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이산가족상봉법, ‘희망의 메시지’…북한 미온적 태도로 한계 여전”

지난 2018년 8월 북한 금강산에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자료사진)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들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제화된 미북이산가족상봉법이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며 미 의회에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이번 법 제정이 상징적 측면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실질적인 진전으로 이어지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단체인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의 이차희 대표는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북이산가족상봉법 제정은 북한에 가족을 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이산가족들이 거의 다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남은 분들이 아직까지, 이 희망을 못 버리고 사는 게 이산가족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감격이고, 너무나 좋은 소식입니다. 저희들에게는 소원을 풀어주는 그런 계기가 되겠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법 제정이 미북 이산가족 상봉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가장 정치적으로 좋지 않을 때 미국과 북한이 저희들의 이슈로 서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카드니까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이번 미북이산가족상봉법은 과거와 달리 미국 정부에 구체적인 행동과 이런 행동의 진전 상황을 특정 시한 내에 의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을 미 정부에 요구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법이 제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계류 중이던 미북이산가족상봉법안은 최근 의회를 통과한 2023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포함돼 지난 2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으로 제정됐습니다.

미국 국무장관 혹은 장관이 지명한 사람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방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또 국무부가 북한에 가족을 둔 미국인 단체 대표들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화상 상봉을 독려하기 위한 방안에 관한 의회 보고를 요구하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미북이산가족상봉법 제정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묻는 VOA 서면 질의에 27일 오후 6시 현재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1년 5월 로버트 킹 당시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평양을 방문했다. (자료사진)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미북이산가족상봉법 제정은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나타내는 상징적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미북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사실상 주도권을 잡고 있는 쪽은 미국과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기 때문에 진전을 내기 매우 어려운 사안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킹 전 특사] “The fact that the legislation was passed by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and the Senate is an indication of American concern for these humanitarian issues. I’m pessimistic about whether it will actually lead to some positive movement… The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don't have the power. They don't have the upper hand in terms of dealing with the issue and it makes it very tough…because the North Koreans hold power over what happens.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s very cooperative and very helpful and does everything they can to try to help families that are divided to get back together. The North Koreans refuse to do it.”

킹 전 특사는 미북 이산가족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미국에 매우 협조적이고 이들의 상봉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왔지만, 북한은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산가족 간 교류를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기회로 이용하고 있고, 미국에 대해서는 훨씬 더 적대적이기 때문에 미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어떤 것도 하길 꺼려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The North Koreans use these family exchanges as an opportunity to put pressure on South Korea. They are much more hostile towards the United States, and they've been unwilling to do anything.”

그동안 남북한 사이에는 대면 상봉과 화상 상봉이 여러 차례 이뤄졌지만 미북간 공식 이산가족 상봉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한편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에 가족, 친척을 둔 한국계 미국인은 현재 최소 90명 정도가 생존해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80대 후반, 90대에 접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