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중재에 나선 중국 정부 특사에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점령지 반환 없는 종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18일 "드미트로 쿨레바 장관이 16~17일 우리나라(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리후이 중국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와 회동했다"고 발표하고 "우리는 영토를 잃거나, 전황을 지금대로 동결하는 상태에서 전쟁을 끝내는 어떠한 방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하게 밝혔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중국 정부 특사(리 대표)에게 우크라이나의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평화를 회복한다는 원칙을 쿨레바 장관이 자세히 브리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의 회동은 17일 크이우(우크라이나 수도)에서 진행됐다"고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설명했습니다.
이날(18일) 중국 외교부는 리 대표가 우크라이나 방문 기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내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대신해, 리후이 특사가 이끄는 중국 정부 대표단에게 현재 우크라이나 안보 상황에 관해 브리핑했다"고 이날(18일) 트위터를 통해 밝혔습니다.
■ 리 특사 '4가지 당위' 제시
이날(18일)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 따르면, 리 대표는 '4가지 당위'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대하는 중국의 기본원칙이라고 쿨레바 장관에게 강조했습니다.
4가지 당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평화로 이끌어 가는 기초 원칙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제시한 '4가지 당위', '4가지 공통', '3가지 사고'의 대전제를 가리킵니다.
4가지 당위는 첫째, '유엔 헌장 취지·원칙 준수', 둘째 '모든 국가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셋째 '우크라이나 위기의 평화적 해결을 지향하는 모든 노력 지지', 넷째 '흑해 곡물 협정 이행 보장 등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 확립' 입니다.
또한 리 대표는 "조속한 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중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우크라이나를 도울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중국 외교부가 소개했습니다.
리 대표는 이 밖에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에너지부, 국방부 당국자들과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정치적 해결과 중국-우크라이나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덧붙였습니다.
■ 중국 중재 노력
중국 특사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이후 처음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재 의지를 적극 표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은 (이번 전쟁의) 실행 가능한 유일한 출구"라면서, 리 대표를 특사로 파견해 정치적 해결을 위해 각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리 대표의 이번 순방의 목적이 "우크라이나의 위기에 관한 정치적 해결 방안에 대해 모든 당사자와 소통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일정을 마친 리 대표는 폴란드·독일·프랑스·러시아를 방문합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전 협상 재개 급물살...중국 '중재 역할' 특사 파견 공식 발표■ 크름반도 열차 탈선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18일 대규모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역 당국은 폭발로 인한 사건으로 의심하면서, 우크라이나 연계 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했습니다.
친러 인사인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크름) 자치공화국' 수반은 이날 오후 "곡물을 실은 열차가 심페로폴 지역에서 탈선했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내면서 사건을 확인했습니다.
현지 교통 당국은 이번 사고로 철도 8량이 탈선했으며 사상자는 없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크름반도 물류 중심지인 심페로폴에서 탈선한 열차의 사진과 영상이 속속 올라오는 중입니다.
현지 친러 매체들은 탈선 현장에 폭발로 인한 대형 '분화구(구덩이)'가 생겼다고 전했습니다.
탈선한 8량 가운데 5량은 완전히 전복돼, 탈선 원인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상당히 컸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당국은 사건 직후 심페로폴과 세바스토폴을 잇는 철도 운행을 중단시켰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 사령부가 있는 곳입니다.
■ 우크라이나 '대반격' 연관 주목
친러 인사인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크름)의회 의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비인가 제3자의 개입에 의해 발생했다"고 이날(18일) 현지 방송에 밝히고 "사법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연계 세력의 소행으로 지목한 것이라고 현지 친러 매체들은 해설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부터 러시아 남동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는 정체 불명의 폭발물 때문에 열차가 탈선하거나, 무인항공기(드론) 공습으로 송전탑과 유류저장고 등에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군, 러시아 본토 대대적 공습"...폭발 후 열차 탈선·송전탑 폭파 등 잇따라일련의 사건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지 수복을 위한 '대반격'을 예고한 직후 이어지고 있어서 주목됩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대반격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앞서 러시아 군수물자 보급을 방해하고 전력과 병참 네트워크에 혼란을 초래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보타주(고의·비밀 파괴공작) 활동을 벌이는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러시아 본토에서 발생한 폭발·화재와 관련해 "러시아 내에서 발생한 사건 대부분은 우연이 아니"라고 앞서 말한 바 있습니다.
자국 소행임을 암시한 대목입니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크름반도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 사령부 유류저장고에 드론 공습이 단행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 남부사령부는 다음날 자국군 소행임을 시인했습니다.
같이 보기: 우크라이나 "흑해함대 사령부 공격, 우리가 했다" 인정...러시아 국방부, '마리우폴 도살자' 병참 차관 해임러시아 국방부는 이 사건과 관련, 병참 분야 최고위급 책임자인 미하일 미진체프 차관을 해임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