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완화되면 북한의 전략적 공간도 위축될 것이라고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대행이 밝혔습니다. 미중관계 전문가인 손튼 전 차관보대행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중이 국제질서를 강화하고 신냉전으로 접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례적인 소통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한 타이완해협에서 군사적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이 한반도 내 군사 자산을 동원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손튼 전 차관보대행을 박형주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중 갈등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중 관계의 현주소를 먼저 진단해주시겠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현재 미중 관계가 큰 어려움에 놓인 것은 분명합니다. '블록화' 즉 진영대립이나 '신냉전'이 구축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럴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 국내 정치와 결합된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일들이 정치적인 상황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전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양측 간 더 많은 소통이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매우 뜨거운 정치의 계절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기자) 아직 미중 관계가 '신냉전'까지는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손튼 전 차관보대행) 그렇게 될 위험이 있어 걱정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할 시간이 여전히 있습니다. 지도자들이 현명하게 국내 정치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그들이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미중 갈등이 전면적인 양상인데 가장 첨예한 '전선'은 어디인가요? 타이완 문제입니까? 경제 이슈입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미중 갈등을 일종의 이념적 대립으로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오해이고 중국의 의도와 정책에 대한 잘못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첨예한 전선은 타이완이라고 말해야 할 겁니다. 실제로 미중 간 군사적 대결이 벌어지는 유일한 지점이니까요. 저는 우리가 중국과의 경제 전쟁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은 타이완과 관련된 군사적 위협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타이완 문제야 말로 어려운 현 상황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지금 미중 관계가 좋지 않아서 타이완 문제가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순환'이죠.
기자) 미국과 중국이 각각 '타이완'과 '북한'을 상대에 대한 일종의 카드로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동의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타이완과 북한을 별개 문제로 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타이완 문제는 미중 관계와 함수 관계에 있습니다. 즉 미중 관계가 안 좋으면 타이완이 문제가 되지만 좋을 때는 관리가 됩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은 미국이 이 문제를 카드로 쓴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미국은 중국이 그렇다고 인식합니다. 그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인식이 그렇습니다.
기자) 그러나 현재의 미중 관계가 북한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 않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그건 맞습니다. 러시아와 서방과의 관계도 그렇지만 특히 악화된 미중 관계, 중국과 미국 동맹들과의 관계는 북한에 더 많은 전략적 공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가만히 앉아서 무기 프로그램 개발을 지속하기 꽤 용이한 상황입니다. 비핵화 달성을 위한 노력에 전통적으로 참여했던 다른 나라들이 지금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으니까요.
기자) 이런 상황이 올해도 지속되는 걸까요?
손튼 전 차관보대행) 많은 요인에 달렸습니다. 이런 역학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한 가지 요소는 김정은이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추구할지 여부입니다. 또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중요합니다. 이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분열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 계속 러시아와 함께 안보리 규탄 조치에 반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미중 관계에 달렸다고 봅니다. 미국과 중국이 비핵화 전선에서 공동 노력을 시도할 정도로 상황이 좋아질 것으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미중 관계에서 긴장이 덜해지면 북한의 전략적 공간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북한의 도발을 막을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중국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중국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손튼 전 차관보대행) 중국은 여전히 북한 비핵화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중국은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첫째, 비핵화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진지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면, 둘째 미중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두 가지 경우 중 어느 하나라도 성립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가까운 시일에 북한이 관여에 나설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에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는 북한 도발 시 유엔 안보리에서 협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면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규탄하는 등 유엔 안보리에서 옳은 일을 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러시아가 여전히 대북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중국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옳은 편에 서야 합니다.
기자)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한국 정부는 한반도 정세에서 주요 변수였습니다. 대북, 대중 정책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다른 접근법을 추구하기 때문인데요,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의 대중 접근을 어떻게 총평하시겠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윤석열 정부의 대중국 접근법은 분명히 미국의 접근법과 아주 밀접하게 일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인도태평양전략도 발표했죠.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 정책과 일치를 이루면서 대중 접근이 (전임 정부보다) 더욱 강경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정부는 대중 접근에서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중요성, 지리적 인접성, 그리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 등도 고려해야 하니까요. 분명히 윤석열 정부는 더욱 강경하고, 이 때문에 북한과의 어떤 관여가 곧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관여하기 위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매우 전향적인 접근'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 문제가 계속 교착 상태에 머물고 군사적 이슈가 전면에 계속 대두된다면 긴장이 고조될 수 있으며 중국과도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한국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를 원하지 않으며, 또 한쪽 편을 선택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분명히 워싱턴과 동맹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훨씬 더 기울고 있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긴장이 고조되며 한반도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개발이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아주 타당합니다.
기자) 이른바 '경제 동맹' 측면에선 어떻습니까?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칩4 동맹' 등에서도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와 관련해 한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하며 견제하고 있고요. 이 영역에서도 한국이 미국에 더욱 분명히 줄을 서야한다고 보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이 영역에서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시아나 세계의 동맹, 파트너들이 조금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분리하는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으며, 군사적 문제와 연관되는 분야에서만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관련 정책이 어떻게 진화하고 미국이 설명하는 것과 명확하게 일치하는 영역이 무엇인지, 파트너와 동맹국이 이와 관련해 어떻게 미국과 함께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맹과 파트너는 정책의 명확성과 함께 미국과 중국이 나머지 세계는 일종의 대립이나 갈등으로 끌어들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찾도록 계속 요구해야 합니다.
기자) 타이완해협에서 유사 상황이 벌어지면 워싱턴은 한국에 무엇을 요구할까요?
손튼 전 차관보대행) 유사 상황의 정도와 형태에 따라 다를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예측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미국은 한반도에 많은 군사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사적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이들이 동원될 가능성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측 자산 동원 요구에 대해선 유사 상황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 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입장에선 매일 24시간 상존하는 다른 위협(북한)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고, 이런 측면에 대한 이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상황이 계속 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하는 양상입니다.
기자) 미국과 일본은 타이완해협 주변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대비한 준비와 훈련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도 이런 준비를 할 필요는 없습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그런 식으로 너무 많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타이완해협 문제는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타이완해협을 둘러싼 미중 간 군사적 대립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다음 달 초 중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은 거의 5년 만인데요, 어떤 결과를 기대하십니까?
손튼 전 차관보대행)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통해 양측 간 정례적 소통 채널이 구축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은 지난 5년간 큰 문제였고, 이는 워싱턴에서 중국의 정책 결정과 정책에 대한 왜곡된 견해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방중을 통해 그런 정례적 소통 채널이 구축됨으로써 미중 관계에 대한 더욱 현실적인 사고와 기대가 주입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또한 국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양측이 공조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약간의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현 상황에서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지금과 같은 미중 대결은 국제 시스템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면 국제 시스템은 길을 잃고 우리는 '진영대결'을 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수전 손튼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대행과 함께 2023년 미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박형주 기자의 인터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