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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러시아 정전 협상 재개 급물살...중국 '중재 역할' 특사 파견 공식 발표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우크라이나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 정전협상 중재를 위한 특사를 파견합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후이 유라시아사무특별대표가 오는 15일부터 우크라이나·폴란드·프랑스·독일·러시아 등 5개국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인 해결에 대해 각국과 소통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정전과 평화협상 개시를 위해 공헌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발표는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통보한 계획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중재 의지를 적극 표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은 "대화와 협상은 (이번 전쟁의) 실행 가능한 유일한 출구"라면서, 리 대표를 특사로 파견해 정치적 해결을 위해 각측과 소통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 "평화 권하고 협상 촉진"

왕 대변인은 이날(12일) 브리핑에서 "이번 (리후이) 중국 대표의 관련국 방문은 중국 측이 평화를 권하고 협상을 촉진하고 있음을 또 한 번 보여주는 일이자 중국이 평화의 편에 서 있음을 충분히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상황 악화 방지, 국제사회의 더 많은 공동인식 결집 등에서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하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추동"하는 것이 중국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등 5개국에 특사로 가는 리 대표는 중국 외교가에서 대표적인 러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현재 70세로, 지난 2008년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거쳐 2009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0년동안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리 대표가 대사 임기를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기 직전인 2019년 5월, 양국 관계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우호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외교부 부부장과 주러 대사를 지낸 리 대표 같은 중량급 인사가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와 말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해설하고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모두 긍정 반응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종료하기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에 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시 주석과 통화 당시, 평화 회복을 위해 중국이 외교적 수단을 통해 위기 해결에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전한 바 있습니다.

앞서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전쟁을 끝내게 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다음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평화 방안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이우(러시아명 키예프)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 직후 공동회견에서 "우리는 중국이 평화 방안을 이행하는 파트너가 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도 중국의 중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중국과 우크라이나의 최근 교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과 러시아의 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는 모든 것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습니다.

■ 초기 정전협상 후속 조치 '불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정전 협상은 개전 초기였던 지난해 봄 튀르키예 등의 중재로 수차례 진행됐으나, 이후 수속 조치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작년 3월 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진행된 정전협상 5차 회담에서 양측은 일부 진전을 이룬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제3국이 관여하는 안전 보장이 성사되면 '중립국'과 '비핵화' 지위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영토 문제 쟁점 중 하나인 크름반도(크림반도) 사안은 향후 15년간 협의하자고 요청했습니다.

러시아 측은 지난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루한시크인민공화국(LPR)'과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을 승인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수도권 소도시 부차와 이르핀, 보로디안카 일대에서 대규모 민간인 시신이 발견되면서 '집단 학살' 의혹이 불거진 이후, 협상은 경색 국면에 돌입했습니다.

그 뒤로 러시아는 '전쟁 2단계 개시'를 선언하고, 돈바스 일대 등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초부터 중국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습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평화 중재안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평화회담 시작', '핵무기 사용 금지', '일방적인 제재 중단' 등으로 구성됐습니다.

미국과 서방 주시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당초 중국이 중재하는 우크라이나 사태 평화협상이 러시아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치우칠 것으로 보고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 외교 원로 가운데 대표적 '중국통'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지난 7일 방송된 CBS 인터뷰에서, 올해 말 중국의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같은 날(7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의 개입에 회의적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최근 중국의 중재 역할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최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이 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의 협상 개입에 회의적이었던 서방국가들의 인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대반격' 예고 속 격전지 전황 변화

이같은 상황 변화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봄철 대반격'을 예고한 가운데, 바흐무트를 비롯한 격전지 전황이 급변하는 흐름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육군 제3강습여단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 육군 최정예 부대인 제72자동소총여단을 격퇴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도주하는 러시아군 장병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됐습니다.

이후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주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약 2km 밀어내면서 수복지를 넓히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 우크라이나 '승리' 자신감

앞서 볼로디미르 가브릴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대반격'이 진행되면 러시아의 군사 분야는 물론, 경제까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가브릴로우 차관은 지난 8일자 영국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이번 달이나 다음달 언젠가 러시아 군사, 또는 러시아 경제의 즉각적인 붕괴를 끌어내는 무언가를 보게 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가브릴로우 차관은 러시아의 급격한 붕괴를 이끌어 낼 자신감의 근거로, 러시아군의 야전 전투력이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바흐무트 전투를 통해 러시아 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목격했다"면서 "1년 전(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고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로 첫 진격했을 때 우리가 본 것과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타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까지 인수했습니다.

영국 정부가 제공한 '스톰 섀도(Storm Shadow)' 공대지 순항 미사일은 최대 300km로,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옛 소련제 전투기에 장착해 발사하면 러시아 본토 남서부 주요 도시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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