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일 세 나라는 3일 미 항모전단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한 해상 연합훈련에 돌입했습니다. 북한의 추가도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굵직한 정치 행사들이 들어 있는 이달 중 대형 도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는 3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미국, 일본 참가 전력과 함께 대잠수함전훈련, 수색구조훈련 등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대잠수함전훈련은 최근 북한의 고도화되는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수중위협에 대한 미한일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마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전하규 대변인] “이번 한미일 대잠전 훈련 시에 한미 해군이 보유 중인 수중무인표적을 활용해서 훈련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서 북한 수중위협에 대한 3자의, 한미일의 탐지·추적·정보 공유·격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번 훈련엔 미 해군에서 지난달 27일 한국 해군과 연합 해상훈련을 했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와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함’, ‘웨인 E.메이어함’ 등이 참가합니다.
이번 훈련은 ‘니미츠호’가 속한 미 해군 제11항모강습단 크리스토퍼 위니 단장이 지휘관을 맡습니다.
한국 해군에선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과 구축함 ‘최영함’, ‘대조영함’ 그리고 군수지원함 ‘소양함’이 그리고 일본 해상자위대에선 호위함(구축함) ‘우미기리’가 참가합니다.
이번 훈련에서 미한일은 수상 함정이 어뢰와 비슷한 형상의, 북한 잠수함을 모의한 수중무인표적에서 발생하는 음파를 탐지, 추적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어뢰로 파괴하는 절차를 숙달합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번 훈련에 대해 북한이 SLBM에 이어 잠수함 발사 순항미사일인 SLCM, 그리고 최근 관영매체를 통해 신무기로 주장한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등 다양한 수중전력 개발에 대응한 훈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한일은 지난해 9월 한국 동해 공해상에서 미국 핵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한 가운데 대잠수함전 훈련을 펼친 바 있습니다.
또 작년 10월과 지난달 22일엔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미사일방어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한반도 부근의 미한일 3국 연합해상훈련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 들어 이번이 4번째입니다.
한국 해군 참가전력 지휘관인 해군 7기동전단장 김인호 준장은 “이번 훈련은 고도화되는 북한 수중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한일의 해양작전 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북한 도발도 압도적, 결정적으로 대응해 무력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훈련을 계기로 북한이 추가 무력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13~23일 진행된 올 전반기 미한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그리고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실시된 미한연합 상륙작전 ‘쌍룡훈련’에 즈음해서도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무인수중공격정 시험 실시를 주장하며 도발을 이어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한 미한일 해상훈련 직후인 지난해 10월 4일 일본열도를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 IRBM을 쏘는 도발을 감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전략자산 중에 사실 항모전단이 가장 막강한 전략자산이죠. 그것이 들어오더라도 이제는 북한이 더 이상 그것에 위축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큰 거고요. 두번째는 상징을 넘어서서 쏘는 미사일 종류를 보면 항모전단도 자신들이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는 것도 같이 보여주려는 것도 있는 거죠.”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일 논평에서 미한 연합훈련 내용이나 미국의 강습상륙함 ‘마킨 아일랜드함’ 그리고 ‘니미츠호’의 한반도 전개 사실을 거론하며 북한이 핵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고 미한의 도발에 자신들의 선택도 그에 상응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미한일은 지난해 9월 훈련 때 중국 정보함이 인근 해역에서 포착됐던 것과 같이 이번 훈련에도 주변국들이 정보 활동을 벌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는 ‘니미츠호’가 부산에 입항한 지난달 28일 동해에서 초음속 대함 순항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하며 견제행동에 나섰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김열수 안보전력실장입니다.
[녹취: 김열수 실장]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이 북한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안보군사적 현시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 얘기를 했거든요. 그리고 난 뒤에 12월에 니미츠함을 서태평양쪽으로 보냈으니까요, 서태평양 지역엔 이제 2척의 항공모함이 상주하게 된 것이죠. 굉장히 큰 변화니까 여기에 대해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굉장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한편 오는 15일 북한의 최대 명절로 일컬어지는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등 이달 중 대형 정치 이벤트를 북한의 도발 수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이 이달 중으로 예고한 군 정찰위성 발사를 비롯해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용 고체연료 로켓엔진의 연소시험이나 이를 적용한 미사일 시험발사 또는 기존 액체연료 ICBM의 정상 각도 시험발사 등이 가능한 도발 유형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또는 순항미사일 등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한 핵탄두의 성능 검증을 위한 제7차 핵실험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전술핵무기를 공개한 이상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전술핵실험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과거에도 그랬듯이 북한은 핵무기를 공개한 후에 핵실험을 했으니까 핵무기 공개의 의미는 이제 추가로 핵실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거죠.”
북한은 앞서 지난달 2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소형화 경량화한 실물형태의 신형 전술핵탄두 ‘화산-31형’을 공개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