선언적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며 “핵태세보고서에서 특히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경고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가 장기적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핵태세보고서(NPR)에서 “김씨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같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한국과 일본에 대한 철통 같은 방위 공약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미한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습니다.
또 올해 9월에는 미국과 한국 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4년 8개월 만에 열렸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북한의 위협 고조에 맞서 한국, 일본과 공동으로 대북 억제력과 대비태세를 강화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한일 3국 성명] “As the regional security environment grows more challenging, President Biden reaffirms that the U.S. commitment to reinforce extended deterrence to Japan and the ROK will only strengthen.”
미한일 3국 정상은 지난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을 통해 “역내 안보 환경이 더욱 엄중해짐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은 강력해질 뿐이라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VOA에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대응해 한국,일본과 공조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에게 유일한 선택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대리]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gone into overdrive since it’s been in place to ensure the tightest coordination and cooperation with our foremost allies in the region Korea and Japan.”
랩슨 전 대사대리는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역내 가장 중요한 동맹인 한국, 일본과 긴밀한 협조와 협력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바이든 정부는 비핵화에 강조점을 두면서 대북 억지 정책을 유지하는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면서 한국 여권 일각에서는 전술핵 배치나 자체 핵무장론이 제기됐습니다. 또 한국인의 70% 이상은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을 지지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올해 나왔습니다.
한국 핵무장론은 미국 의회 일각에서도 거론됐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 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샤봇 의원은 12월 초 북한 문제에 대한 해법의 하나로 한국, 일본과의 자체 핵무장 논의를 제시했습니다.
또 미국 전문가들 중에서도 북한의 핵 위협을 고려할 때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독자 핵무장에 나서는 것은 합법적이며 도덕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는 선택지라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대릴 프레스 미국 다트머스대학 교수는 VOA에 “NPT는 자국의 이익을 중대한 위기에 빠뜨리는 아주 예외적인 사건이 발생한다면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 획득과 한국과 이웃국가들에 대한 거듭된 핵위협은 ‘예외적인 사건'의 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레스 교수] “NPT also provides certain guarantees to its members among those that member states in good standing can withdraw from the treaty if extreme or extraordinary events have occurred which put their fundamental security interests at stake. North Korea’s illegal acquisition of nuclear weapons and nuclear threats that North Korea issues against South Korea and its neighbors clearly meet the standard of extraordinary events.”
프레스 교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로 미국 핵우산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한국이 스스로 억제력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NPT 탈퇴가 합법적이지만 한국의 핵개발은 원자력 발전 중단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확장억지에 대한 견해차를 극복하고 더욱 효과적인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South Koreans want more permanent U.S. strategic presence in and around the Korean peninsula, more rotational deployment of strategic assets. It wants a greater voice in the development of U.S. extended deterrence policies. It also wants a greater voice in decisions regarding when or whether nuclear weapons would be used in the Korean Peninsula. The U.S. administration has been reticent about giving South Korea a more prominent role. I think it needs to be more flexible. I think together they can devise a more effective extended deterrence.”
아인혼 전 특보는 “한국인들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 미국의 영구적이고 전략적인 주둔이 확대되길 원하며 전략 자산의 순환 배치가 늘어나길 원하고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 더 큰 목소리를 내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정부는 한국에 더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꺼렸다"며 “미국이 더 유연해져야 하고 미국과 한국이 더 효과적인 확장억제를 고안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백악관은 한국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라고 재확인하며 “이에 대한 외교적 경로가 여전히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도 자체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정부 입장이 아니라며 “한미간의 긴밀한 동맹과 공조를 통해서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 안정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안”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올해 전례없는 수준의 도발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김정은의 각본에 도발 외에는 다른 전략이 남아있지 않다고 본다”며 이에 대응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어떠한 공격도 억지하기 위한 고도의 준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연구원] “We’re going to see South Korea, the U.S. continue to maintain and sustain a high level of readiness to deter any kind of attack. The alliance is now forecasting its exercises and there will be some 20 combined exercises over the next year. And this is really creating a new normal of readiness where the execises are not going to be in any way influenced by North Korea’s provocations.”
맥스웰 연구원은 “내년에 (전반기에만) 미한 연합훈련이 20여 개 진행될 예정”이라며 “연합훈련이 북한의 도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준비태세의 ‘뉴노멀’이 전개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다음은 미국 의회의 한반도 현안과 입법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