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정찰위성 발사 계획 공개...한국 "철회 안하면 응분 대가" 경고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딸 김주애(가운데 오른쪽)와 함께 비상설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다음날(17일)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1일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며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역내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오는 31일 0시부터 다음달 11일 0시 사이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29일 일본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31일- 다음 달 11일 사이 위성 발사 통보”

지난 4월 제작 완성을 선언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 일정을 공개한 겁니다.

북한이 ‘인공위성’으로 명명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다면 2016년 2월 이후 약 7년 만의 일입니다.

한국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북한에 대해 “끝내 발사를 강행한다면 그에 대한 응분의 대가와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외교부는 “북한의 소위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며, 어떠한 구실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정부는 긴밀한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국가안보실은 이날 조태용 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합동참모본부 상황보고를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해양수산부는 일본 해상보안청이 북한의 통보에 따라 내린 항행경보를 확인하고 국립해양조사원에 이 사실을 알렸고, 해양조사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항행경보를 내렸습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할 경우 경색된 한반도 정세가 한층 얼어붙을 전망입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과학 발전과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하나로 제시됐었습니다.

북한은 지난달 정찰위성 1호기가 완성됐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위성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한 뒤 위원회의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같이 보기: 북한 "군사위성 1호기 탑재 준비 완료...김정은 차후 행동계획 승인"

‘차후 행동계획' 승인 이후 10여일만에 발사 계획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이 4월 15일 태양절이나 7월27일 전승절 등 정치 이벤트와 무관하게 발사 시점을 잡은 게 다소 의외라며, 한국의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통한 실용 인공위성 발사 성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6월 초가 북한으로선 특별히 정치 이벤트가 없는 기간이죠. 과거엔 북한이 광명성절 등 맞춰가지고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서 위성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했었고 공개도 했었죠. 그런 게 아닌 거 보면 누리호 영향이 큰 것 같아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김 위원장의 잇단 현지 지도 속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 시점이 늦춰지는 양상이었다며, 한국의 위성 발사 성공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6월 초로 예정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아시아안보회의 즉 '샹그릴라 대화'에서의 미한일 국방장관 회담 등 한국이 참여하는 굵직한 국제안보 협력 일정 속에서 북한도 군사력과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북한이 일본에 위성발사 계획을 통보한 것은 일본이 국제해사기구, IMO 총회 결의서에 따라 운영되는 전세계항행경보제도(WWNWS)상 한국과 북한이 속한 지역의 항행구역 조정국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6년 2월 인공위성 ‘광명성’ 발사 당시에도 국제기구에 발사 계획을 미리 통지한 바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과거 인공위성 발사 땐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번엔 처음부터 군사정찰위성임을 분명히 했다며, 이런 차이점에도 국제규범을 지키는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를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일본에도 통보를 하고 이런 국제사회 규범 안에서 발사하려고 하는 것은 역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명분이겠죠. 왜냐하면 미국은 분명히 안보리로 갖고 갈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편을 들 수 있는 일종의 명분 삼아서 얘기를 하는 것이고.”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에 집착하는 이유는 미한일 안보 협력 강화에 맞서 전략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분인 탐지 능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8차 당 대회 당시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해 정찰정보 수집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또 정찰위성은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은 펀치력 즉 공격력은 있지만 탐지력, 눈에 해당하는 인공위성 또 고고도 정찰기 아니면 일반적인 저고도 정찰기도 북한은 보유하고 있지 않아요. 그러니까 북한으로선 핵무기 운용에 있어서 정찰 능력 확보가 아주 시급하고 그 핵심이 정찰위성이거든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위성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백두엔진을 탑재한 화성계열 장거리 로켓으로 발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그동안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차원에서 여러 차례 장거리 미사일을 쐈기 때문에 발사체 기술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위성 발사 계획을 통보하며 일본 정부에 밝힌 로켓 낙하 예상지점을 보면 발사체 성능이 과거보다 더 좋아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은 위성체를 탑재한 로켓의 1단, 위성덮개인 페어링, 그리고 로켓 2단 등 세 부분의 낙하지점을 각각 전북 군산 쪽에서 서해 멀리, 제주도에서 서쪽으로 먼 해상, 그리고 필리핀 루손 동방 해상으로 통보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장영근 미사일센터장은 “1단 로켓은 과거 2012년 발사했던 은하 3호보다 성능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2단 로켓 또한 연소 시간이 길고 비행 속도도 훨씬 빨라질 것으로 보여 결과적으로 1단과 2단 로켓의 총 추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고성능 군사정찰위성 확보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위성체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고도 한 차례 위성을 발사하는 데 들어가는 돈이 1천억원, 미화로 약 7천500만 달러 정도라며, 군 정찰위성 수명은 길어야 2년이고 군 정찰위성은 여러 기를 궤도에 올려놔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경제난이 극심한 북한이 이를 감당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창진 교수] “2년이 넘는 군사위성은 의미가 없어요. 왜냐하면 군사위성은 고성능이 돼야 하거든요. 고성능을 하려고 하면 에너지 소비가 많이 드는 장비를 써요. 그리고 송수신도 많이 해야 하고 데이터 양이 많으니까. 그런데 그런 기술을 확보 못했으면 군사위성으로서 별 의미가 없어요.”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에 사진으로 공개한 위성체 모습으로 미뤄 해상도가 2~3m 안으로 들어오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위성의 해상도는 위성카메라 등으로 지표상 물체를 얼마나 정밀하게 파악하는지 나타내는 척도로, 해상도 1m는 가로와 세로 각 1m의 물체가 위성사진에서 한 점으로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정찰위성 또는 첩보위성으로 쓰려면 1m 이하 해상도를 뜻하는 ‘서브 미터’급은 돼야 합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