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구매 중고 선박 대부분 중소형급...올해 22번째 선박 구매 확인

최근까지 중국 선적이었던 롱씬 12호가 5일 북한 깃발을 달고 운항 중인 모습.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자신을 북한 선적의 양각도01호라고 밝혔다. 자료=MarineTraffic

최근 북한이 구매한 중국 중고 선박 20여척은 대부분 특정 시기에 건조된 중소형급 선박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최근 올해 22번째 선박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의 지난 5일 자 지도에 북한 깃발을 단 화물선의 이동 장면이 보입니다.

북한 해역을 출항한 이 화물선은 중국 산둥성 동해상, 즉 한반도 서해상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 잠깐 위치 신호가 잡힌 것입니다.

이 선박은 얼마 전까지 중국 선적의 롱씬 12호였지만, 이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통해 외부로 발신된 정보에 따르면 선박의 이름은 양각도01호, 선적은 북한입니다.

중국 선박이 또다시 북한 선박이 돼 나타난 것입니다.

앞서 VOA는 올해만 모두 21척의 중국 중고 선박이 북한에 매각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1척이 더해지면서 새롭게 북한 깃발을 단 선박은 모두 22척이 됐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따라서 롱씬12호가 양각도01호가 됐다는 건 안보리 결의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올해 북한이 구매한 선박의 면면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이들이 사실상 모두 중국 중고 선박이었다는 점 외에도 선박의 크기와 연식 등에서 유사점이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22척의 선박은 3척 정도를 제외하고 대부분 무게가 총톤수(GT)를 기준으론 2~4천t, 재화중량톤수(DWT)는 4~6천t으로 나타났습니다.

재화중량톤수는 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중량을 의미하는데, 선박의 수가 많지 않은 북한 입장에선 중량톤수 4~6천t은 중소형이지만 10만t이 넘는 선박을 운용하는 다른 국가들에선 1만t 이하 선박은 소형으로 분류됩니다.

또 올해 북한이 구매한 선박 대부분이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건조됐다는 점도 주요 특징입니다.

건조된 지 13~18년이 지난만큼 곧 노후 선박으로 분류돼야 하지만 얼마 전까지 1970년대에 건조된 선박을 운영했던 북한으로선 비교적 신식 선박을 구매한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새 북한 선박 양각도01호도 선박의 중량톤수는 4천82t이었고, 건조연도는 2008년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해군 대령 출신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구매한 선박에서 공통점이 발견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선박이 북한과 중국 사이 짧은 항로를 단 시간 내 여러 번 다닐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I would say that these vessels are primarily intended to do carry cargo between China and North Korea across the Yellow Sea, because these are very short voyages of, you know, a minimum of one day to maybe three days before, after a quick turnaround, they can be back in North Korea another two days. So it's a quick turnaround for these small vessels and obviously smaller vessels are easier to operate and cheaper. So, this clearly suits North Korea's needs to do trade across the Yellow Sea using these relatively smaller vessels.”

와츠 전 위원은 “이 선박들은 주로 ‘황해(Yellow Sea)’에서 중국과 북한 사이를 오가며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이 항로가 하루에서 사흘 거리 혹은 (중국으로 출항해) 북한으로 되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이틀일 만큼 매우 짧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작은 선박은 운용이 쉽고 또 운영 비용도 저렴하다”며 “상대적으로 작은 선박을 이용해 ‘황해(Yellow Sea)’를 운항해야 하는 북한의 필요에 매우 적합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북한이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에 건조된 선박을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데 대해선 그 시기에 많은 선박이 건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와츠 전 위원] “During the period of time where the world trade, the world economy was doing very well, this is prior to 2011, companies were ordering a lot of vessels to replace the older vessels. But then what came after that was an economic slump, so many companies that were owning vessels or had vessels on order had to get rid of vessels because it wasn't economical to hold on to them. So what happened was a lot of a lot of this has become available on the market relatively cheap, as we've seen from these acquisitions of vessels that are formerly Chinese owned and or relatively small.”

“세계 무역과 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2011년 이전에는 기업들이 노후 선박을 대체하기 위해 많은 선박을 주문했지만, 이후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선박을 소유하거나 선박을 주문한 기업들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처분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과거 중국 소유이거나 상대적으로 작은 선박을 인수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선박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물로 나온 것”이라고 와츠 전 위원은 덧붙였습니다.

와츠 전 위원은 북한의 불법 구매가 특정 시기, 특정 크기의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들을 판매하거나 중개하는 업자들이 각별히 더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앞서 선박 전문가인 한국 우창해운의 이동근 대표도 최근 북한의 선박 구매가 급증한 데 대해 북한이 노후화된 1만t급 이하 중소형 선박을 그나마 덜 노후화된 중고 선박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선박이 오래되면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며 1만t급 이하 선박 거래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건조된 지 40년이 넘은 선박을 운용해 왔지만 최근 이들 선박의 포착 횟수는 크게 줄었습니다.

대신 북한이 구매한 선박 중 일부는 이미 운항에 투입돼 중국 항구 등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