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바이든 정부는 새해에도 비핵화 목표를 고수하면서 대북 압박과 강력한 방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미 전문가들이 주문했습니다. 미한일 안보 협력을 정치 협력으로까지 확대하고 3국 미사일 방어망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2023년을 시작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살펴보는 VOA 기획보도, 오늘은 첫 번째 순서로 새해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안을 살펴보겠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2023년에도 대화를 거부한 채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바이든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정책을 이어갈 것을 제안했습니다.
지금처럼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대북 압박과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북 압박… 군사적 억지력 유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VOA에 “바이든 정부가 외교에 대한 문은 계속 열어둬야 하지만 (북한과) 비핵화 의제로 협상을 벌일 전망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While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continue to keep the door open to diplomacy, I think prospects for any negotiations on the denuclearization agenda are very, very limited. So I think priority in the current circumstances has to be on strengthening our collective deterrent. The deterrent provided by the U.S. ROK military alliance. As well as the deterrent provided by tripartite U.S.-Japan-South Korean defense cooperation.”
1990년대 북한과 제네바 핵 협상과 미사일 협상 등에 나섰던 아인혼 전 특보는 “따라서 현 상황에서 우선순위는 미한 군사동맹, 미한일 3국 방위협력에 의한 집단적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2022년에 미한일이 대잠수함전 훈련과 미사일방어훈련을 공동으로 펼친 것을 평가하며 새해에는 세 나라가 정치적 협력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미한일 세 나라가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을 열게 된다면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수십 년간 반복된 외교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핵화나 관계개선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가 새해에도 기존대로 북한과 외교를 추구하면서도 억지력을 유지하고 대북 제재를 강력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미한 연합훈련을 2018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지난해와 같이 미한일 안보협력과 합동군사훈련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The Biden administration should also step up its game on enforcing U.S. law, enforcing U.N. resolutions. It’s vowed to increase pressure on North Korea as previous administrations have but it hasn’t done so to the extent that it could.”
아울러 대북 제재와 관련해 “바이든 정부가 미국 법과 유엔 결의 이행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역대 정부들처럼 대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목표 견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럿 나왔습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새해에 바이든 정부에 대한 주된 제안은 북한과 군축협상을 벌이는 덫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My main recommendation to the Biden administration for the new year would be to avoid falling into the trap of engaging North Korea in arms control talks. Because it would have some serious negative impact on the alliance, on North Korea’s status as a de facto nuclear state, and it could very well lead to the undermining of the U.S. ROK relationship.”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군축협상을 할 경우 “미한 동맹과 북한의 실질적인 핵 보유국 지위와 관련해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미한 관계도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폐기하면 매우 위험한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내년 대북 정책의 두 가지 우선순위는 비핵화를 추구하고 잠재적인 충돌 혹은 긴장 고조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실험 이후에 대화에 나서기 보다는 그 전에 미국이 북한에 놀랄 만한 신호를 보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What I’m recommending is that rather than having a nuclear test leads to talks, the U.S. needs to find a way to signal to North Korea an element of surprise. Surprise and unpredictability can also lead to talks and I think that’s what happened between Trump and Kim. So in a way the really big challenge for President Biden as a conventional foreign policy president is that the administration needs to incorporate an element of surprise directed very clearly at sending a signal to the North Korean leadership.”
스나이더 국장은 “놀라움과 예측불가능성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로 이어졌다”며 “북한 지도부에 신호를 보내는 데 초점을 맞춘 깜짝 정책을 펼치는 것은 전통적인 외교를 펼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도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한동맹 70주년… 공동목표 재확인”
한편 미국과 한국이 군사 동맹을 맺은 지 70년이 되는 2023년에 양국이 기존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며 미래의 공동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새해 동맹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는 2022년 미국과 한국이 발표한 여러 공약의 이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랩슨 전 대사대리] “I think the key for strengthening the alliance going into its 70th year in 2023 will be follow through on, an implementation of, the comprehensive commitments and undertakings both sides promulgated this year. Most notably the May 2022 Seoul summit joint statement, but also including their respective Indo-Pacific strategies and other bilateral and multilateral initiatives especially in the area of economic security.”
2022년 5월 미한 정상회담 공동성명, 인도태평양 전략, 경제 안보 분야의 다양한 양자∙다자 계획 등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다고 랩슨 전 대사대리는 말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같이 특히 경제안보 분야의 이견과 갈등에 대해 보다 긴밀한 조율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한국 등 외국산 전기차는 혜택에서 제외됩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70주년은 양국이 동맹의 원칙들에 다시 헌신하는 기회가 된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동맹의 핵심 원칙, 미래목표 목록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한 양국이 민주주의, 자유, 규범에 입각한 질서 추구 등 이미 역내와 국제 전략에 많은 공통분모가 있다며 동맹의 목표를 증진하는 공동전략을 세우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미한일 미사일 방어망 통합 고려해야”
또 새해에는 중국의 도전에 대응해 미한일 협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들도 나왔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새해에도 중국의 주변국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대응해 미국 주도의 다자간 경제체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This is an important program that I think is underestimated with its capability for moving forward in economic integration in the Indo-Pacific. It’s not designed to be anti-China but on the other hand it strengthens the economic ties between Like-Minded Nations and I think South Korea and Japan need to help lead the way in such areas as looking at new ways for digital integration, supply chain resiliency.”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IPEF가 중요하다”며 “인태지역의 경제 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이 아직 평가절하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IPEF는 중국에 반대하기 위한 고안된 것은 아니지만 ‘유사입장국’들간 경제 관계를 강화한다”며 “한국과 일본은 디지털과 공급망 회복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국방 분야에서는 동북아 방공체계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국이 과거 이 부분을 꺼렸던 것을 알고 있지만, 북한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 한국, 일본의 역량을 결합하는 ‘동북아 미사일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인혼 전 특보도 미한일 세 나라가 핵심 군사역량들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미사일 방어 활동을 더 잘 조율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삼자 미사일 방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아인혼 전 특보] “There’s an important need I think to better coordinate their missile defense activities and to really try to establish a trilateral missile defense network of sorts to increase the efficiencies. Certainly, early warning of the North Korean missile threat is very important but that can be expanded as well.”
아인혼 전 특보는 “북한 미사일 위협 조기경보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 또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이 군사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한일 세 나라 조율이 더욱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미국은 국방비를 크게 늘리려는 일본의 노력을 매우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일본은 한반도 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물론 한국은 일본의 안보 태세의 어떠한 변화에도 항상 우려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연구원] “Japan is a critical component in the defense not only of the Korean peninsula but also of maintaining peace and stability in the Asia Pacific region. Clearly South Korea always has concerns about any change in Japan’s security posture, but the U.S. has to make clear to South Korea, and the Yoon administration should make clear to the South Korean people that we cannot defend South Korea without Japan and a weak Japan hinders the defense of South Korea.”
그러면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미국이 일본 없이는 한국을 방어할 수 없으며 약한 일본은 한국 방위도 저해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2023년을 시작하면서 VOA가 준비한 기획보도, 다음 시간에는 새해 주목해야 할 한반도 관련 입법과 의원 활동을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