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병식 훈련장서 병력∙차량 모두 철수...7월 열병식 개최 여부 주목

북한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26일 자 위성사진. 훈련장 북서쪽 공터(사각형 안)의 차량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사진=Planet Labs

최근 병력 등 움직임이 포착됐던 북한 열병식 훈련장에서 차량과 병력이 일제히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인데 오는 7월에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전승절 기념 열병식의 개최 여부가 주목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의 열병식 훈련장이 텅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26일 자 위성사진에는 약 열흘 전까지 차량으로 가득했던 훈련장 북서쪽 공터를 비롯해 일부 병력 대열이 포착됐던 훈련장 중심부 등이 맨 바닥을 드러낸 모습이 보입니다.

또 훈련장 주변에서도 차량이나 인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앞서 VOA는 15일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열병식 훈련장에 주차된 50~100대 가량의 차량을 포착했으며, 19일엔 점 형태로 나타난 병력 대열 4개를 확인해 보도했습니다.

북한 열병식 훈련장의 지난 19일(위)과 26일(아래) 모습. 검은색으로 나타나는 차량이 모두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Planet Labs

과거 북한은 소규모 차량 혹은 병력이 포착된 후 점차 그 수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특히 시간이 흐르면서 평양 순안공항과 실제 열병식이 열리는 김일성 광장에 인파가 나타나는데, 이런 정황은 북한의 열병식 개최가 머지않았다는 중요한 단서로 해석돼 왔습니다.

그런데 병력과 차량이 포착된 이후 그 수가 더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훈련장에서 철수한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인 데이비드 슈멀러 제임스 마틴 비확산 센터 선임연구원은 26일 VOA에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열병식 훈련장에서 철수한 건 22일을 전후한 시점으로 추정됩니다.

21일 위성사진에서 차량이 기존 공터에 주차된 모습과 훈련장 중심부에 도열한 병력 대열을 볼 수 있지만 22일엔 그 수가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어 23일엔 북서쪽 공터의 동쪽 지대에 주차된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 나머지 차량이 모두 떠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5년, 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의 기념일에 열병식 등 대형 행사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는 전승절 70주년을 맞는 7월 27일과 정권수립 75주년을 맞는 9월 9일에 맞춰 북한이 열병식을 개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훈련장에서 병력이 철수하면서 실제 열병식이 개최될지 불투명한 상황이 됐습니다.

북한이 갑작스럽게 병력과 차량을 철수시킨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북한 내 일부 도시에서 열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번 열병식 훈련장 철수와의 연관성이 주목됩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RFA)’ 방송은 북한 내 주민소식통을 인용해 평양과 평안북도, 양강도 등 일부 지역에서 독감, 폐렴 등 열병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나왔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인해 다음 달 말 2차 대유행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이에 따른 영향인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