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을 하지 않는가 하면, 경제 분야 현지 지도는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통치 행태’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최근 평양에서 열린 제8기 8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김정은 동지께서 전원회의에 참석하시었다”라고 보도했을 뿐 연설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전원회의 이후 방영된 `조선중앙-TV’ 화면을 봐도 김 위원장이 연단에서 연설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이한 것은 또 있습니다. 전원회의 보고를 정치국과 당 중앙위원회 비서들이 나눠서 한 점입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의 첫째 안건은 ‘올해 주요 정책 집행을 위한 투쟁을 더욱 과감히 전개해나갈 데 대하여’였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 정치국이 보고를 하고 이어 김덕훈 내각총리, 리일환, 전현철 당 중앙위 비서가 토론 발표를 했습니다.
두 번째 안건인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박태성 중앙위 비서가 보고를 했고, 세 번째 안건인 ‘인민위원회 일꾼’ 문제에 대한 보고는 조용원 비서가 했습니다.
이 것은 과거 노동당 전원회의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과거에는 김 위원장이 연단에 나와 핵 문제와 남북관계, 국방, 경제, 사회, 교육 분야에 대해 몇 시간씩 보고와 평가 그리고 지시를 하면 참석자들은 이를 받아적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주석단 중앙에 앉아 있었지만 연단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또 김 위원장은 혼자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고 내용을 듣고 있었는데 김 위원장만 오른쪽 귀에 검은색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북한을 오래 관찰해온 서울의 민간단체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이어폰을 사용한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일반 참석자들은 스피커를 통해 듣도록 하고 김정은만 좀 더 잘 들을 수 있게끔 이어폰을 사용하게 한 것인지, 여러 가지 가능성…”
워싱턴의 원로 한반도 전문가인 한미연구소 래리 닉시 박사는 김 위원장이 연설을 안 한 배경을 ‘정책과 건강’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래리 닉시 박사] ”In terms of why he did not give speech policy issue…other reason something with physical health.”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이번 전원회의가 상당히 곤혹스런 상황에서 열린 것이 사실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18일 우주개발국을 방문한 데 이어 5월16일 위성발사준비위원회를 방문해 ‘차후 행동계획’을 승인했습니다. 군사정찰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올려 북한을 ‘우주강국’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5월31일 북한이 쏘아올린 우주발사체 ‘천리마-1호’는 엔진 고장으로 인해 발사 몇 분만에 서해에 추락했습니다.
큰 소리를 쳤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인민들에게 면목이 없게 됐다고 한국 정부 산하 국책 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찰위성 발사 실패는 최대 참사죠. 왜냐면 김정은이 우주 정복은 나의 꿈이라고 말하고 4월, 5월 두 차례 우주개발국을 방문해 발사를 지시했는데, 그게 실패했다는 얘기를 본인이 하면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또 다른 측면은 김 위원장이 장시간 연설을 할 수 없는 건강 상태가 아닌가 하는 하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매년 1월 말 또는 2월 초에 의회에서 하는 국정연설은 통상 1시간 정도입니다.
반면 북한 전원회의 보고는 상당히 깁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계속됐던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나흘 간 7시간을 보고했습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총 70여 쪽의 보고문을 연단에서 낭독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초고도 비만 상태인 김 위원장이 장시간 서서 연설을 하기 힘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최근 김 위원장의 체중이 더욱 늘었다며, 연단에 서서 몇 시간씩 연설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e is gaining weight. His body mass index probably close stroke territory.”
반면 조한범 박사는 김 위원장이 연설을 안 한 것은 정치적 이유 때문이지 건강상 문제는 아닌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올해 39살인 김 위원장이 키 170㎝에 몸무게가 140kg 중반으로 초고도 비만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과 통풍과 당뇨병 증상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또 다른 변화는 현지 지도를 비롯한 공개활동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의 경우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174회에 달했습니다. 당시 이틀에 한 번 꼴로 회의를 열거나 군 부대 방문, 현지 지도 또는 행사에 참석한 겁니다.
그러나 2020년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55회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그 해 4월 김 위원장은 심혈관 질환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줄어든 현지 지도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올 1-6월 중 공개활동은 23회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경제 분야 활동은 단 3차례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평양 화성지구 1만 세대 착공식(2/16), 강동온실농장 착공식 (2/16), 그리고 평양 서포지구 거리 착공식(2/26) 이 전부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올해 단 한 번도 평양을 벗어나 지방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이영종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해부터 김 위원장이 경제는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위임하고 자신은 평양에 머물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만 챙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종 센터장] ”지난해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면서 지방 일정을 완전히 중단하고 평양에서 회의 주재, 그리고 핵과 미사일, 그리고 공을 들이는 주택건설, 남새 온실 부문에만 한정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켄 고스 국장은 집권 10년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통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김 위원장은 북한 전역의 군 부대와 공장, 기업소를 돌아다니며 세세한 문제에 일일이 지시를 내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방을 돌아다니지 못하니 일종의 원격통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We may entering new era. Kim remote leading personal office.”
전문가들은 크게 줄어든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연설하지 않는 등의 `이례적 현상’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통치 행태 변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같은 변화가 북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