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응 조치는 무산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이 중국의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중국 관할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북 석유 밀수를 조사하고 차단하라고 압박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이 중국 영해에서 발생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회피 활동을 차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중국 당국에 전달했습니다.
서한에는 미한일 외에도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뉴질랜드, 영국 등 10개국과 유럽연합(EU)이 참여했습니다.
이 서한은 장 쥔 주유엔 중국 대사 앞으로 21일 발송됐습니다.
VOA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미국 등은 1718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목한 다수의 유조선이 제대 대상인 대북 석유제품 거래를 알선하기 위해 싼사만(Sansha Bay)의 중국 영해에 계속해서 나타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관할 지역에서 이런 행태가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추가 정보와 위성사진을 중국 측에 제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등 11개국 서한] "Specifically, we have concerns regarding the continuing presence of multiple oil tankers identified by the 1718 Committee Panel of Experts that use your territorial waters in Sansha Bay as refuge to facilitate their trade of sanctioned petroleum products to the DPRK...We would like to provide your government with additional information and satellite imagery that clearly indicates these practices continued to occur within China’s jurisdiction in 2022 and have continued in 2023.
서한에는 싼사만 주변에서 포착된 선박들이 구체적으로 적시됐습니다.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다이아몬드 8호'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최소 두 차례 북한 남포항에 유류를 공급했는데 2022년 7월에는 중국 싼사만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것입니다.
또한 2020년부터 북한에 직접 석유 제품을 인도한 '뉴콩크호(NEW KONK)','유니카호(UNICA)'의 중간 선박 역할을 해온 '하이준호(HAI JUN)'도 지난해 7월 이 지역에서 목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싼사만은 중국 푸젠성 동북부에 있는 중국 항구와 가까운 해역입니다.
미국 등은 "반복적으로 불법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보이는 이런 선박들이 싼사만에 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이러한 선박이 중국 영해에 정박하거나 배회하는 것을 식별하고 방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등 11개국 서한] "We are disappointed that known vessels with a pattern of illicit behavior such as the UNICA, NEW KONK, and DIAMOND 8 anchor in Sansha Bay. We encourage the Chinese government again to do more to identify and prevent these vessels from anchoring or loitering in Chinese territorial waters. We reiterate our previous request that China inspects the vessels for evidence of illicit oil smuggling, deny them all services, and ultimately expel them from your waters as quickly as possible, if these vessels are discovered to again be anchored in Sansha Bay."
중국이 불법 석유 밀수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선박들을 조사하고 이들에 대한 모든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며, 궁극적으로 이 선박들이 다시 싼사만에 정박한 것이 발견될 경우 가능한 한 빨리 중국 영해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 단합이 중요하다는 점도 거듭 밝혔습니다.
[미국 등 11개국 서한] "It is critical for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ncluding China, to send a strong and unified message that the DPRK must refrain from provocations, abide by its UNSCR obligations, and engage with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o achieve 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 accordance with th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closely watching China’s commitment to upholding its UN obligations and its execution of the duties it has been endowed with via permanent membership on the UNSC. "
국제사회가 북한의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제재를 이행하는 데 공동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거듭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지적하며 "이는 역내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삼가고 유엔 안보리 의무를 준수하며 안보리 결의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국제사회와 관여해야 한다는 강력하고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중국이 유엔 의무를 준수하고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부여받은 책무를 이행하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했습니다.
또 같은 해 채택된 대북 결의 2375호에는 석탄과 석유, 해산물 등 북한의 금수 품목의 밀수를 막기 위해 북한 선박과의 선박 간 환적 등을 금지했습니다.
이 같은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은 북한 선박의 불법 환적 등에 대한 해상 감시 활동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박 간 환적을 통한 대북 제재 회피 활동은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 보고서 등을 통해 끊임없이 지적됐습니다.
미국 측 대표로 전문가패널로 활동했던 애런 아놀드 전 위원은 이와 관련해 24일 VOA에 "전문가패널은 이런 사례를 1718위원회에 반복적으로 제기하고 보고서에 자세히 기록했지만, 중국은 의미 있는 조치를 계속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애런 아놀드 전 위원] "The UN Panel of Experts has repeatedly brought these cases to the attention of the 1718 Committee, as well as detailing the instances in their reports. Yet time and again China has failed to take any meaningful action. I think this letter is a strong signal that China should take these issues seriously or face possible economic ramifications."
아놀드 전 위원은 "이번 서한은 중국이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제적 파장에 직면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올해만 20여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음에도 대응 조치가 번번히 무산되는 상황에서 중국 측의 대북 역할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1일 '아스펜 안보포럼' 대담에서 “우리는 중국이 독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북한으로부터 더 나은 협력을 얻기 위해 그것을 사용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what I’ve shared with Chinese counterparts is this we believe that you have a unique influence, and we hope that you will use it to get better cooperation from North Korea.”
한편 중국 측은 미국 등이 이번 서한을 통해 촉구한 대북 제재 이행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주유엔 중국대표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은 항상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게 이행하고 국제 의무를 성실히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유엔 중국대표부 대변인] "China has always been strictly implementing #UNSC resolutions and seriously fulfilling international obligations. China urges relevant parties to fully implement UNSC resolutions on the DPRK, especially provisions related to resuming dialogue, strengthening diplomatic efforts, and promoting political settlement.”
그러면서 "중국은 관련 당사국들이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 특히 대화 재개, 외교적 노력 강화, 정치적 해결 촉진과 관련된 조항을 완전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중국대표부 측은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