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벨라루스 공군 핵무기 투하 훈련 완료"...태평양함대 최고 경계 태세 발령

수호이(Su)-34 전투기들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상공에서 비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벨라루스에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는 계획에 따라, 벨라루스 공군 조종사들이 관련 훈련을 마쳤다고 러시아 국방부가 14일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핵무기 장착과 운반, 투하 등에 관한 전과정을 벨라루스 조종사들이 숙지했다고 밝히고, 모든 과정이 러시아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와 함께, 벨라루스 공군이 보유한 수호이(Su)-25 전투기의 무기 사용에 필요한 기술을 교육받았다고 말하는 조종사의 소감을 공개했습니다.

■ 7월 1일 핵무기 저장고 완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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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발을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항공기 10대를 개조했으며,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 요지에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러시아의 전술핵무기는 물론, 전략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영토 내 배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국정연설에서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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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정상은 이달 5일 모스크바에서 회담했습니다.

핵무기 배치에 관한 세부 사항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크렘린궁은 관련 사안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부인했습니다.

■ 나토 최전방 국가들까지 위협

러시아의 전술핵을 유치하는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북부에 접한 나라입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최전방 국가들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들은 러시아 전술핵이 벨라루스에 진출하면 직접 위협을 받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과 러시아·벨라루스·폴란드 등 주변국가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동맹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Union State) 개념을 추구하며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의 최대 후원국입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에 기지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 북부 진입 경로를 열어줌으로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 지원했습니다.

■ 회수했던 핵 재배치

옛 소련 시절 벨라루스에는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립 이후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러시아는 1996년까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3개국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철수한 뒤 자국 영토에만 핵무기를 두고 있습니다.

이제 벨라루스에 다시 러시아의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당국자들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나토 등을 상대로 꾸준히 핵 사용을 위협해왔습니다.

벨라루스 측은 자국 영토에 러시아 핵무기를 유치하는 것이, 미국과 서방의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독일 레오파르트2 탱크 18대 우크라이나 도착...벨라루스 "러시아 핵무기 우리 영토 배치는 미국·나토 때문"

벨라루스 외무부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미국과 나토의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영토에 수용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 태평양함대 최고 경계 태세 발령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4일 태평양함대의 불시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한다며 '최고 경계 태세'를 발령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이날 담화를 통해 "오전 9시(모스크바 시각)부터 태평양함대는 최고 수준의 전투준비 태세에 돌입했다"고 밝히고 "이번 점검의 주요 목적은 해상 방면에서 예상되는 적 공격을 물리치기 위한 군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점검에서 태평양함대는 대규모 미사일 공습 격퇴, 잠수함 탐지·파괴, 잠재적 적군의 지상 시설 및 해상 공격을 물리치기 위한 어뢰 ·미사일 발사 등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러시아 해군 참모총장 직접 점검을 지휘한다고 보도됐습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점검 기간에 태평양함대는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열도 남단(일본명 북방영토)과 사할린에서 적 상륙을 격퇴하는 훈련도 진행합니다.

이 훈련에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와 태평양함대 이외 부대에 편성된 전투기 등도 동원합니다.

또 전략 잠수함의 전투 안정성과 무기 사용 준비 상태 등에 대한 점검도 진행됩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