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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된 북한 정제유 반입량에 허점…밀수 눈감은 채 “상한선 준수”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북한 선박 '안산 1호'의 불법 환적 정황 장면. (자료사진)
일본 방위성이 공개한 북한 선박 '안산 1호'의 불법 환적 정황 장면. (자료사진)

석박 간 환적 등 불법 경로를 통해 북한에 유류가 계속 유입되고 있는데도 유엔의 공식 기록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제출하는 아스팔트와 윤활유 공급량만 ‘상한선’을 준수하는 정제유 규모로 보고해, 기록을 남기지 않는 유류 밀반입엔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각국의 매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보여주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는 2022년 기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유류를 수출하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작년 12월 정제유 공급량을 보고하지 않아 공급량 표가 작년 11월 상황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에 매월 30일까지 전달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중국은 1월 31일까지 12월 공급량 보고를 이미 마쳤어야 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위원회 홈페이지는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이 보고한 수치만을 토대로 지난해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가 10만5천321.69 배럴, 즉 연간 허용치 50만 배럴의 21.06%를 채웠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작년 12월 유류 공급량을 보고하지 않았지만 사실 이 수치를 추산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비연료성 유류, 즉 아스팔트 재료인 석유역청과 윤활유 등의 수출량을 합산한 수치를 대북 정제유 공급량 총량이라며 안보리에 보고했는데, 이들 제품의 작년 12월 수출량은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VOA는 중국이 안보리에 보고한 대북 정제유 공급량과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비교해, 중국이 매월 석유역청과 윤활유, 석유젤리(바셀린) 등 비연료 유류 제품의 합산치를 톤(t) 단위로 제출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수출한 석유역청과 바셀린 등을 합친 수치가 안보리에 ‘정제유 공급량’이라며 보고된 숫자와 정확히 일치했던 것입니다.

이는 중국이 보고한 정제유 공급량에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일반적인 연료용 유류 제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2월 윤활유 151.02t과 윤활유용 기유 17.82t, 석유역청 382.2t 등 총 551.04t에 달하는 유류 관련 제품을 북한에 수출했습니다.

또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수개월간 중국이 톤(t) 단위로 보고한 수치에 8.3299의 환산율을 적용해 t을 배럴로 바꿨는데, 동일한 환산율을 대입하면 중국의 12월 유류 보고분 551.04t은 4천590.10배럴입니다.

이를 1~11월 수치와 더하면 지난 한 해 중국이 북한에 제공한 유류의 총량은 10만9천911.79배럴, 즉 북한에 허용된 정제유 연간 허용치 50만 배럴의 약 21.98%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옵니다.

언뜻 보면 지난해 연간 허용치를 크게 밑도는 유류를 북한에 공급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여기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22%라는 ‘공식’ 수치에 연료성 유류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스팔트(석유역청)와 연료성 제품과는 거리가 먼 윤활유와 윤활유용 기유 등이 정제유로 둔갑해 보고되면서, 연료성 유류 공급을 끊어 북한을 압박하고자 했던 안보리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입니다.

특히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북한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유류가 공식적으론 전혀 반입되지 않았는데도, 안보리는 중국으로부터 매월 정제유 수치를 전달받아 이를 ‘배럴’로 환산해 연간 허용치에 적용하는 ‘노력’까지 기울였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유엔에 보고된 공식 수치엔 북한에 밀반입된 유류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중간보고서에서 작년 1월부터 4월 사이 북한 유조선 16척이 27차례에 걸쳐 약 45만8천898배럴에 해당하는 정제유를 남포 시설로 반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연간 허용치의 약 90%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후에도 같은 방식의 유류 반입이 이뤄졌다면 허용치 50만 배럴을 크게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VOA는 지난해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 남포의 유류 항구에 정박하거나, 북한 서해에서 접선하는 유조선 여러 척을 포착했는데, 이 역시 북한이 중국 등으로부터 유류를 반입하고 있는 정황으로 해석됐습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2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정부가 밀수 방식으로 북한에 반입되는 정제유에 대한 단속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t's a problem for China too because Chinese data for tax collection - how much petroleum did they produce? Well, if some of it sneaks off into North Korea, they don't know. So they're missing petroleum. So, their whole data systems has a big hole in it and the hole is North Korea.”

특히 “이는 중국 세관 당국에도 문제”라며 “얼마나 많은 석유를 생산하고 이중 얼마나 북한으로 흘러 들어가는지 모른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세관 기록 체계에 큰 구멍이 있는데, 그 구멍은 바로 북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중국이 수년 전부터 북한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원유의 양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밀수출되는 정제유와 별도로 송유관을 통해 이뤄지는 중국의 ‘대북 원유 공급’도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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