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서해상에서 또다시 불법 환적 의심 사례가 발견됐습니다. 올해 들어 불과 4개월 만에 지난 한 해 전체 수치와 맞먹는 36건을 채웠습니다. 더욱 활발해진 환적과 연계된 듯 남포항에선 석탄과 유류 반출입 움직임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9일 북한 서해 초도 해상에 선박 2척이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길이 100m와 45m의 선박은 북한 초도 북쪽 약 8km 떨어진 지점에서 선체를 바짝 붙이고 있습니다.
이중 길이가 긴 선박은 2개로 나누어진 적재함을 개방한 상태입니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적재함을 활짝 열고 더 작은 선박과 물품을 주고받는 듯한 장면은 지난해부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등이 지적한 불법 환적 모습과 일치합니다.
앞서 VOA는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해 이 일대에서 36건의 환적 의심 사례를 발견해 보도했습니다.
올해 들어선 이달 12일까지 35건의 환적 의심 행위를 발견했는데, 이번 사례를 더하면 올해 환적 의심 건수는 작년과 동일한 36건으로 늘어납니다. 이달까지 불과 4개월 동안 지난해 1년 치와 맞먹는 불법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속도라면 올해 초도 일대 환적 건수는 지난해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 11조를 통해 북한이나 북한을 대리하는 선박이 어떤 물품도 건네받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문제의 선박이 환적을 통해 어떤 물품을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물품의 종류와 관계없이 제재 위반이라는 의미입니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공해상이 아닌 자국 영해에서 선박 간 환적을 벌이는 신종 수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초도 인근 해상을 주요 환적지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해외에서 출항한 선박이 이 지점에서 북한 선박과 만나 환적한 뒤 종류를 알 수 없는 화물을 북한 남포로 옮기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북한의 최대 항구로 꼽히는 남포에서는 인근 해상의 환적 증가 추세에 비례해 선박의 분주한 움직임이 덩달아 눈에 띕니다.
‘플래닛 랩스’가 이달 남포 석탄 항구를 촬영한 위성사진 자료에는 대형 선박 여러 척이 입출항을 반복한 정황이 담겨있습니다.
특히 16일엔 길이 160m의 대형 선박 1척이 이 부두에 접안해 18일까지 같은 자리에 머물다 떠났습니다.
바로 앞쪽 부두에는 검은색 물체가 펼쳐져 있고, 해당 선박의 적재함 속에도 같은 색상의 물체가 식별됐습니다.
앞서 VOA는 북한이 석탄 항구에서 석탄 대신 식량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포대를 하역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 항구에선 여전히 하얀색 물체를 내리는 선박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이날 발견된 160m 선박처럼 검은색, 즉 석탄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싣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또다른 석탄 취급 항구인 송림항에서도 19일 적재함을 열고 있는 길이 175m와 140m 선박 2척이 발견됐습니다.
위성사진 화질이 낮아 정확한 상황은 파악할 수 없지만, 선박의 적재함 안쪽과 부두가 유독 검게 나타나 석탄 적재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런 가운데 남포 유류 항구에도 크고 작은 유조선의 입출항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VOA가 ‘플래닛 랩스’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달 초부터 22일까지 남포 유류 하역 시설로 들어온 유조선은 7척으로 집계됐습니다. 3일에 한 척꼴로 어디선가 유류를 실어 나른 듯한 움직임입니다.
특히 21일에는 전날까지 없던 100m와 65m 길이의 유조선 2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에 유류를 공급했던 중국과 러시아는 자체 무역 자료 등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연료성 유류를 북한에 전혀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남포의 최대 유류 항구에 유조선이 버젓이 드나들고 있어 선박 간 환적 등 불법 경로를 거친 유류가 남포에 유입되고 있다는 추론에 더욱 힘이 실립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