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에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배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31일 밝혔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연례 국정연설에서, 서방이 벨라루스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은) 우리나라를 침공하고 파괴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 말을 믿으라, 나는 속인적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벨라루스가 진행 중인 러시아 핵무기 유치 사업은 "(다른 나라를) 위협하거나 협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국가를 지키고 벨라루스 국민의 평화를 보장하는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략 핵무기를 논의한 뒤 이(벨라루스 영토 내 배치)를 허용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병력과 장비 이동을 금지하고 즉각 휴전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 전술핵 배치 계획 진행 중
루카셴코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전술핵 배치에 이어, 전략핵과 ICBM까지 들여놓을 수 있다는 이야기라 파장이 예상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5일, 핵심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로씨야 24' 방송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밝히고, 핵무기 운반체계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여러 발을 이미 벨라루스에 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항공기 10대를 개조했으며, 오는 7월 1일까지 벨라루스 요지에 전술 핵무기 저장고를 완공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백악관은 다음날(26일), 러시아의 핵무기 상황을 매일 감시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분명히 중대한 선을 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같은날 나토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전술핵 배치 합의를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벨라루스 외무부는 28일 성명을 통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러시아 전술 핵무기를 영토에 수용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2년 반 동안 유럽연합(EU) 회원국들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나토 동맹국들로부터 전례 없는 정치·경제·정보적 압력을 받아왔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서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서 "이러한 상황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 안보상 정당한 우려와 위험을 고려할 때, 자체 안보와 방어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러시아 핵심 동맹
옛 소련 시절 벨라루스에는 핵탄두가 탑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돼 있었지만, 독립 이후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통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약속받고 핵무기를 포기했습니다.
러시아는 1996년까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3개국에 배치됐던 핵무기를 철수한 뒤 자국 영토에만 핵무기를 두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앞서 자국 영토에 훈련 명목으로 러시아군 병력과 장비를 받아들임으로써, 북쪽 진입 경로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벨라루스군의 참전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벨라루스는 또한 나토 동부 최전방 국가들인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등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들은 러시아 전술핵이 벨라루스로 진출하면 직접 위협을 받게 됩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당국자들은 지난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와 나토 등을 상대로 꾸준히 핵무기 사용을 위협해왔습니다.
■ 젤렌스키, '부차 학살' 1주년 "용서 않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31일, 러시아가 부차를 점령해 벌인 민간인 학살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며 "모든 가해자를 찾아내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부차 학살' 1주년 메시지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 사건은 점령국(러시아) 군대가 벌인 잔학 행위의 상징이었다"고 상기시켰습니다.
부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 인근 도시로서, 지난해 전쟁 초기 러시아군이 점령했다 퇴각한 뒤 거리에 방치된 민간인 시신과 대규모 매장지가 잇따라 나와 집단 학살을 비롯한 전쟁범죄 현장으로 지목된 곳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해 4월 6일 워싱턴 D.C. 시내 행사 연설을 통해, 부차 일대에서 벌어진 일을 '중대 전쟁범죄'로 규정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같은날, 러시아에 대한 모든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주요 금융 기관들을 전면 차단하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 전쟁 범죄 사례 9천 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31일) 부차 학살 1주년 메시지에서 "(러시아군의) 점령 33일동안 1천400명이 죽었고, 그 중에 37명이 어린이였다"면서 "175명이 넘는 사람은 고문실에서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부차에서 확인된 러시아의 전쟁 범죄 사례가 9천 건에 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주요 당국자들의 현장 방문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습니다.
■ 민간인 대규모 사망 잇따라
지난해 이맘때 부차의 상황이 알려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서 곳곳에서 벌어진 참상에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앞서 같은해 3월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피신해 있던 극장이 폭격받아 지역 당국 추산 300명이 목숨을 잃었던 시점이었습니다.
부차 사태 직후 러시아군은 크라마토르스크 철도역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해 민간인 약 60명이 숨졌습니다.
사망자들은 피란을 떠나려는 가족들이 대부분이었고, 어린이도 포함됐습니다.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다른 도시 이지움에서는 지난해 9월 440구 넘는 시신이 매장된 집단 무덤이 발견됐습니다.
매장된 시신들은 대부분은 총에 맞거나 포격, 지뢰 등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군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기고문과 살인 등 만행을 저지른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이어서, 올해 1월에는 드니프로 아파트 단지가 미사일 폭격을 받아 민간인 46명이 사망했습니다.
■ 푸틴 국제형사재판소 체포 영장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벌인 전쟁 범죄 혐의에 관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입니다.
피오트르 호프만스키 ICC 소장은 지난 17일 특별 담화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어린이들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에 책임이 있다고 볼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실을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날(17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ICC 체포영장 발부는 "정당성이 증명됐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ICC 영장 발부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매우 강력한 포인트"라며, 푸틴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실제 집행돼 재판을 받아야 하냐는 질문에 "그는 분명히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는 이같은 상황에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은 지난 23일, ICC 체포영장 발부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해외에서 체포된다면 러시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의미한다고 경고했습니다.
■ 핀란드, 이르면 다음주 나토 가입 확정
30일 튀르키예 의회가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동의 안건을 가결했습니다.
이날 표결에서 의원 276명 전원 찬성 투표했습니다. 헝가리 의회가 같은 안건을 가결한지 사흘만입니다.
이에 따라, 나토 회원국 30개 나라가 모두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찬성했습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나머지 28개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튀르키예와 헝가리는 한동안 찬성하지 않다가 막판에 동의했습니다.
앞으로 튀르키예와 헝가리 정부가 나토 주도 국가인 미국 정부에 문서를 보낸 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공식적으로 핀란드를 나토 회원국으로 초대합니다.
이후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이 문서에 서명해 미국에 보내면 가입 절차가 완료됩니다.
이르면 다음주 이같은 과정이 마무리하고, 핀란드가 31 번째 나토 회원국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강하고 능력있는 동맹국 될 것"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30일) 트위터를 통해, 핀란드의 합류가 "나토 가족 전체를 더 강하고, 더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며 환영했습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같은날 공식 성명을 내서 "30개 모든 나토 회원국들의 신뢰와 지지에 감사하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핀란드는 동맹 전체의 안보에 매진하는 강하고 능력 있는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10개월이 넘는 긴 (나토 가입) 작업이 끝났다"면서 "우리는 역사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날 강조했습니다.
이로써,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지난 1948년 이후 75년 만에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 중립국 포기하고 나토 가입 신청
핀란드는 중립노선과 군사적 비동맹 주의를 지켜온 나라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안보 지형이 급변하자, 역시 중립국가였던 스웨덴과 함께 같은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습니다.
이후 약 두 달 만인 지난해 7월, 30개 나토 회원국이 두 나라의 가입을 승인하는 의정서에 서명한 뒤, 각 회원국 의회 비준 절차를 밟았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 해당 비준안이 상원을 통과했고,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까지 마쳤습니다.
그러나 헝가리와 튀르키예가 반대하면서 가입 수속의 전체적 진행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 정상이 모두 승인하고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 스웨덴 가입 안건 유예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한 스웨덴은 언제 나토에 합류할지 미지수입니다.
스웨덴에 대한 동의 안건은 튀르키예와 헝가리 모두 아직 처리하지 않고 유예 중입니다.
튀르키예 정부가 테러단체로 규정한 국내외 쿠르드족 단체와 쿠르드인들이 2016년 튀르키예 불발 쿠데타의 주역이라며 처벌을 요구하는데도, 스웨덴은 이들에게 관대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에 따라, 스웨덴을 '테러 용인국'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웨덴 주재 튀르키예 대사관 앞에서 반무슬림 시위대가 이슬람 경전 쿠란을 불태운 사건 때문에 튀르키예 정부가 더욱 반발하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막고 있습니다.
헝가리의 경우, 최근 스웨덴 정치인 일부가 헝가리의 법치와 민주주의가 쇠퇴했다고 비판한 것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정부는 "스웨덴 일부 정치인들이 헝가리의 민주주의를 조롱하면서, 헝가리가 민주주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수 십억 유로 유럽연합(EU) 지원금을 동결하는데 앞장섰다"고 비난했습니다.
스웨덴은 이에 관해, 반테러법을 강화하기 위한 헌법 일부 개정까지 최근 끝냈습니다.
스웨덴 정부는 오는 7월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가입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