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미국과 북한 간 대화와 협상이 장기간 단절된 가운데 미군 병사 트레비스 킹 이병이 지난 18일 판문점을 통해 월북하는 돌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북 간 송환 협상이 이뤄질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은 미군 병사 트레비스 킹 이병이 월북한 지 13일이 지난 31일 현재까지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사건 직후 미군 당국은 유엔군사령부와 북한 군 판문점대표부 간 직통전화를 통해 킹 이병의 소재와 안위를 문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군 측의 문의에 “접수했다” 는 것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24일 밝혔습니다.
[녹취: 밀러 대변인] “On the UN side, my understanding is that the North Koreans acknowledged they received the message.”
전문가들은 북한으로서는 반응을 자제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선 이번 월북 사건은 북한이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북한 관계는 대화가 장기간 단절된 가운데 군사적 긴장이 상당히 고조된 상황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18일 서울에서 1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었고, 이 무렵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에 이어 아나폴리스함이 한국에 기항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해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한 데 이어 22일 순항미사일, 그리고 24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무력시위에 강하게 반발하며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미군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으로서는 사건을 파악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은 내부적으로 비공개로 하면서 입장 정리, 조사를 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현재 북한 당국은 킹 이병을 평양으로 압송해 국가안전보위부 등의 주도로 월북 동기와 배경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킹 이병의 안위를 확인하고 신병을 돌려받는 것입니다.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그의 안전과 안위를 걱정하고 있고, 그가 가능한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킹 이병 사건에 쉽게 반응을 보이거나 송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자기들의 입지나 협상의 지렛대를 높이려면 미국을 최대한 초조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킹 이병 사건 처리와 관련해3-4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거짓 진술을 강요해 미국을 비난하고,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해 종신형 등 중형을 선고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평양 관광을 하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체포한 뒤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적용해 미국을 압박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웜비어와 킹 이병은 다르다고 한반도 전문가인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국장은 말합니다.
웜비어의 경우 북한 당국이 억지로 간첩 혐의를 씌워 구속했지만 킹 이병은 백주에 자진해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은 만큼 간첩으로 몰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How North Koreas explain this guy runs in their country?
또 다른 선택지는 킹 이병을 망명자로 받아들여 평양에 살게 하는 겁니다.
북한은 지난 1962년 월북한 미군 병사 래리 앱셔 일병, 제임스 드레스녹 일병, 1965년에 월북한 제리 패리시 상병과 찰스 젠킨스 병장 등 미군 병사 5-6명을 감시 하에 평양에 살게 한 적이 있습니다.
1990년대 미 국무부에서 북한담당관을 지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는 킹 이병이 북한에 남겠다고 할 경우 북한 당국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퀴노네스 박사] ”We didn’t invite him, we don’t need him, but if he want stay we’ll welcome him, so I think that will determine situation.”
북한이 킹 이병을 초청한 것도, 그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킹 이병이 북한에 남기를 희망한다면 북한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오래 관찰해 온 고스 국장은 북한과 미국이 킹 이병 문제를 둘러싸고 물밑 접촉을 가질 공산이 있다고 말합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킹 이병은 말단 병사로 정보 가치가 크지 않습니다. 또 이번 사건을 활용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를 외교적으로 압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미국으로부터 식량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등을 받는 조건으로 킹 이병을 송환하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고스 국장은 말합니다.
고스 국장은 그러나 미북 양측이 공식 채널을 통해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비공식 채널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국장] ”They try to do quietly, and ask some sort of maintenance fee, want reimburse.”
과거 판문점에서 북한과 군사 실무회담에 나섰던 문성묵 센터장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이 적당한 수준에서 미국과 타협을 하면서 생색도 내면서 얻을 건 얻고 뭐 그런 선에서 입장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킹 이병 월북 문제를 계기로 본격적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구체적인 설명은 없이, 북한이 미국과 협상에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대사 ] ”Good reason to come back to negotiation with US, dialogue with US, I think that is very positive…”
그러면서, 만일 미국과 북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마주앉아 킹 이병 송환 문제와 핵과 미사일 문제를 논의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송환을 위한 접촉은 몰라도 미북 간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별 관심이 없다며, 접촉이 시작되더라도 경색된 미북 관계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m pessimistic because Kim Jong Un doesn’t seem to be interested in resuming negotiations with the US.”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북 간 본격적인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킹 이병 월북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 또 그것이 미북 관계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