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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러시아 핵무기 벨라루스 이동 징후 아직 없어"...나토 "전술핵 배치 무책임" 우크라이나 "핵인질 잡은 것"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자료사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자료사진)

백악관은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을 이행했거나 어떤 핵무기를 옮겼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BS 주간 시사 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의도가 있다는 신호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 발언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가 자체적인 전략 억제 태세를 변경하게 할만한 어떤 것도 못 봤다"고 말했습니다.

커비 조정관은 아울러, 미 당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상황을 매일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 "벨라루스에 전술핵"...운반 수단 이미 배치

전날(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발을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했으며 항공기 10대를 개조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조된 항공기는 벨라루스가 보유한 러시아제 수호이(Su)-25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 요지에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국민투표 등 준비 작업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작년부터 전술핵 배치 합의를 위한 준비 작업을 본격 준비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사흘 뒤인 지난해 2월 27일, 벨라루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영토를 비핵화하고 중립국가화를 목표로 한다'는 헌법 18조를 삭제했습니다.

해당 국민투표는 찬성률 65.1%를 기록했습니다.

옛 소련 시절 벨라루스에는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돼 있었지만, 독립 이후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러시아는 1996년까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3개국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철수한 뒤 자국 영토에만 핵무기를 두고 있습니다.

■ 나토 "위험하고 무책임" 비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전술핵 배치 합의를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강력 비판했습니다.

오아나 룬게스쿠 나토 대변인은 26일 이같이 말하면서 "나토는 조금도 방심하지 않고 있고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핵태세를 조정해야 할 만한 러시아의 핵태세 변화를 포착하진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룬게스쿠 대변인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핵 벨라루스 배치에 관해, 미국의 행위를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반박했습니다.

룬게스쿠 대변인은 "러시아가 나토의 핵공유를 언급한 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서 "나토는 국제적 약속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미국은 수십 년간 전술 핵무기를 동맹국에 둬왔다"면서 "미국과 똑같이 하기로 (벨라루스와 합의)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벨기에,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 등에 핵무기를 배치해두고 있습니다.

룬게스쿠 나토 대변인은 오히려 "러시아는 무기통제 약속을 지속적으로 어겼으며 특히 최근 뉴스타트(New START·신전략무기감축조약) 참여를 중단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는 뉴스타트에 복귀해야 하며 신의를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안보리 소집 요구

우크라이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26일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핵무기를 전쟁 억제와 예방 수단으로 합리적인 관리를 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무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면서,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올렉시 다닐로우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크렘린(러시아)이 벨라루스를 핵 인질로 잡은 것"이라고 이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은 "벨라루스를 내부적으로 더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EU "추가 제재로 대응"

유럽연합(EU)도 러시아의 벨라루스 내 전술핵 배치 계획에 우려와 함께 경고했습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6일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무책임한 긴장 고조 행위이자 유럽 안보 위협을 의미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보렐 대표는 또한 "벨라루스는 그것을 멈출 수 있고, 그들의 선택"이라면서 "EU는 추가 제재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열화우라늄탄, 러시아도 사용"

한편 커비 조정관은 이날(26일) 방송에서, 우크라이나에 영국이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는 데 대한 러시아의 반발을 반박했습니다.

열화우라늄탄은 방사성 위험이 없으며 러시아도 사용하고 있다고 커비 조정관은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 20일, 애너벨 골디 영국 국방차관은 의회의 관련 질의 서면 답변에서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챌린저2 탱크의 탄약 중 일부는 열화우라늄탄"이라고 밝혔습니다.

열화우라늄은 우라늄에서 핵무기나 핵연료에 쓰일 핵분열물질을 추출한 후 남은 물질입니다.

이후 러시아 당국자들이 강력 반발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1일 크렘린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서방 집단이 '핵 성분을 포함한 무기(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그에 상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에도 "이(열화우라늄탄)에 대응할 것이 있다"며 영국에 경고했습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도) 그런 포탄 수십만 발이 있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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