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미 전략자산 잇단 한반도 전개, 달라진 미한 기조 반영”

미 공군 B-52H(가운데) 전략폭격기가 한국 공군의 F-15·F-16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주한미군 제공)

올들어 미국의 전략자산이 잇따라 한반도에 전개되는 것은 미한 양국의 달라진 대북 기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한일 3국 안보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최근 핵무력을 과시하는 등 남북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미국이 최근 잇따라 주요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는 5일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서 한국 공군 F-35A 전투기 등과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대표적 전략자산인 B-52H는 지난달 6일 한국 서해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실시한 지 한 달만에 다시 한반도에 출격했습니다.

B-52H는 사거리 200km의 공대지 핵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1t의 폭탄을 싣고 6천400km 이상을 날아가 목표물을 폭격할 수 있습니다.

핵추진항공모함 '니미츠(왼쪽 두번째)'함이 이끄는 미 제11항모강습단이 지난달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달 27일엔 미 해군의 대표적인 전략자산인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한반도에 전개돼 한국 해군과 연합 해상훈련을 펼쳤습니다. 미 해군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전개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여 만입니다.

니미츠함은 또 이달 3일에는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국, 일본 해상 전력과 함께 대잠수함전 훈련 등 미한일 연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 같은 핵심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특히 올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주목됩니다.

미 태평양공군사령부는 지난달 20일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일본 자위대가 미군 B-1B 전략폭격기가 포함된 통합 훈련을 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B-1B 두 대가 미 공군 F-16, 일 항공자위대 F-15 전투기와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에 실시된 올해 첫 미한 연합공중훈련에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를 보냈고, 같은 달 핵추진 공격잠수함 ‘스프링필드호’가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해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또 3월에 실시된 미한 연합공중훈련에도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폭격기 B-52H를 파견하는 등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동맹과 함께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 전략자산의 잇단 한반도 전개가 이제 ‘새로운 표준(New Normal)’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is is the new normal and this is the ROK and the US alliance ensuring that we sustain readiness and interoperability of South Korean and US military forces, while of course sending the message to Kim Jong un that we have the capability to attack and destroy the regime should he ever use weapons of mass destruction.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아태전략센터 부대표는 7일 VOA에 “이는 미한동맹이 양국 군대의 준비태세와 상호운용성을 유지하도록 보장하는 동시에 김정은에게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경우 정권을 공격하고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지속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력에 기여하고 미한 양국군의 준비태세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원래는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최근의 잇단 전략자산 전개를 새로운 표준으로 평가한 것은 지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따른 연합훈련 감소와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이 겹치면서 전략자산 전개가 크게 줄었다가 이제 다시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이 같은 ‘새로운 표준’은 최고 수준의 연합군 준비태세를 보장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달라진 정책 기조와 의지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맥스웰 부대표] “That is because over the last year, the Biden administration and Yoon administration are committed to ensuring the highest level of readiness of the combined military forces. This shows a different stance from past governments. And so both Biden and Yoon have demonstrated their commitment to the defense of South Korea and to deterring North Korean attack and particularly the use of weapons of mass destruction, either in South Korea in the region, and of course in the worst case for the United States against the homeland.”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한국을 방어하고 북한의 공격을 저지하며, 특히 대량살상무기 사용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겁니다.

맥스웰 부대표는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미한 양국 행정부의 의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미국 전략자산의 잇단 전개는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을 달래고 확장억제력을 보장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노력의 일환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the other thing that's important, we don't want South Korea to develop nuclear weapons. So we want to show them that we're there with them. And so, by conducting this exercise we're sending that signal.”

미국은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따라서 전략자산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미국이 한국과 함께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코브 전 차관보는 또한 북한에 실제적인 경고가 될 수 있는 전략폭격기나 핵 항모를 이끌고 연합훈련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북한의 도발에 언제든 공동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미국 전략자산 전개와 연합훈련 실시가 앞으로 한반도 사안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미한일 3국 간 군사 협력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particularly Japan and South Korea are mending their relations. North Korea is launching weapons over Japan literally and figuratively. So I do think that Japan might join, working with South Korea and the U.S. And, you know, as North Korea conducts provocations, our trilateral cooperation gets stronger and more refined. Kim Jong un is actually helping the U.S. and Japan improve trilateral cooperation and mutual defense.”

코브 전 차관보는 최근 한일 관계 개선과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미한일 3국 간 군사 협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3국 간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정교해질 것이며, 개선된 3국 간 안보 분야 협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더 나아가 경제 등 다른 분야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낼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