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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강제실종 보고서 곧 발표 예정…인권과 평화·안보 연관성 적극 알릴 것” 


제임스 히난 신임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사진 = UN News / Reem Abaza.
제임스 히난 신임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사진 = UN News / Reem Abaza.

유엔 인권기구가 조만간 북한의 강제실종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이 말했습니다. 인권과 평화·안보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서로의 깊은 연관성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 부임해 활동 중인 히난 소장을 김영권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서울사무소에 부임했으니 3개월 반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요?

히난 소장)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속화된 학습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특별한 견해를 가진 수백 명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시민사회, 정부 또는 다른 유엔 회원국 관계자들이었죠. 북한인권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게 제 첫 인상입니다. 인권 문제가 만성적이고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희 사무소와 다른 곳의 문서들을 검토해 왔는데, 그 문서들은 본질적으로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고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북한의 국경 봉쇄로 어떤 면에서는 악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과 인권 측면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우려스럽습니다. 그래서 조금 도전적인 상황이긴 합니다만 다행히 저는 도전을 좋아합니다.

기자) 히난 소장님은 과거 팔레스타인 점령지구 유엔 인권사무소장을 지내셨고 캄보디아 등 다양한 국제 인권 문제에 관여했었습니다. 이곳 미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가 크고 작은 인권 문제가 있습니다만 북한인권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심각한 이유는 뭘까요?

히난 소장) 말씀 하셨듯이 인권 문제는 확실히 모든 나라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특이합니다. 저는 이를 ‘진전의 부족’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이런 범주에 속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많은 것들이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북한 역시 투명성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특이한 국가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사무소는 미얀마와 시리아 등 여러 나라처럼 조사 대상국 안에서 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와 다른 나라에는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운동가들과 시민사회가 상황을 진전시키기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에는 시민 사회가 없습니다. 아주 최소한의 접촉만이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할 뿐아니라 인권 상황의 변화를 추진할 연결고리도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자) 과거 노동권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셨고 이 문제에 계속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북한은 유일한 정당 이름이 조선노동당이고 노동자들의 낙원이라고 선전하지만, 유엔 인권기구와 국제단체들은 북한을 ‘현대판 노예국가’로 분류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히난 소장) 노동 문제는 북한의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인권 문제의 핵심입니다. 다른 인권 문제들 중 일부는 그렇지 않죠. 북한이 국제노동기구(ILO)의 회원국이 아니라는 것은 아주 오래된 문제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앞서 말씀드린 이유로 검증은 굉장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의 강제노동 문제는 매우 심각하고 우리는 위반 사례들을 잘 기록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북한 정부가 모든 인민의 고용, 완전 고용에 관해 말할 때 그 대부분은 우리가 고용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강제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습니다. 특정 직업에 종사하도록 강제합니다. 돌격대 등과 같은 위험한 일을 하도록 강요합니다. 학생들도 일터로 보내집니다. 이런 것이 실질적인 우려 사안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한 주요 보고서를 올해 하반기쯤 발표할 예정입니다. 북한에는 또 다른 형태의 일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가족 부양을 위해 일하는, 규모가 커진 장마당입니다. 지금 우려되는 것은 장마당 폐쇄에 관한 것입니다. 장마당을 폐쇄하거나 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인데, 이는 강제노동을 수반하는 과거의 두드러진 국가 중심적인 (기획) 경제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기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주요 임무는 북한 내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규명 노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왜 이런 노력이 중요한가요?

히난 소장) 아시다시피, 저희는 인권 모니터링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몇 안 되는 유엔 사무소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의 모든 유엔 인권사무소는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분석해 문서화하고 보고합니다. 그것은 우리 서울사무소의 기본 역할이기도 하죠. 하지만 여기에 더해 책임규명의 기능은 우리가 중대한 인권 침해 가능성을 모니터하고 기록했을 때 피해자를 위한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일은 통상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이뤄집니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보고서를 우리가 정부에 제출하도록 준비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책임규명에 나섭니다. 하지만 북한은 이러한 책임규명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책임규명은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 사무소가 그것을 바로 수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배심원단이 아닙니다. 우리는 국가 차원의 책임규명 결여라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일을 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역할은 피해자들을 위해 책임규명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찾는 겁니까?

히난 소장) 우리가 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전반적인 법적 측면을 검토하는 것입니다. 보편적 관할권이나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국제법을 분석하는 것이죠. 하지만 또 다른 방법은 피해자와 실제로 대화하는 것입니다. 어떤 종류의 책임규명을 피해자가 원하는지 질문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우리에게 책임규명은 단순히 재판관 앞에서 기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진실 추구, 희생자 추모, 배상, 민사 소송 등 비사법적 책임규명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모두 우리가 노력하고 피해자들과 대화하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피해자들과 상담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많은 사람은 단지 진실을 원한다고 답합니다. 특히 강제실종 피해에 대한 진실 말입니다.

기자) 그런 임무를 수행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요?

히난 소장) 가장 어려운 것은 제가 북한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는 북한에 있고 싶습니다. 북한에 없으면서 그 나라 인권에 대해 일한다는 것은 매우 답답한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죠. 물론 저는 일부 탈북민들을 만날 수 있지만 주민들의 상황은 직접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저의 일에서 가장 좌절감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국제 인권단체들이 지적하는 북한 지도부의 심각한 범죄 중 하나는 강제실종입니다. 주요 책임규명 대상 중 하나이기도 하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지난해 관련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는데, 해를 넘겼습니다.

히난 소장) 제가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습니다.(웃음) 우리는 항상 보고서가 1분기에 발표될 것이다, 그것은 다음달에 공개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강제실종 보고서는 의미있는 보고서입니다. 우리는 이 보고서가 피해자의 입장과 피해자 중심의 접근법에 주로 초점을 맞추거나 기반을 두고 있는지를 확실히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피해자를 인터뷰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보고서는 분명히 곧 나올 것입니다.

기자) 역대 한국 정부는 좌우 이념 논리에 따라 북한인권 문제를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정치적 걸림돌 혹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한 전례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어떤 권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히난 소장) 궁극적으로 국가는 지켜야 할 국제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의 (역대) 모든 정부는 그들의 국제의무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는 (인권 침해자들에 대한) 불처벌과 싸우는 의무와도 같습니다. 요즘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이곳의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다시 협력하길 원한다는 뉴스도 있었죠. 그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환영할 일입니다. 우리는 인권문제에 더 집중하길 원합니다. 첫 단계는 북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이와 관련해 뭔가 중요한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뭔가 조치를 취할 때 너무 정치화하는 것, 다시 말해 너무 많이 정치적 논쟁의 일부가 될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정치는 유익한 것입니다. 정치는 보통 국가 차원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죠. 하지만 인권에 대한 행동이 다른 정당들 사이에서 고착되고 양극화된다면, 그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정부가 국제 의무에 따라 행동하길 바랍니다.

기자) 전례를 보면 미국과 한국 모두 좌우에 관계 없이 북한과 협상할 때는 인권에 대해 침묵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인권을 협상의 불쏘시개로 사용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히난 소장)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상당히 확대해 평화와 안보 논의에서 인권 측면이 항상 강조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권 문제가 켜졌다 꺼졌다 하지 않기 위해서죠. 상황이 비교적 조용할 때는 인권에 관해 말하다가 뭔가 군사적 행동이 있을 때는 인권은 갑자기 논의에서 사라지고 모든 의제는 평화와 안보에 집중됩니다. 그러나 인권과 평화·안보는 동전의 양면입니다. 이것은 결정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에 대해서 우리의 많은 행동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입장을 이곳뿐 아니라 뉴욕과 다른 곳에서도 확실히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안보 퍼즐의 인권적 측면도 확실히 강조되기를 원합니다.

기자) 앞서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하셨지만, 여전히 한국이나 국제사회에선 10년 전보다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어떻게 관심을 높일 수 있을까요?

히난 소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국제 인권의 관점에서 국제법적 측면은 약간 무미건조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인간화(humanized)가 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려는 것 중 하나는 북한의 목소리에 대한 캠페인입니다. 다른 분들도 이것을 하고 있죠. 북한인권 침해를 노출시켜 사람들이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를 만나 그들과 대화하고 그것에 대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이런 행사들을 몇 번 해봤는데 한국에서 탈북민들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고 선입견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기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올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잠시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히난 소장)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 유지할 것입니다. 우리의 기본적인 역할은 인권 침해에 대한 감시와 기록이고 우리는 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분명한 도전들도 있습니다.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과 정보가 모두 급감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법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곳 한국에는 많은 북한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도 탈북민들이 있죠. 우리가 탐색하고 있는 정보를 얻을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수행하는 임무의 큰 부분입니다. 책임규명 작업도 진전될 것입니다. 우리는 책임규명을 위한 방법들에 대한 기초 작업을 마쳤습니다. 이제 우리는 범죄에 대한 정보 격차뿐 아니라 보편적 관할권에 대해 이야기했던 몇몇 국가의 입법 차이에 대해서도 자세히 연구할 것입니다. 아울러 세계인권선언 75주년뿐 아니라 내년 2월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최종 보고서 발표 10주년입니다. 올해는 COI 설립 10주년이고 보고서는 내년입니다. 그래서 COI 보고서에 대해 연중 내내 캠페인도 펼칠 것입니다.

기자) 끝으로 미국 정부에는 북한인권 개선과 관련해 어떤 권고를 하고 싶으신가요?

기자) 특별히 권고할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나눈 몇 가지 주제의 관련성을 보기 바랍니다. 하나는 인권과 평화·안보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은 항상 인권의 옹호자였습니다. 미국은 또한 한반도 안보 논의에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인권과 평화·안보가 같은 동전의 양면임을 확실히 하는 핵심 당사국이 될 것입니다. 제가 비유를 섞는다면 인권과 평화·안보는 양쪽이 합쳐지거나 함께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또한 민사 손해배상소송 등 책임규명에 관해 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경험이 다른 곳에서도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을 만나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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