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동서남북]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 96.7%

  • 최원기

북한과 접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항의 화물 전용 부두. (자료사진)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사상 최고치인 96.7%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경제가 왜 이렇게 중국에 의존하는 것인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경제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무역진흥기구인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중국 무역 의존도는 96.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 교역액은 15억9천만 달러였는데, 이 중 15억3천249만 달러가 중국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겁니다.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메릴랜드대학 교수는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과 무역을 하려면 중국을 통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Anybody trade North Korea, almost everybody goes or products go through China.”

북한 경제는 지난 7년 간 세 가지 사건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이 심화됐습니다.

시작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었습니다.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하자 당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2월10일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북한은 개성공단을 통해 연간 1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올렸지만 공단 폐쇄로 남북 임가공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이 벌어들이는 외화도 사라졌습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로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한층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박근혜 정부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으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개성공단 폐쇄 후 북한 무역의 대중국 의존도는 92.5%로 급증했습니다.

두 번째는 2017년에 있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입니다.

북한이 그 해 9월 6차 핵실험에 이어 ICBM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는 대북 결의 2397호를 채택했습니다.

이 결의는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450만 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의 광물과 무기 수출, 해외 노동자 파견 등 대부분의 외화벌이를 차단했습니다.

그 결과 북한의 중국 무역 의존도는 95.8%로 올라갔습니다.

세 번째는 2020년 1월 있었던 북중 국경 봉쇄였습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단둥-신의주를 비롯한 10여개의 북중 통로를 모두 막았습니다.

또 그 해 5월 북한 내부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북한은 북중 무역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그 결과 북중 무역은 전년도 보다 74% 감소한 7억7천만 달러로 감소했습니다.

중국은 무역 외에 북한 경제의 생명줄인 원유도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에 북한에 공급한 원유 내용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하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북한과 중국 업자들이 동중국해에서 원유를 불법 환적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북한 수뇌부는 국경을 봉쇄하고 몇 가지 경제 분야에 대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그 해 10월을 기해 달러 당 8천원이었던 환율을 6천원으로 조정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외화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평양의 거물 환전상을 처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은 2021년 1월 과거의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경제발전 계획을 내놨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북중 화물열차가 재개됐고, 이어 12월부터는 장마당에서 상인들의 양곡 판매를 금지하고 정부 당국이 운영하는 ‘양곡판매소’를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화물열차 재개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치가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 당국은 달러 당 8천원이었던 환율을 6천원으로 조정했지만 환율은 다시 8천원대로 돌아갔습니다.

일본의 북한전문 매체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8월4일 현재 환율은 8천300원입니다.

쌀과 옥수수(강냉이) 가격을 잡기 위해 설치한 양곡판매소 역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년 전 kg당 4천원대였던 쌀값은 현재 5천900원입니다. 그나마 쌀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쌀을 수입했기 때문이지 양곡판매소 때문이 아닙니다.

한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은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발전5개년 계획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현재 5개년 계획을 추진 중인데, 목표가 자력갱생입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에서 자력갱생에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성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북한의 계속되는 경제난은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경제성장율 추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3.5%, 2018년 -4.1%를 기록했던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국경이 봉쇄된 2020년에는 -4.5%, 2021년 -0.1%, 2022년 -0.2%로 3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중화학공업의 침체가 심합니다.

철강과 비료, 정유를 생산하는 중화학공업은 2021년에 -3.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4.6%를 기록했습니다.

김책제철소같은 중공업 설비가 돌아가려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코크스 등 원부자재가 공급돼야 합니다.

그러나 제재로 인해 공장에 필요한 부품과 자재가 충분치 않다고 임을출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국경을 봉쇄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왔던 소재, 원부자재 수입이 중단되면서 중화학공업 성장에 영향을 준 것같습니다.”

긍정적인 요인은 북중 화물열차가 지난해 9월 재개된 겁니다.

북중 화물열차 재개로 꽉막혔던 북중 교역에는 숨통이 트였습니다.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은 15억9천만 달러로 전년도 (7억1천만 달러)보다 122%나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 북중 무역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1월부터 6월까지 북중 무역은 10억5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9% 증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 경제가 되살아 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합니다.
메릴랜드대 브라운 교수는 북중 무역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국경 봉쇄 이전인 2019년(32억 달러)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Even increase this year still far below what it was three years ago.”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 조금씩 다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임을출 교수는 국제사회의 계속되는 제재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북한경제가 그런대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계속되는 제재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정상적인 경제체제는 아니고, 만성적인 경제 위기에 적응이 된 것이고, 생존경제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요.”

동용승 사무총장은 경제가 살아나려면 북한 수뇌부의 국정 목표와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동용승 사무총장] ”북한 정권이 민생과 경제를 생각한다면 지금 같이 해서는 안되는 것이죠. 북한 정권이 무엇을 우선시하는지가 드러난 상황이니까, 주민들이 어려움을 떠안고 가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죠.”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8년째, 그리고 북중 국경 봉쇄가 3년째 계속되면서 경제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고 외화난과 물자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떻게 경제난을 헤쳐나갈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