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최전방 철수 "종말 영화 같은 상황"...러시아, 서방 경고에도 '핵무기 벨라루스 배치' 재확인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아우디우카의 러시아군 폭격 현장에서 우크라이나 전투경찰대원이 지면에 엎드리고 있다. (자료사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최전방 도시 중 한 곳인 아우디우카에서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인원을 철수시키고 있다고 현지 당국자가 27일 밝혔습니다.

아우디우카 군-민 합동 행정위원회 비탈리 바라바시 위원장은 이날 "(행정위원회) 근무자들을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하고, 주민들에게 "아우디우카를 떠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러시아 로켓과 발사체는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누구도, 또는 아무것도 가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바라바시 위원장은 손상된 주거용 건물과 잔해 등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아우디우카의 상황은 "인정하기 부끄럽지만, 점점 더 종말 이후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아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 아우디우카 인구 3만2천

아우디우카는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90km(56mi)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이날(27일)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앞선 24시간 동안 바흐무트를 비롯한 동부전선에서 60건이 넘는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히고, 일부 공세는 아우디우카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전 아우디우카 주민은 약 3만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2천여 명만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러시아군은 최근 아우디우카 북동쪽에 있는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하면서 동부 도네츠크주 전체를 점령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내 도네츠크와 루한시크 주

아우디우카의 상황은 바흐무트 전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전 우크라이나군은 바흐무트 일대에서 대반격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바흐무트 대반격 예고 "러시아군 지친 상태...크이우 지켰듯 기회 잡겠다"

■ 러시아 전술핵 벨라루스 배치 방침 재확인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를 벨라루스에 배치하는 계획을 바꾸지 않고 강행할 것이라고 크렘린궁이 27일 밝혔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전화 회견으로 진행한 정례 브리핑에서 "이러한 반응은 당연히 러시아의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반응'이란, 전술핵 이동 배치 계획에 대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EU) 등의 강력한 반발을 가리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5일,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벨라루스에 전술핵 배치...푸틴 "미국도 동맹국에 핵무기 둔다, 똑같이 하는 것"

그러자 백악관은 다음날(26일), 러시아의 핵무기 상황을 매일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같은날 나토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전술핵 배치 합의를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이 보기: 미 "러시아 핵무기 벨라루스 이동 징후 아직 없어"...나토 "전술핵 배치 무책임" 우크라이나 "핵인질 잡은 것"

옛 소련 시절 벨라루스에는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돼 있었지만, 독립 이후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러시아는 1996년까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3개국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철수한 뒤 자국 영토에만 핵무기를 두고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당국자들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나토 등을 상대로 꾸준히 핵무기 사용을 위협해왔습니다.

이번 전술핵 벨라루스 배치 결정은 처음으로 구체적인 방침이 나온 것이라 주목됩니다.

■ "가스관 폭발 배후 어떤 나라인지 밝힐 것"

이날(27일) 브리핑에서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독일로 향하는 해저가스관 '노르트스트림'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과 관련한 비난도 계속했습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해당 사건의 배후에 어떤 국가 또는 국가들이 있는지 밝힐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했습니다.

이어서 "서방의 은폐 시도를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면서, 사건 배후를 반드시 규명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러시아는 해당 사건이 친우크라이나 세력과 미국 정부의 비밀 작전에 의한 것이라는 보도를 계기로 미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노르트스트림 폭발 배후 친우크라이나 세력" -뉴욕타임스

하지만 미 당국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