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여 년 동안 탈북민 1천 명 이상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목사가 전 세계 인권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민간 국제회의에 참석해 국제적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탈북민 출신 인권 운동가는 탈북민 구출과 대북정보 유입이 북한 변화의 초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유럽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13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제15회 오슬로 자유포럼(Oslo Freedom Forum).
전 세계 인권 운동가와 정치인, 학자, 언론인들이 모여 지구촌의 인권 증진과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이 자리에 탈북민 구출 활동을 하는 한국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가 20명의 기조연설자 중 한 명으로 초청돼 14일 증언했습니다.
주최 측은 이날 김 목사를 소개하는 ‘어느 목사의 구출 사명’이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김 목사가 지난 23년 동안 1천 명이 넘는 북한 주민을 구출하기 위해 국경과 정글, 위험한 강을 가로질러 수많은 거리를 여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슬로 자유포럼 동영상] “For the past 23 years, pastor Kim Seungeun has traveled countless miles across borders, jungles, and treacherous rivers to rescue over 1,000 North Koreans.”
김 목사는 동영상에서 7남매를 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어선을 타야 했던 자신이 중국에서 탈북 여성을 만나 결혼한 것은 운명이었다며, 이후 7살 아들을 잃은 아픔을 사랑으로 승화시켜 탈북민 구출에 더욱 전념하게 된 사연을 담담히 나눴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그 이후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주었던 그 사랑보다 더 큰 사랑으로 탈북민들을 섬기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굶어 죽어가는 북한 고아들을 구출하는 데 더욱 집중했습니다.”
김 목사는 많은 탈북민이 자유를 얻기 위해 1만 km가 넘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특히 인신매매범들의 사냥감이 된 여성들은 강제 결혼, 성매매, 화상채팅 등으로 원하지 않는 삶을 보내기도 합니다. 탈북민들은 서너 개의 국경을 넘기 위해 밀림을 걷고 메콩강을 건너는 1만 2천 km의 고단한 여정에 성공해야만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개선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한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김 목사의 탈북민 구출 스토리는 그의 활동을 다큐 영화로 만든 ‘유토피아를 넘어서’가 지난 1월 세계 독립영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 목사는 이날 행사 뒤 VOA와 전화 통화에서 1천 명이 넘는 관객들의 큰 박수와 호응이 이어져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깜짝 놀랐어요.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탈북민 문제들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기회여서 참 감사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탈북민이 대폭 감소하고 브로커(중개인) 비용은 탈북민 한 사람당 거의2만 달러 가까이 폭등한 암울한 상황에서 이런 호응이 활동하는 데 큰 격려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슬로 자유포럼을 주최하는 ‘인권재단(HRF)’은 이날 공개 보고를 통해 자신들이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외부 정보를 담은 USB 13만 개를 북한에 보냈다며, 북한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대북 정보 유입 활동을 국제사회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보고회를 진행한 이 단체의 이성민 한반도 담당 디렉터입니다.
[녹취: 이성민 디렉터] “I know that one USB stick loaded with external news content, videos, and documentaries can be one of the most powerful tools to preserve the North Korean dictatorship's change.”
이 디렉터는 북한 출신인 자신은 “외부 뉴스 콘텐츠, 동영상, 다큐멘터리가 담긴 USB 스틱 하나가 북한 독재정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국제안보정책을 공부한 이 디렉터는 행사 뒤 VOA에 “김성은 목사 같은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자유세계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진실을 깨달은 뒤 다시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소식을 알리는 것은 매우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정권이 반동사상문화개혁법 등 이른바 3대 악법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훨씬 더 강화한 만큼 객관적인 외부 정보를 통해 주민들을 세뇌에서 깨우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 단체는 별도로 VOA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의 “정보 봉쇄를 뚫고 북한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인권재단은 2009년부터 탈북민과 활동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재단] “To break through this information blockade and bring about meaningful changes in North Korean society, HRF has been actively supporting North Korean defectors and activists since 2009. We have brought them to Oslo Freedom Forum and Silicon Valley, connecting them with investors and technologists. Nine (9)North Korean defectors and activists, including Lee Hyeonseo, Ji Seongho, Park Yeonmi, Tae Youngho, Kang Cheolhwan, Eunhee Park, Park Sanghak, Jung Kwangil, and Pastor Kim Seungeun, have been invited to date.”
이어 이들을 오슬로 자유포럼과 실리콘 밸리에 초청해 투자자 및 기술자들과의 연결을 주선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까지 이현서, 지성호, 박연미, 태영호, 강철환, 박은희, 박상학, 정광일, 김성은 목사 등 9명의 탈북민과 활동가들을 포럼에 초청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