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점령 추진 방식을 '초토화 전술'로 전환했다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이 10일 밝혔습니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이날 공개된 군 공보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쓰던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내전에 개입한 뒤, 알레포 동부 반군 장악지를 전략 폭격기와 지상군을 동시 동원해 맹폭했습니다.
이후 반군의 저항 의지가 꺾인 것으로 평가됐고, 아사드 정권은 일정 수준의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바흐무트에서도 "적들(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 용병)이 공습과 포격을 통해 건물과 진지를 파괴하고 있다"면서 "시리아에서처럼 소위 초토화 전술로 전환한 것"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 용병 소진 눈앞
시르스키 사령관은 이같은 러시아의 전술 전환 배경에 관해, 바흐무트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소속 병력이 소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습니다.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는 지난 2일, 바흐무트 중심인 행정청 건물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법적 의미에서 우리가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러시아 용병, 바흐무트 함락 선언 "법적으로 우리 것"...젤렌스키 "상황 뜨겁다, 이번 주 중요"바그너 소속 병력은 최근 바흐무트에서 전과를 올리면서 막대한 인명 피해를 냈으나, 충원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이 때문에 러시아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공수부대와 특수부대까지 총력 투입해 공격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대응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고 평가했으나 "통제 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지난달, 러시아 측이 지쳐가고 있다면서 '대반격'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바흐무트 대반격 예고 "러시아군 지친 상태...크이우 지켰듯 기회 잡겠다"■ 바흐무트 서쪽 방어선
개전 1년을 넘긴 현재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동부 바흐무트 전황은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바그너 용병들과 러시아 정규군이 바흐무트 동쪽 방면을 장악한 채, 서쪽에 모여있는 우크라이나군의 방어 진지를 3면 포위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10일), 러시아 측이 바흐무트 서쪽을 공격했지만 물리쳤다고 발표했습니다.
총참모부는 또한 러시아 측이 아우디이우카 공격을 계속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우디우카는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90km(56mi)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현지 당국은 지난달 27일, 이 지역 상황이 "종말 이후 영화의 한 장면과 같아 보인다"면서 철수령을 발동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방 철수 "종말 영화 같은 상황"...러시아, 서방 경고에도 '핵무기 벨라루스 배치' 재확인■ 미국 기밀정보 유출 파장 계속
미국 정보기관의 기밀문건 유출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미국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카리브해 진출을 노렸다는 첩보가 알려졌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8일과 9일자 보도를 종합하면, 바그너 그룹 측은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정부에 치안 유지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최근 유출된 미 정보기관 자료에 나타나 있습니다.
아이티는 최근 대규모 자연재해와 정정 불안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치안 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나라입니다.
급기야 지난 2021년 7월에는 현직 대통령이 암살됐습니다.
같이 보기: 미국, '대통령 암살' 아이티에 특사 임명미 정보기관 유출 자료에는 바그너 측이 갱단 폭력으로 극심한 치안 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아이티 정부에 갱단을 소탕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후 바그너와 아이티 정부의 협상 진행 성과는 평가되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제안이 진전되서 바그너 용병들이 아이티의 치안 확보를 담당하게 됐다면, 미국의 근접 거리에서 합법적인 활동을 할 수도 있었던 셈입니다.
■ 활동 영역 확대 노력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과 계약을 맺고 활동한 전례가 있습니다.
말리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등 최소 6개국과 계약을 체결해 용병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아프리카 순방 길에 바그너와 계약하지 말 것을 역내 국가들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미 국무, 아프리카 국가 바그너 용병 고용 금지 촉구■ 러시아, 영국 정찰기 격추할 뻔
러시아와 영국이 직접적인 군사적 충돌을 벌일 뻔한 사건도 유출 자료에서 드러났습니다.
유출 문건의 한 대목을 보면, 지난해 9월 29일 우크라이나 남쪽 크름반도 연안에서 러시아가 영국 정찰기를 격추하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명시됐습니다.
해당 문건 작성자는 이 사건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끌어들일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미 정보기관이 생산한 기밀 문건이 잇따라 온라인에 유출된 데 관해, 러시아 등 적성국 뿐 아니라 한국과 영국 등을 비롯한 동맹국도 첩보 대상이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각국이 대응에 나섰습니다.
같이 보기: CIA 자료 등 미국 기밀 유출 파장 "한국·영국·이스라엘 등 동맹국 감청 사실 드러나"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