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주민 대피령...이란 "미국과 수감자 교환 대가로 한국 내 동결 자금 풀려"

지난 1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 구조요원들이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가 동부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수감자 맞교환 대가로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란 정부가 밝혔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지금까지 7만5천 채에 달하는 민간인 주택을 불태웠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먼저 우크라이나 소식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10일,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 37개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약 1만2천 명에게 의무적으로 대피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모양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하르키우주 쿠피안스크시 당국은 러시아군의 공격이 증가하고 있어 안보 상황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주민들이 반드시 대피 명령을 따라야 한다면서, 만일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문서에 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쿠피안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해 수복했던 곳이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군이 거침없이 진격하면서 하르키우주 대부분의 지역을 탈환했는데요. 이때 쿠피안스크도 러시아군 점령에서 벗어났습니다. 쿠피안스크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지역의 철도 요충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지금 다시 러시아군의 거센 공격에 직면해 있는 형국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대반격’이 남부 자포리자와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 집중하고 있는 틈을 타, 하르키우 등 북동부 방면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점령지 확대를 꾀하고 있는데요.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반격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북동부 전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전날(9일), 북동부 지역에서 전투와 적의 포격 강도가 높다면서, 러시아가 철도 요충지인 쿠피안스크 진격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대변인도 러시아가 탱크부대와 항공, 포병의 지원을 받는 공격 병력을 쿠피안스크 지역에 집중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쪽에서는 나온 이야기가 있습니까?

기자) 네. 우크라이나의 이런 입장이 나오기 전에, 러시아가 먼저 쿠피안스크 일대 전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10일, 서부군관구가 최전방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러시아는 지난 7일에도 쿠피안스크 방면으로 약 3km 전진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수도 크이우가 또 미사일 공습 표적이 됐다고요?

기자) 네. 크이우시 당국이 11일 러시아군이 크이우를 향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현재 지역 방공망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크이우 전역에는 오전부터 공습경보가 내려져 있는데요. 비탈리 클리치코 크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에 주민들에게 방공호 대피를 당부했습니다. 한편 러시아도 이날(11일) 수도 모스크바로 향하던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전자전 시스템에 의해 무력화돼 추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 인해 브누코보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됐습니다.

진행자) 그런가 하면 남부 자포리자 지역에서도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10일 저녁, 자포리자에 있는 한 호텔에 떨어져 1명이 사망하고 어린이를 포함해 16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관리들이 말했습니다. 해당 호텔은 현지에 파견된 유엔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호텔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전날에도 자포리자에 미사일 공격이 있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날에도 자포리자 도심에 미사일이 떨어져 3명이 숨지고 11개월 아기를 포함해 9명이 다쳤습니다. 또 그에 앞서 지난 7일에는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에 미사일 2발이 떨어져 9명이 숨지고 80여 명이 다치는 등 최근 민간인 겨냥 공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포리자가 매일 러시아의 폭격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피격된 호텔이 유엔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라고 했는데요. 유엔 측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온 게 있습니까?

기자) 네. 데니스 브라운 우크라이나 담당 유엔 인도주의 조정관은 “유엔 직원들과 전쟁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NGO) 소속 동료들이 자주 이용하는 자포리자의 호텔이 공습을 받았다는 소식에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자포리자를 방문할 때마다 그 호텔에 묵었다며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 에빈 교도소 입구 (자료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미국과 이란이 중대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소식이죠?

기자) 네. 미국과 이란이 10일, 수감자를 맞교환하는 대가로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 자금을 풀어주기로 합의했다고 이란 정부가 밝혔습니다. 이로써 미국과 이란 간 주요 갈등 현안 가운데 하나인 수감자 석방 문제는 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입니다.

진행자) 3개국이 얽혀 있는 상당히 복잡한 사안인데요. 먼저 미국과 이란 수감자 맞교환 문제부터 짚어볼까요?

기자) 네. 미국과 이란은 양국이 서로 억류하고 있는 5명을 맞교환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당국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 억류돼 있는 미국 국적자 5명은 남성 4명과 여성 1명인데요. 이란의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남성 4명은 가택 연금 상태로 전환돼 현재 모 호텔에서 이란 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 1명은 최근에 이미 가택 연금 상태로 전환돼 있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국에 수감돼 있던 이란인들도 풀려나는 겁니까?

기자) 네, 이란 외무부는 10일 성명에서 “제삼국이 중재한 이번 협상에 따라, 미국에 수감돼 있던 이란인 5명이 석방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미국에 의해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의 은행에 불법적으로 동결돼 있던 자금이 해제돼 카타르로 송금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이란의 동결 자금 해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과 한국의 공식 확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한국 외교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합의로 한국 내 이란 자금이 해제될 것이라는 보도에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길 기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습니다.

진행자) 이란 자금이 한국의 은행에 묶여 있게 된 이유가 있죠?

기자) 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후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습니다. 그 여파로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결제를 위해 한국 내 은행 2곳에 개설돼 있었던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계좌도 동결됐는데요. 이란 정부는 2019년 5월부터 동결된 돈이 60억 달러에서 70억 달러에 이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 때문에 이란과 한국 관계가 다소 껄끄러워지기도 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란은 동결된 자금은 한국이 이란 석유를 수입함에 따라 지불해야 할 정당한 대금이라며 돌려달라고 계속 요구해 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이란 제재 때문에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는데요. 2021년에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 케미호’가 호르무즈 해협 환경을 오염했다는 이유로 나포되는 등 양국 간에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이란의 밀린 유엔 회비를 대납하는 방식으로 일부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이번 합의로 묶여 있는 돈은 다 지불하게 되는 겁니까?

기자) 이란의 발표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다만 해제 작업이 시작됐더라도 실제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인데요.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한국에 묶여 있던 이란 자금은 스위스에 있는 한 은행으로 이체돼 유로화로 환전된 상태로, 이란이 접근할 수 있는 카타르 중앙은행 계좌로 송금 준비가 돼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 쪽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0일 국무부 청사에서 알리시아 바르세나 멕시코 외무장관과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는데요. 블링컨 장관은 수감자 안전 문제 등을 들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이란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들이 석방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이는 긍정적인 조처라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국무장관] “So this is a positive step... My belief is that this is the beginning of the end of their nightmare and the nightmare that their families have experienced…”

기자) 블링컨 장관은 이번 조처는 수감자들과 그 가족들이 악몽에서 벗어나는 첫 시작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블링컨 장관은 또 분명히 해둘 점이 있다면서 “우리는 모든 제재를 계속 이행할 것이며 역내외 불안정을 초래하는 이란의 활동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합의와 대이란 제재는 별개라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그럼 수감자 맞교환은 언제 이뤄지는 겁니까?

기자) 자금 송금이 완료된 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수감자 교환 협상은 완전히 마무리된 상태라면서 다만 그들이 귀국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현재로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2년 3월,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 지역의 한 마을이 화재로 초토화된 모습. 마을 주민들은 미얀마 군부의 방화가 원인이라고 전했다. (자료 사진)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미얀마 소식이군요?

기자) 네. 지난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 정부를 축출하고 집권한 지 2년 반이 넘었는데요. 이 기간 미얀마군이 전국적으로 불태워 버린 가옥이 7만5천 채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진행자) 미얀마군이 왜 그런 일을 저지른 거죠?

기자) ‘뉴스위크’지가 미얀마 인권 운동가 킨 오마르 씨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마을을 방화하고 가옥을 불태우는 것은 미얀마군이 반대 세력을 초토화하는 데 주로 사용해 온 전략의 하나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고 저항 세력을 돕지 못하도록 강제로 몰아내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쿠데타 이후 가옥 7만5천 채가 불타버렸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얀마의 독립적인 감시 단체인 ‘데이터포미얀마(D4M)’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월 1일부터 2023년 7월 31일까지 미얀마군 또는 친군 민병대가 방화한 가옥이 7만4천874채에 달했습니다. 7월 한 달 동안에만 2천 채 넘는 가옥이 불타 무너졌습니다.

진행자) 특별히 피해가 큰 지역이 있습니까?

기자) 네. 미얀마 북서부 사가잉 지역의 피해가 특히 컸습니다. 이 곳은 정부군과 저항 세력 간에 전투가 격렬하게 벌어지는 곳인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1월 사이 290건의 방화가 있었습니다.

진행자) 다른 지역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미얀마 수도 네피도는 군부가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어 방화 나 그에 따른 피해는 없었습니다. 지난 2021년 쿠데타가 발생한 후 전국적으로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졌을 때도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이나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시위가 벌어졌지만, 수도 네피도는 조용했는데요. 하지만 양곤이나 만달레이도 쿠데타 후 방화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군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미얀마 군부는 그동안 방화로 저항 세력을 진압하고 있다는 혐의를 부인해 왔는데요. 이번 D4M 보고서에 대한 논평 요구에도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미얀마 군부는 민정 이양을 계속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죠?

기자) 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31일, 국가비상사태를 또다시 6개월 연장했습니다. 군부가 개정한 헌법에 따르면 비상사태 종료 후 6개월 이내 선거를 치러야 하는데요. 하지만 군부는 쿠데타 집권 후 계속 비상사태를 연장하며 군사정부 임기를 끌어가고 있습니다.

진행자) 쿠데타 후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네. 미얀마 인권 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군부의 탄압으로 살해된 사람이 3천900여 명에 달합니다. 이는 민간인들만 집계한 수치고요. 군부에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전투원들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겁니다. 또한 군부에 체포∙ 구금된 사람도 2만4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네.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