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통일부 대대적 조직 개편…대북 교류 협력에서 북한 인권 등 역할 전환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이 28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한국 통일부 제공.

한국에 새 통일부 장관이 임명되면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와 미중 미러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국제정세 속에서 북한과의 교류 협력이 중심이었던 통일부 역할이 북한 인권 문제 등으로 크게 전환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취임사를 통해 “변화된 남북관계와 냉엄한 국제정세를 직시하고 시대적 흐름과 보편적 가치를 고려한 새로운 통일부를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인 김 장관은 ‘가치와 원칙’을 기반으로 하면서 현실에 맞는 대북정책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김 장관은 또 변화된 남북관계와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업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 있을 예정이라며, 상황 변화에 따른 유연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영호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인 지난달 2일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같이 보기: 윤석열 한국 대통령 "통일부 대북지원부 역할 안돼"...북한동향 분석·인권 업무 강화 전망 

통일부가 추진 중인 조직 개편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영해 대화와 교류, 협력 기능을 통폐합하고 북한정보 분석 조직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문재인 전임 정부는 북한 핵에 눈 감고 남북 교류와 상황 관리에만 치중했었다며, 그런 통일부의 역할이 재조정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지금 정부에선 북한에 대해 막연한 지원이라든지 교류 협력을 통해서 눈가리기식으로 북한 핵을 그대로 두고는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처럼 통일부 조직 개편을 통해서 대북 지원이라든지 교류 협력 이런 부분에 대해선 무게추를 낮추고 균형을 잡아가겠다는 인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일부가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남북회담본부와 교류협력국, 남북출입사무소,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을 통폐합합니다.

실장급 조직인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일명 하나원을 국장급으로 격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통일부 전체 정원 600여명 가운데 80여명의 인원 축소를 동반하는 개편안입니다.

대신 정세분석국을 강화합니다.

김 장관은 “북한에 대한 폭넓은 정보 수집과 조사를 거쳐서 인권을 비롯한 북한의 각 분야 실상을 객관적으로 분석, 정리하고 이를 국민과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 나가야 할 것”이라고 통일부의 역할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납북자와 국군포로, 억류자 문제를 담당하는 ‘납북자 대책반’을 장관 직속으로 신설합니다.

그동안 탈북자에 비해 관심이 적었던 이산가족과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전시 납북자는 10만여명, 전후 납북자는 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납북자 가족들은 이들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 장관은 또 남북 협력사업으로 한국 기업이 진출했던 개성공단의 북한 측 무단 사용 등과 관련해 “개성공단은 사실 확인을 한 이후에 원칙적인 입장을 갖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통일부가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 등의 법적 대응을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 얼어붙은 미북, 남북 대화 그리고 북한 인권 악화 등이 중첩되면서 통일부 역할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미한동맹을 강화하고 가치외교를 중시하는 연장선에서 통일부의 역할도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무게를 싣고, 이와는 반대 개념처럼 되어버린 대북 교류와 협력 기능은 축소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계속 추구하고 있고 가치외교를 중시하고 강조하다 보니까 그에 걸맞는 대북정책의 변화를 지금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겠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미중, 미러 등 강대국들 간 갈등 격화라는 국제정세 변화가 남북한 간 교류 협력에 근본적인 제약 요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박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남북한이 교류 협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미중 미러 갈등이 완화된 국면에서 가능했던 것이라며, 지금의 패권경쟁 구도에서 남북한의 교류 협력 활성화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현재의 통일부가 북한과의 교류 협력 기능을 축소한 것이지 없앤 건 아니라며 북한의 대화 거부와 핵 위협 고도화에 따른 현실적인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통일부 조직 개편은 대북 압박에 초점을 맞추면서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간 ‘강 대 강’ 대결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북한이 자기들이 완전히 손을 들고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러면 여하튼 힘으로 몰아 부쳐야 되겠다라는 소위 강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쪽에 그리고 그 뒤에 중국과 러시아에 협력이 필요하겠죠. 이런 쪽으로 보다 경도되게 하는 그런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국 내에선 통일부의 핵심 기능인 교류 협력 기능을 축소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에 대한 안정적 관리, 지속 가능한 평화 증진을 고유 역할로 하는 통일부가 대북 압박에 과도하게 집중할 경우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