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이 2일,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함락을 선언했습니다.
바그너 그룹 실소유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업자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흐무트 중심인 행정청 건물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법적 의미에서 우리가 바흐무트를 점령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적(우크라이나군)은 서쪽 외곽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바흐무트를 점령한 이들은 바그너 그룹"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법적 의미에서 바흐무트는 우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11일 프리고진 창업자는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영상을 통해, 바그너 소속 병력이 바흐무트의 행정 중심지에 근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층 건물 옥상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에서 프리고진 창업자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을 가리키며 "바흐무트 시 행정청 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저 곳은 여기서 불과 1.2km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날(지난달 11일) 영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은 바그너 그룹이 바흐무트 동쪽을 대부분 차지했다고 확인했습니다.
■ 젤렌스키 "바흐무트 상황 뜨겁다"
반면 2일 우크라이나 측은 여전히 바흐무트를 방어하고 있다며 바그너 그룹의 발표를 반박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바흐무트의 군사적 상황이 뜨겁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을 격려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정례 화상 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다가오는 한 주는 우리의 방어와 승리를 향한 전진을 위해 특히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이미 예정된 행동과 결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이날 "적(러시아)은 바흐무트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면서도 "우크라이나 수비군은 적의 수많은 공격을 격퇴하며 용감하게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습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은 지난달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바흐무트에서의 거듭된 전투로 러시아군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며 대반격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날(2일) 우크라이나 당국은 바흐무트에서 27km 떨어진 코스티안티니프카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으로 남성 3명과 여성 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습니다.
표적이 된 지역은 민간 주거지역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 국방 "전략적 가치 보다 상징적"
바흐무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 있는 소도시로서, 이번 전쟁의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곳입니다.
앞서 이 지역을 러시아 정규군과 바그너 그룹 측이 3면으로 에워싸며 함락 가능성이 커지자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철수론'이 제기됐지만, 계속 방어하겠다는 입장을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당국이 공표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군사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군이 더 이상의 병력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바흐무트를 사수할 가치가 없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끈질긴 바흐무트 방어가 러시아군에 막대한 병력과 탄약 손실을 입혔다는 점에서 이미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이어지는 중입니다.
미 당국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6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취재진에게 "바흐무트가 함락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러시아가 이 싸움의 흐름을 바꿨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바흐무트는) 전략적, 작전상 가치보다는 상징적 가치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스틴 장관은 아울러, 러시아가 바흐무트에 "훈련되지 않고 장비도 부족한 (용병 주도) 부대를 계속 투입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군사 지원을 받아 참을성 있게 다른 곳에서 전투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오스틴 장관은 강조했습니다.
■ 미 합참의장 "올해 러시아군 격퇴 힘들다"
이런 가운데,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올해 안에 우크라이나군이 자국 영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기는 힘들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습니다.
밀리 의장은 지난달 31일 국방전문매체 디펜스원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것에 관해 "올해 짧은 기간 안에 완료될 것 같지 않다"면서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