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드론 모스크바 시내 국방부 인근 공격"...푸틴, 흑해 곡물 협정 복귀 거부 "러시아가 식량 공급"

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에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이 단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안 당국 관계자들이 파손된 건물 주변을 지키고 있다.

24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러시아 국방부 인근을 포함한 빌딩 2개가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오전 4시쯤 비주거용 건물 2곳이 공격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심각한 피해나 사상자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스크바 중심부와 외곽을 연결하는 콤소몰스키 거리의 건물 근처에서 드론 파편이 발견됐다고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습니다.

이곳은 러시아 국방부 건물에서 약 2km 떨어진 곳입니다.

빌딩 파편 때문에 콤소몰스키 거리 교통이 통제됐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전했습니다.

24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내에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이 단행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파손된 건물 주변 도로를 수사관들이 살피고 있다.

또 다른 드론이 모스크바 남부의 사무실 빌딩을 때려 빌딩의 위층이 날아갔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 "드론 2대 격추"

이날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 모스크바에서 드론 2대가 격추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모스크바에 대한 우크라이나 크이우 정권의 테러라고 주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러시아 본토에서도 드론을 이용한 공격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또한 이날(24일) 이른 새벽에 우크라이나 드론이 크름반도(크림반도)의 북부 탄약 저장소를 타격해 인근 주요 고속도로와 철도 횡단 교통이 중단됐다고 러시아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몇 시간 뒤 철도 교통은 재개됐다고 전해졌습니다.

■ 푸틴 "우크라이나산 식량 수요, 러시아산으로 대체"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닿지 못하는 곳의 식량 수요를 러시아산으로 대체시키겠다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밝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웹사이트 게시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아프리카로 향하는 곡물 수출을 러시아가 대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수출용 상업 거래는 물론, (식량부족 국가의) 무상공급용으로도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러시아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신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올해 또다시 기록적인 수확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흑해 곡물 협정 의미 없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근 종료된 흑해 곡물 협정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곡물 합의'를 계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협정의 인도주의적 목적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곡물 합의'가 애초 목적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이익을 위해 쓰이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협정에 따라 약 1년간 우크라이나가 수출한 곡물 3천280만t 가운데 70% 이상이 미국과 유럽의 대형 사업체 배를 불리는 데 쓰인 반면, 예멘,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수단, 소말리아 국가 등에서 받은 곡물은 3% 미만이라고 러시아 당국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같이 보기: 푸틴 "60일후 곡물협정 연장 안되면 아프리카 무상 제공"

■ 식량 위기 고조 우려

푸틴 대통령의 이같은 발표는 흑해 곡물 협정 종료에 따른 세계 식량 위기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흑해 곡물 협정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 중에도 곡물과 비료 등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한 장치입니다.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이 협정은 전쟁 이후 봉쇄됐던 우크라이나 주요 항구들에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고, 동시에 러시아의 식량과 비료를 원활히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협정 체결 이후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량은 약 3천280만t, 러시아산 수출량은 약 2천200만t으로 추산됐습니다.

협정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5월에 걸쳐 세 차례 연장됐으나 러시아가 4차 연장을 거부해 이달 17일 자정(18일 0시) 종료됐습니다.

러시아는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항구의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 오데사 집중 공습

특히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 거점 항구도시 오데사를 며칠째 집중 공습하는 중입니다.

크이우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23일 새벽까지 오데사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습니다.

공습에는 초음속 대함 미사일 오닉스와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명이 숨지고 미성년자들을 포함한 포함한 20명이 다쳤다고 보도됐습니다.

지역 당국은 밤새 진행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시내 건축물 최소 25개 동이 피해를 입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오데사 역사지구 내 대성당(구세주 변용 성당)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성당은 1809년 지어진 정교회 시설로서 스탈린의 반종교 캠페인의 일환으로 1936년에 철거됐다가,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재건됐습니다.

BBC는 "성당 지붕 대부분이 날아갔고, 건물의 두꺼운 벽은 서 있긴 하지만 불에 타 기울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언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성당의 천장과 벽이 파괴됐고, 바닥은 잔해로 뒤덮였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당이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에 파괴된 것"이라며 "러시아 공습 때문이라며 우리 쪽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RT를 비롯한 러시아 관영 매체들도 이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당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 젤렌스키 "보복 느낄 것"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에 복수를 공언하며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평화로운 도시, 주거용 건물, 성당을 향해 미사일이 발사됐다"고 이날(23일) 트위터에 적고 "러시아의 악행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항상 그렇듯이 악은 패배할 것"이라며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에게 보복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오데사 테러에 대해서는 분명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이 보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같은 날(23일) 별도 게시글을 통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더 많은 대공방어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군수 지원 확대를 서방 측에 요구했습니다.

VOA 뉴스 오종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