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북한과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6명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협상에는 오랜 경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이 경제적으로 끔찍한 상황이며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 지도부가 계속 이런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리처드슨 전 주지사를 안소영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를 이유로 외부와의 단절을 선언했을 때 미국의 ‘소프트 외교’를 보여줄 적기라고 하셨습니다. 북한이 지금까지도 국경 봉쇄 조치를 이어가면서 ‘소프트 외교’를 실행할 공간이 없어 보이는데요, 아직도 그런 제안이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여전히 ‘소프트 파워’가 대북 외교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고 계속 이 문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북한과의 대화가 맨 마지막으로
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북한과 대화 재개에 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인도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건 없는 인도주의 대화, 인도주의 지원을 제안했으면 합니다. 신종 코로나 관련, 유엔의 대북 식량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미군 유해 공동 발굴 작업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기자) 하지만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등 그 어떤 제안에도 북한의 호응은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도 전반기를 넘어섰는데요, 대북 정책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계속 한국, 일본과의 강력한 관여를 지속할 필요도 있습니다. 미한 간, 미한일 간 군사 훈련을 재개한 것도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미국이 이제 북한여행 금지조치를 해제한다면 북한에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외교적 측면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6자회담과 같은 협력체를 구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자)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자간 협력체가 실용적이란 말씀이신가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러시아와 중국이 더 이상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을 돕지 않습니다. 중국이 대북 문제에 힘을 합쳐주면 좋겠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단기적으로 그럴 일은 없어 보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이 두나라를 대체할 새로운 ‘행위자’(the actor)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과의 대화는 오랜 기간 단절됐습니다. 아세안 국가 중에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수 있는 나라를 찾아보자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인도나 싱가포르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북한과 비공식적 채널을 갖고 있는 국가를 참여시키는 ‘새로운 공식’(new formula)이 대북 접근법에 추가돼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6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사안에 매우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을 다루는 또 다른 직책 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자리가 오랫동안 공석이었고 마침내 이를 채우려는 노력은 아주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의 관여를 시작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기 희망합니다.
기자) 여러 차례 방북하며 북한과 협상하신 정치인이자 외교관이십니다. 북한과의 대화 채널이 여전히 있으신지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비공식 대화 채널은 있습니다만 지금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경만 봉쇄된 것이 아니라 모든 대화도 봉쇄된 셈이죠. 지금 북한은 너무나 고립됐습니다. 이동의 자유도 없습니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끔찍한 상황이며 많은 사람이 굶주리며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가 계속 이런 상황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바랍니다.
기자) 최근 러시아에 억류됐던 미국인들 석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와의 협상에서는 어떤 도전이 있습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지금은 주로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해군 참전용사 테일러 더들리를 러시아와 폴란드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데려왔습니다. 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 석방을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해병대원 출신의 폴 휠런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렇게 러시아와 협상을 할 수 있는 데에는 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에너지부장관과 유엔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하면서 함께 일한 러시아 관리들이 있습니다. 당시 에너지와 우라늄, 군사 분야에서 러시아와 많은 협정을 맺었었는데요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은 이제 모두 석방됐습니다만 아직도 한국인 6명이 북한에 붙잡혀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 어떤 제안을 하시겠습니까?
리처드슨 전 주지사) 북한의 반응이 없을 때는 어렵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미국, 혹은 제게 연락을 취해주길 희망합니다. 저는 적어도 북한과의 경험이 있고 인도주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에는 오랜 경험이 필요합니다. 북한과 협상은 공식적이 아닌 비공식적으로 이뤄집니다.
기자) 한국 정부에서 이들의 석방을 위해 협력을 요청하면 나서시겠다는 말씀인가요?
리처드슨 전 주지사) 네. 그렇습니다. 도울 겁니다.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로부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안소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