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 "한미일 공조 강화로 안보리서 '북한 논의' 주도할 것"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 대사가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이 미국, 일본과의 3국 공조를 강화해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관련 논의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밝혔습니다. 황준국 대사는 19일 VOA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차기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한국의 활동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최근 미 국무장관의 방중과 관련해선 중국에도 북한 문제는 ‘딜레마’라면서 중국 측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황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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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 인터뷰

기자) 한국이 11년 만에 유엔 비상임 이사국에 진출했습니다. 한국의 이번 '안보리 이사국 진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황준국 대사) 아시다시피 그동안 세계 정세가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서 유엔 내에서도 미중 간의 경쟁이 상당히 많이 느껴지고 있고요. 또 최근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과 러시아 간의 갈등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또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라고 불리는 개도국들, 큰 나라도 있고 작은 나라도 있습니다만, 그런 나라들의 목소리가 대단히 커지는 등 세계 질서가 지금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새로운 국제 질서를 형성해 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고요. 또 하나는 한국이 이제 경제력 뿐 아니라 기술, 안보, 군사력,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이제 193개 회원국 중에서 10위 내에 드는 유엔 내 상당히 주요 국가로 많이 성장했기 때문에 우리에 대한 기대가 또 국제사회에서 크고 우리도 이제는 독자적인 역량을 가지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단계에 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지금 (윤석열) 대통령께서 강조하고 계시는 그런 보편적인 가치에 입각한 외교 또 동시에 개도국과의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많이 넓혀 나가는'글로벌 중추국가' 외교를 펼쳐 나가는 데 있어서 안보리 활동이 특히 중요한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미한일 3국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계속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안보 군사 분야 협력이 최근 강조되는 분위기인데요, 미한일이 모두 안보리에서 활동하게 될 내년에는 어떤 분야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황준국 대사) 안보리에서 북한 문제는 핵 문제와 인권 문제 두 개가 있습니다. 핵 문제는 그동안 최근 한 1~2년간 북한이 대형 도발을 많이 했기 때문에 사실은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안보리 회의가 열렸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서 지난 1년여 동안 결의나 의장성명 같은 아무런 결과물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이 안보리 이사국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바뀐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은 북한 비핵화 조치보다는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그래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미국의 긴장 고조 행동과 관련이 있다라는 식으로 '양비론'을 주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이사국이 됐다고 해서 당장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한미일 3국이 공조를 해서 안보리 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좀 더 주도해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특히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국이 사실관계를 명확히 잘 설명함으로써 그런 양비론이 잘못됐음을 설명하고 국제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지난 4~5년간 안보리에서 공식 회의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국이 이사국으로서 좀 더 공식 회의 개최를 위한 노력을 집중적으로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사실은 안보리에는 60여 개의 의제가 있습니다. 아프리카, 중동을 포함해서 많은 중요한 민감한 현안들이 있고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한미일이 다 똑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한미일 간에 협조하고 공조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이 되고요. 또 이런 많은 의제에 있어서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한국의 협조나 동의를 얻어야 될 부분도 꽤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보리 활동을 통해서 한미일 3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적인 어떤 접점도 더 넓혀 나가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차원의 대북 조치를 계속 거부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안보리 무용론'도 나옵니다. 실질적인 대북 조치를 위한 우회 복안은 없을까요?

황준국 대사) 안보리에서는 결정적으로 투표를 할 때 만약에 중국이나 러시아 둘 중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거부권으로 인해서 아무런 결정도 못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런 경우에는 한미일 그리고 또 유사 입장국들이 어떤 독자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기자) 독자적인 조치를 말씀하셨는데요, 최근에는 미국과 한국이 대북 사이버 제재에서 상당히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사이버 안보'는 한국의 안보리 '4대 중점과제' 중 하나고요, 안보리 차원에서 사이버 관련 제재에 구체적인 진전을 낼 수 있을까요?

황준국 대사) 사실 '사이버 안보'는 안보리 공식 의제 60여 개 중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이버 안보'라는 의제가 아직은 없고요. 다만 어떤 물리적인 공격 못지않게 사이버 공격이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은 지금 세계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북한이 하고 있는 가상자산 탈취라든지, 중앙은행을 공격한다든지, 나라들의 주요 인프라들을 공격하는 것, 즉 금융, 보건,국방,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사이버 공격, 또 교통, 항공 여러 인프라를 사이버로 공격할 수가 있고요. 이런 공격은 사실은 물리적 공격 못지않게 막대한 안보상 피해를 주기 때문에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지금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사이버 공격이 물리적 공격만큼이나 대단히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는 데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성격상 공격의 진원지를 밝히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고, 또 지난 최근 몇 년간에 일어난 최근의 현상이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것인지, '헌장 7장'에 의한 강제 조치가 가능한 것인지 등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정해진 룰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안보리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사이버 안보를 의제화하고 논의해 나가는 데 앞장서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18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기자) 계속되는 미중 경쟁과 갈등은 국제 정세뿐 아니라 안보리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토니 블링컨 장관이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약 5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는데요, 이번 방문이 지속되는 미중 대치 상황을 바꿀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십니까?

황준국 대사) 제가 회담 내용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마는 지금 잘 아시다시피 미중 간에는 많은 민감한 현안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언론 보도를 보니까 그중 몇 가지 현안에서는 좀 진전이 있었지만 또 다른 중요한 현안에서는 계속 의견이 서로 갈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그 정도인 것으로 봅니다.

중요한 것은 미중 간에 계속 외교적 외교 채널을 통해서 이렇게 만나고 대화하고 하면서 양국 관계를 안정화시키고, 그래서 예측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미중 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앞으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십니까?

황준국 대사) 앞서 잠시 말씀드렸습니다만 지금 중국은 북한 문제를 미국과의 지정학적인 경쟁 차원에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요, 이제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북한에 대해서 중국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북한 문제는 한국이나 미국, 일본에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딜레마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도 고민이 많을 것이고 우리와 또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방법을 계속 연구를 해야 될 것으로 봅니다.

기자) 대사님께선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와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히셨는데요, 최근에는 싱하이밍 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한중 간 긴장이 형성되는 모습입니다. 한국과 중국 차원의 고위급 대화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황준국 대사) 이 문제는 제가 답변할 사안은 못 되는 것 같습니다만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한국이나 중국이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고요, 또 중요한 관계이기 때문에 대화를 통해 상호 존중해 가면서 잘 풀어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는데요, 안보리에서 북한의 결의 위반에 따른 후속 조치를 지금 논의하고 있습니까?

황준국 대사) 지난 5~10년 간의 상황을 보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도 분명히 안보리 결의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단거리 미사일의 경우에는 안보리에서 특별한 대응을 그동안 안 해왔어요.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특히 ICBM에 대해선 당연히 공식 회의를 하고 제재 결의를 채택했는데 작년에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그것이 깨진 거란 말이죠. 북한이 1년 사이에 ICBM을 10번 이상 쐈잖아요. 이에 따른 제재 결의는 중국과 러시아가 계속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컨센서스'로 채택이 되는 의장성명을 위한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만, 일부 국가가 비협조적이기 때문에 특별한 지금 진전이 없는 상황인 거죠.

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의 위성발사에 대응한 안보리 회의가 열렸다.

기자)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비공개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내년에는 변화가 있을까요?

황준국 대사) 안보리 공식 회의 개최를 위해선 중국이나 러시아가 공식 회의 개최를 계속 반대하는 경우에는 절차상으로는 절차 투표를 할 수가 있습니다. 절차 투표에는 '거부권'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해도 9개국이 찬성하면 공식 회의를 개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순간에 가서는 우리가 절차 투표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도 있는 것이고요. 물론 절차 투표까지 가지 않고 안보리 공식 회의를 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부드럽겠습니다만, 안보리 이사국 내에 '다이내믹스'를 봐야할 것 같습니다.

기자)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은 어떻게 나올 거라고 보십니까?

황준국 대사) 지금 북한은 우선 핵-미사일 고도화에 상당히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제재를 받고 있으면서도 제재를 풀 수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는 데는 관심이 있어 보이지 않고, 미국, 한국 등과 협상, 특히 비핵화와 관계되는 대화에는 아직까지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이런 시간을 잘 활용해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훨씬 더 고도화시켜야 되겠다는 데에 보다 초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시간이 오래 지속되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압력을 가하고 또한 동시에 우리가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조건 없는 대화를 계속해서 제안하면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는 노력을 계속해야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 북한의 경제 사정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고요. 인도주의적인 상황도 안 좋은 것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북한이 좀 더 국제사회에 문을 열고 국제사회와 보다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와야 될 것으로 봅니다.

지금까지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와 함께 차기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한국의 계획과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인터뷰에 박형주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