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 위성 통한 북한 감시…위성발사∙무인기 활동 등 주목

북한이 지난달 새 고체엔진 시험을 실시한 동창리 엔진시험장 일대 위성사진과 1. 김정은 위원장 참관 장소 2. 기존 엔진 시험대 3. 새 엔진 시험대. 사진=Planet Labs

최근 상업용 관측위성이 촬영한 사진에 대한 접근성과 이용도가 높아지면서 오랫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북한 내부 활동이 비교적 상세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과거 정보 당국 외엔 파악하기 어려웠던 각종 군사 시설에서부터 불법 행위 현장에 이르기까지 북한 깊숙한 곳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동향이 고스란히 위성사진에 찍혀 공개되는데요. 2023년을 시작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는 VOA 기획보도,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올해 위성을 통해 감시하고 분석해야 할 북한의 주요 시설과 활동을 짚어보겠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올해 민간 위성을 활용해 가장 주시해야 할 북한 내 시설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입니다.

서해위성발사장 혹은 서해미사일발사장으로 불리는 이곳과 인근 지역에서는 지난해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찰 이후 대대적인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실질적인 로켓 발사가 이뤄지는 발사장 구역에서 로켓 추진체를 옮길 수 있는 이동식 조립건물이 해체된 데 이어 로켓 발사대(갠트리 타워)의 개폐형 패널이 넓은 각도로 열리는 등의 변화가 포착됐습니다.

이동식 건물이 해체 당시 모습 그대로 여전히 뼈대만 드러내고 있고, 로켓 발사대에서도 여전히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올해 어떤 변화가 뒤따를지 주목됩니다.

최근 고체연료 엔진 실험이 이뤄진 발사장 내 엔진 시험장 일대에서도 크고 작은 공사가 계속되고, 발사장 곳곳에선 새로운 건물 공사가 이어집니다.

아울러 인근 야산에서는 폭 50m의 터널 굴착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올해 이 터널의 용도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미 스탠포드대 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서해위성발사장에선 북한의 정찰위성 개발과 관련한 활동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일대 로켓 관련 시설이 개선되고 주변에 대규모 주거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점을 주목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내세운 정찰위성 개발 목표를 상기시켰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You can look at all the new housing and buildings. You see the buildings that are close to the launch pad, and further down they're building a whole community down there. To make satellite work, you got to have a lot more people. Because, the missile itself once it goes up and goes bang, it's done, the satellite will be up there for hopefully on there for years or at least weeks or months.

한센 연구원은 “새로운 주거시설과 건물이 발사대 인근에 건설되고 있고, 조금 더 먼 곳엔 새로운 주거단지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인공위성을 작동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미사일은 한 번 폭발하면 끝이지만, 위성은 한 번 궤도에 올라서면 수년 혹은 최소 수주, 수개월을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상에서 위성과 교신해야 할 인력 등이 필요한 만큼, 이들의 업무 공간과 주거지를 짓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새롭게 떠오른 위성 관측 대상은 북한의 무인기 동향입니다.

최근 북한은 소형 무인기 최소 5대를 한국으로 침투시켰는데, 위성사진을 통해 관련 시설이나 이륙 지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한센 연구원은 “북한의 무인기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동원된 러시아군 무인기(이란제)처럼 소형 폭탄을 설치할 만큼 크다”며 “한국이 이런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민간 위성사진만으론 무인기 동향이나 활동 지점을 즉각적으로 파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3월 촬영한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단지도 올해 민간 위성이 주의 깊게 관측해야 할 군사 시설로 꼽힙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최근까지도 병력과 차량 등이 포착되고 있어 지난해부터 가능성이 제기돼 온 7차 핵실험이 실제로 임박할 경우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영변 핵시설 단지에선 지난해 5월 20년 넘게 중단됐던 50MW 규모의 원자로 건설이 재개된 정황이 포착됐는데, 올해 완공으로 이어질지도 위성 감시를 통해 어느 정도 점칠 수 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 선임연구원은 신포 일대에서 이뤄질 북한의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활동을 주요 관측 포인트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19년 함경남도 신포의 한 조선소 실내에 놓인 3천t급 잠수함을 공개한 바 있지만 건조가 끝난 정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슈멀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만약 새 잠수함에서 쏠 수 있는 더 큰 SLBM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사출 시험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슈멀러 선임연구원] “If they are going to make a larger SLBM for this new submarine that hasn't been launched yet, then we would expect to see more ejection testing. They can test the engine or the solid fuel motor for the new suspected SLBM system, but they would also need to practice ejecting it from the launch mechanism, using the cold launch system…”

그러면서 “북한이 신형 SLBM의 고체 연료용 엔진 등을 실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콜드 론치 기술을 이용한 사출 시험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콜드 론치’는 고압증기를 사용해 미사일을 공중으로 밀어 올린 뒤 엔진 점화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북한은 신포 조선소 인근에서 콜드 런치 시험대를 운영 중입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순안공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왼쪽)과 북한이 공개한 발사장면(오른쪽). 번호가 매겨진 각 지점이 같은 특성을 보인다. 자료=CNES / Airbus (Google Earth)

북한이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지, 발사한다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쏠지를 감시하는 데도 위성사진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3월, 5월, 11월에 걸쳐 여러 발의 ICBM을 쏘면서 유독 순안공항을 발사 장소로 고집했는데, 발사 직후 화염 흔적이 남은 활주로를 보수하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었습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도로는 ICBM 무게를 견디기 어렵다”며 “따라서 그 지역(순안공항)을 관찰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Their roads probably can't do a very good job of carrying the weight of an ICBM. They wind up causing damage to their roads. So I think it's natural to look there. But at some point North Korea is going to want to try to move their ICBM elsewhere so that we don't think that they just launch from Sunan. And so there has to be that broader sense that the big issue here is as long as it's a liquid fuel missile, the missile missiles not as heavy, but once they start doing a solid fuel ICBM, it's going to be even heavier.”

다만 “어느 시점 북한은 ICBM 발사 장소를 옮기고 싶어할 것”이라며 “순안에서만 발사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북한이 액체연료를 계속 사용할지도 중요한 문제”라며 “액체연료 기반 ICBM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만큼 무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ICBM 발사지점을 특정함으로써 북한의 기술 수준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2일자 위성사진. 지난달까지 빈 공간이던 곳(사각형 안)에 차량이 세워져 있다. 이로써 주차공간 2곳 모두에 차량이 빼곡한 가운데 중심부엔 도열한 병력 대열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그 밖에 지난해 말부터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에 집결한 병력도 위성사진을 통해 규모의 변화를 감지할 대상입니다.

현재 이 일대에서는 최대 1만 3천여 명에 이르는 병력이 열병식 훈련에 매진하고 있으며 1~2월 중 실제 열병식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북한은 열병식을 약 한 달 앞둔 시점부터 김일성 광장에 주민들을 동원해 훈련을 진행해 왔는데, 빨간색 수술과 꽃을 든 주민들이 이곳에 등장하면 열병식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남포 유류 접안 시설에 약 65m 길이의 유조선(원 안)이 정박해 있다. 자료=Planet Labs

북한의 경제 활동도 위성사진을 통해 일부 드러날 전망입니다.

현재 북한 최대 항구인 남포에는 곡물로 추정되는 하얀 포대를 실은 선박 여러 척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7~8월 선박을 이용해 곡물을 실어 나르곤 했는데, 지난해엔 가을과 겨울에도 이런 작업 모습이 위성사진에 찍혔습니다.

올해 여름부터 집중 조명돼 온 식량난으로 인해 북한이 수개월째 외부에서 식량을 들여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올해 어느 시점까지 식량 포대가 북한으로 유입될지, 특히 여름 이후에도 이런 움직임이 계속될지 주목됩니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열차를 통해 중국에서 건너온 화물을 북중 접경지역인 의주비행장 활주로에 격리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북중 간 열차 통행이 중단되고, 동시에 의주비행장 활주로에 쌓이는 화물도 자취를 감추곤 했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의주비행장 내 화물 변화를 토대로 북중 무역 현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최근 강화된 북러 관계를 반영해 양국 접경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열차 통행이 이뤄지는지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움직입니다.

북한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한국 자산 무단 사용 혹은 철거도 위성에서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해금강호텔을 시작으로, 금강산 골프장 숙소동과 고성항 횟집 등 한국 측 자산을 차례로 철거한 바 있습니다.

또 한국관광공사가 거액을 투자한 문화회관과 온정각을 비롯해 구룡빌리지와 금강펜션타운 등 한국 기업이 소유한 건물도 해체했습니다.

현재 금강산에 남아있는 한국 측 자산은 이산가족면회소와 온천빌리지 등으로 이들의 철거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또 지난해 개성공단에선 한국 기업이 운영했던 공장 건물에 버스 여러 대가 정차하는 등 무단 가동 정황이 포착됐는데, 이런 활동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이 역시 위성사진에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지난해 10월 북한 초도 인근 해상에서 포착된 선박 간 환적 추정 모습. 100m 선박 2척이 작은 선박을 가운데에 두고 접선 중이다. 자료=Planet Labs

북한 서해상에서 반복돼 온 선박 간 불법 환적이 작년 수준을 뛰어넘을지도 관심입니다.

VOA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서해에서 총 36건의 선박 간 환적 의심 정황을 포착해 보도했습니다.

이들 선박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새로운 환적지로 지목한 북한 초도 인근 해상에서 2~3척씩 선체를 바짝 붙이는 전형적인 불법 환적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당시 환적 정황을 보인 선박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는지 알 순 없지만, 안보리가 북한 선박의 환적 자체를 금지한 만큼 이들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든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올해에도 이 같은 환적 행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VOA는 지난 2일에도 이 일대에서 4건의 환적 의심 정황을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