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NGO들, 미국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북송 재일 한인 인권 문제’ 조명

17일 워싱턴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다룬 영화 ‘트루 노스’ 상영회와 토론 행사가 열렸다. (왼쪽부터) 에이지 한 시미즈 감독, 김영환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모임’ 홍경의 대표,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

한국과 일본의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미국을 방문해 북송 재일 한인들의 인권 문제와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일본의 전직 조총련 간부는 이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일본의 인권단체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모임’이 지난주부터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해 북한 인권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은 14일 뉴욕, 17일 워싱턴에서 현지 한인 단체(민주평통)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 ‘트루 노스(True North)’ 상영회를 열고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토론 행사 등을 진행했습니다.

재일 한인 4세인 에이지 한 시미즈 감독이 2020년 제작한 이 영화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북송 재일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녹취: 영화 트레일러]

이 영화는 특히 시미즈 감독이 40여 명의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민을 직접 인터뷰하는 등 심층 조사를 통해 수용소 실태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시미즈 감독은 17일 행사에서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거나 북한 정권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실상을 관객들에게 전해 어떻게 대응하고 도울지를 관객 스스로 판단하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권은경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 영화는 최악의 인권유린 상황에 처한 정치범들을 다루고 있지만 신앙과 신념과 인간성과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그들의 희망이 바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민간단체 방미 대표단으로 참여한 일본의 인권단체인 ‘북한 귀국자의 기억을 기록하는 모임’의 조총련 간부 출신 홍경의 대표와 북한에서 북송 재일 한인(귀국자) 가정의 자녀로 태어난 뒤 탈북한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귀국자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일본에서 북한으로 간 귀국자들이 혹독한 인권 탄압을 받았고 일부는 영화 속 주인공 요한의 가정처럼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짐승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지난 1959년부터1984년까지 조총련을 통해 벌인 재일 한인 북송사업은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납치와 강제실종 등 반인도적 범죄로 분류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위원회(COI)는 특히 보고서에서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믿고 북한으로 이주한 재일 한인과 가족이 25년간 9만 3천 340명, 이 가운데는 1천 831명에 달하는 일본인 아내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었습니다.

일본 내 친북단체인 조총련 간부로 23년간 활동했던 홍경의 대표는 19일 VOA에 북송 재일 한인들이 북한에서 인권 탄압을 받은 게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홍경의 대표] “북한에 들어가서 우리 재일교포들이 북한당국으로부터 인권 유린, 억압적 대우를 받은 게 문제입니다. 말 한마디, 실수도 아닌 실수로 트집잡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거나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없어진 것 자체가 인권 유린이라고 생각합니다.”

홍 대표는 조총련 긴키지방본부 회장, 인권협회장 등으로 23년 활동하면서 평양을 20회 이상 방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조총련이 재일 한인의 권리를 대변하는 본연의 의무가 아닌 북한 정권의 출장소 역할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해 동료들과 개혁을 요구했다가 오히려 스파이 누명을 쓰고 2004년 제명됐습니다.

홍 대표는 조총련 활동 당시 북송 재일 한인들의 유산 문제 협의 등을 위해 평양을 자주 방문했다가 연락이 두절된 일부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을 북한 실무자들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홍경의 대표] “북한 실무자들이 사적으로 내게 실은 그 안건은 아주 높은 급에서 취급하는 문제라 저희 입장에서는 절대 다루지 못한다고 솔직히 얘기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하면 다 그런 분들은 연락이 닿지 않고 완전히 통제 구역에 들어가 있다는 것이죠.”

홍 대표는 일본인 귀국자 문제가 재일 한인 역사에서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며, 이 문제 제기를 위해 2018년 일본의 언론 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와 단체를 설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결국 한일보다 미국과 상대하기를 원한다며 미국 정부가 향후 대북 협상을 재개하면 재일 한인 북송 문제를 일본인 납치피해자 사안과 동일하게 다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