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열병식이 임박한 듯한 신호가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엔 열병식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던 여러 개의 물체가 줄지어 서 있고 열병식 훈련장엔 1만명이 넘는 인파가 집결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평양 순안공항의 활주로 연결 도로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30일 자 위성사진에 차량 혹은 항공기로 보이는 물체 약 30개가 눈에 띕니다.
형체가 분명하진 않지만 남쪽 활주로와 북쪽 활주로를 연결하는 이 도로를 따라 길게 도열한 모습입니다.
도로 바로 옆 벌판엔 눈이 쌓였는데 유독 이 물체들이 서 있는 지표면만 흙빛이 죽 이어집니다. 해당 물체가 화염을 뿜어 눈을 녹였거나 눈밭 위를 움직이며 눈을 쓸어내 바닥이 드러났을 수 있습니다.
화염이 분출됐다면 전투기, 눈밭 위를 주행했다면 트럭 등 차량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평양 순안공항에선 열병식을 약 2주일 앞두고 이번에 포착된 것과 유사한 물체 수십 개가 주기적으로 포착되곤 했습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실체 파악은 어렵지만 순안공항에 일정 크기의 물체가 다수 늘어서 있는 장면은 열병식이 임박했다는 의미로 해석돼 왔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에 병력과 차량이 운집하기 시작하는 장면 등 북한의 열병식 준비 정황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21일 김일성 광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선 대형 글자를 연출한 인파가 확인됐다고 전했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와 ‘38노스’는 군중이 ‘2’와 ‘8’ 혹은 ‘75군’이라는 대형 글자를 만들어낸 점을 근거로 북한이 2월 8일 건군절 75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평양 순안공항에서도 과거와 비슷한 ‘물체 도열’ 움직임이 확인되면서 열병식 개최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에 힘이 실립니다.
열병식 훈련장에서도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30일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엔 병력 대열 약 44개가 나타났습니다. 각 대열을 이룬 병력을 최대 300명으로 추산할 때 이날 훈련장에는 최대 1만 3천 명이 집결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 밖에도 평양 김일성 광장과 맞닿은 대동강에는 과거 열병식 직전 설치된 것과 똑같은 부교가 설치됐습니다. 또 김일성 광장 연단 주변엔 구조물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북한의 열병식 개최 가능성이 커지면서 어떤 무기가 공개될지도 주목됩니다.
북한은 약 2만 명의 병력이 동원된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을 비롯해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과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을 대거 공개했습니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를 기념한 열병식에선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5형’과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불리는 KN-23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