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열병식 준비 정황이 계속 포착되는 가운데 평양 김일성 광장에도 대규모 인파가 집결했습니다. 열병식 직전 주말이면 김일성 광장에 군중이 모였던 전례로 볼 때 다음 달 열병식 개최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김일성 광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인파가 포착됐습니다.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21일 촬영한 자료에 나타난 인파는 가로 130m, 세로 100m의 광장의 서쪽 지대에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대형 글자를 조합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광장 연단 쪽에서 바라볼 경우 한글의 ‘ㄹ’과 ‘ㅍ’으로 추정되는 문자가 드러나지만 글자가 완성되기 전 촬영된 듯 판독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인파가 만들어낸 문자가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된다는 건 현장에 대규모 군중이 모였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장면이 촬영되고 나서 약 30분 뒤 같은 지점을 포착한 또 다른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서도 대형 문구를 형성하고 있는 인파가 확인됩니다.
30분 전과 비교해 글자 획의 수는 줄었지만 각 획은 더 두꺼워져 이곳에 모인 인파가 다양한 문구나 그림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열병식을 약 한 달 앞둔 시점부터 주민들을 동원해 김일성 광장에서 훈련을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빨간색 수술과 꽃 등으로 붉은 물결을 연출하는 주민들 모습이 위성사진에 꾸준히 포착돼 왔습니다.
본격적인 예행연습에 앞서선 이번처럼 일부 인원이 띠 형태로 줄을 맞추는 초기 소집 모습도 보여왔습니다.
아직 붉은 물결 등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현재 위성에서 내려다보이는 움직임은 잘 짜인 안무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의 사전 준비 작업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에 병력과 차량이 운집하기 시작하는 장면 등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달 20일엔 최대 1만2천 명의 병력이 운집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재까지 비슷한 규모의 훈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열병식 훈련장의 변화를 처음 포착해 보도한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올해 1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일 혹은 2월 8일 인민군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열병식 준비에 나선 것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달 8일 열병식이 열리지 않으면서 현재로선 다음달 8일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열병식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약 2만 명의 병력이 동원된 당시 열병식에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과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이 대거 공개됐습니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기념한 열병식에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5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불리는 KN-23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다만 정권 수립 기념일인 2021년 9월 9일 열병식은 노농적위군과 사회안전군을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신형 무기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