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포에 1년간 유조선 48척 입항...일주일에 한 척꼴로 유류 반입 정황

북한 남포 유류 항구를 촬영한 21일 자 위성사진. 유류 하역시설 최소 3곳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사진=Planet Labs

지난 1년간 북한 남포 유류 항구에 50척 가까운 유조선이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연료성 유류를 단 한 방울도 수출하지 않았다고 유엔에 보고했는데, 북한은 뱃길을 통해 유류를 불법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1일 북한 남포 유류 하역시설에 유조선 2척이 정박해 있습니다.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 포착된 이들 유조선은 모두 95m 길이로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하역 부두 2개에 선체 중간 부분을 밀착한 상태입니다.

부두 반대편 즉 육지 부분이 북한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유류 탱크 밀집 지대인 것으로 미뤄볼 때 이들 유조선의 유류 하역 작업이 찍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지점에서 서쪽으로 700m 떨어진 곳에 있는 또다른 유류 하역 부두에서도 유조선 2척이 발견됐습니다.

유조선 1척이 하역 부두에 선체 중간을 맞대고, 다른 유조선이 이 선박의 반대편에 밀착해 있습니다.

하역 부두의 육지 부분에는 지난 2020년 북한이 완공한 대형 유류 탱크 3개가 자리해 이들 유조선 역시 유류를 내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 사이 남포 유류 하역시설에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 유조선은 48척으로 집계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척꼴로 어디선가 북한으로 유류를 실어 나른 듯한 움직임을 보인 것입니다.

짙은 구름이 낀 날은 위성 관측이 어렵고 야간에 드나든 유조선 역시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 실제로 정박한 유조선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포 유류 하역시설은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북한의 불법 유류 활동 현장으로 지목한 곳입니다.

전문가패널은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경로를 거친 유류가 북한 선적 혹은 제3국의 유조선에 실려 이곳에 하역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히 유조선 정박 횟수를 토대로 북한에 반입된 정제유 양을 추산하기도 했는데, 이를 근거로 매년 북한이 안보리가 허용한 정제유 반입량 50만 배럴을 넘기고 있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실제로 전문가패널은 유조선 1척이 실을 수 있는 유류 양을 선박에 따라 1만에서 3만 배럴로 추정했는데, 지난 1년 동안 남포에서 포착된 48척의 유조선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북한은 최소 48만에서 최대 144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했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렇게 많은 양의 유류를 반입했을 가능성이 큰데도, 유엔의 공식 기록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현재 북한에 유류를 수출하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가 10만5천321.69배럴이라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VOA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국이 북한에 공급한 정제유량으로 보고한 수치는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윤활유용 기유 등 비연료 유류 제품만 더한 결과입니다. 중국의 공식 대북 정제유 공급량으로 수년 동안 인용돼 온 기록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에 연료용 유류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논리여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년간 남포의 유류 취급 항구에 50척에 육박하는 유조선이 입출항했다는 사실은 공식적으로는 ‘전무’한 유류 공급과 북한 내부의 실제 유류 소비 정황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들 유조선에 실린 유류 제품 또한 중국을 거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패널은 매년 발행하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유류를 건넨 주체를 중국과 홍콩 등지에 사무실을 둔 회사와 이들 소유 선박이라고 지적해 왔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22일 VOA에 “석유 제품은 일반적으로 유조선과 몇천t을 실을 수 있는 소형 선박에 실려 남포로 운송돼 북한으로 유입된다”며 “여기서 말하는 석유 제품은 대체로 휘발유와 제트연료로 불리는 등유, 그리고 경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Petroleum products generally come by ship by tanker ships, small ships- a few thousand tons each something like that, and they usually go down to Nampo and offload there and go into North Korean service. Petroleum products of course are mostly gasoline, kerosene or jet fuel and diesel fuel. So that clearly has been coming in. But it’s hard to know, you have to count the tankers I guess because the Chinese aren't reporting it. So a big hole, a big gaping hole in the sanctions agreement...”

그러면서 “(VOA의 위성사진 자료로 볼 때) 이들 제품이 유입되는 건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하지만 유조선의 수를 파악하지 않고는 얼마나 많은 석유 제품이 유입되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이는 중국이 (석유 제품의 대북 수입량을) 보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