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권고’ 선박 여전히 운항 중...중국 근해 등에서 한달 새 7척 포착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올해 4월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과거 한국 해운해사가 선주였던 '수령산호'가 북한 수역에서 포착됐다며 지도와 사진을 공개했다.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올해 제재를 권고한 북한 선박 중 최소 7척이 여전히 운항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이런 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중국 얀타이 북쪽 56km 해상에서 동쪽 즉 북한 서해 방면으로 운항 중인 북한 선박 수령산호가 보입니다.

중량톤수 2천576t급의 북한 선박 는 2020년 7월까지 한국의 한 해운회사가 선주였지만 이후 북한 깃발을 달아 논란이 됐던 선박입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 지도에 중국 얀타이 북쪽 56km 해상에서 동쪽 즉 북한 서해 방면으로 운항 중인 북한 선박 수령산호가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이 결의를 근거로 수령산호가 불법으로 매각, 매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올해 4월 공개된 연례보고서에서 이 선박을 제재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안보리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중국 항구를 떠나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수령산호의 운항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VOA가 마린트래픽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최근 한 달간 운항 기록을 남긴 ‘제재 권고’ 선박은 7척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한국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가 경고사격을 받고 퇴각했던 북한 상선 무포호는 18일 중국 얀타이 북쪽 해상에서 북한 방면으로 운항하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후 중국 해상을 빠져나가면서 마린트래픽 지도에서 사라졌습니다. 여느 북한 선박과 마찬가지로 운항 중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그 밖에 지난해부터 북한 선박이 된 SF블룸호(부양호)와 안니호 그리고 신평5호, 소백수호, 락원1호 등이 최근까지 중국 해상과 한반도 인근 공해상 등을 항해했습니다.

만약 안보리가 전문가패널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들 선박을 제재했다면 이들 선박의 운항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재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서 유엔법상으로 이들 선박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입니다.

선박을 제재할 실질적 권한을 쥐고 있는 안보리는 지난 201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선박을 제재하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관계자는 VOA에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전문가패널의 권고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올해 전문가패널이 제재를 권고한 선박은 모두 25척입니다.

따라서 표면적으론 이중 단 7척만이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AIS를 끄고 운항 중인 선박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선박이 공해상 등을 돌아다니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대북제재 권고 선박인 뉴콘크호는 마린트래픽 자료 상에선 2019년 10월 24일이 마지막으로 AIS 신호가 포착된 날로 안내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패널은 연례보고서에서 뉴콘크호가 2022년 11월 타이완 인근 해상 등에서 포착됐다며 위성사진을 공개했습니다.

위성사진에선 운항 기록이 확인되지만 AIS를 통한 기록이 없다는 건 의도적으로 AIS를 끈 상태로 운항을 지속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런 선박이 뉴콘크호 외에도 더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비상 상황을 제외하곤 모든 선박이 AIS를 항상 켜고 다니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선박들은 의도적으로 AIS를 끈 채 운항하면서 각종 불법 활동을 감추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