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내달 개회…‘미한일 공조 증대’ ‘북한인권법 연장’ 등 처리 주목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미 의원들이 장기 여름 휴회를 마치고 다음 달 초 의정 활동을 재개합니다. 상원과 하원에 계류 중인 한반도 외교안보 관련 안건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조은 기자입니다.

미 상원과 하원이 약 한 달간의 여름 휴회를 마치고 다음 달 5일과 12일 각각 개회합니다.

의회 업무가 재개되면 새 회계연도 세출법안과 예산안 등 처리가 시급한 사안이 많습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의회에서는 내부 정치 분열 여파로 인해 대부분 안건의 처리 속도가 매우 떨어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관련 재판 상황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면서 의회 내 민주당과 공화당 간 정치 공세는 더욱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회하는 의회가 한반도 외교안보와 관련해 일부 안건에 대해서라도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현재 상원과 하원에 계류 중인 한반도 관련 법안과 결의안은 총 13건으로, 대부분 당파적 이견이 없는 초당적 안건들입니다.

상하원의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과 일본인 납북자 송환을 촉구하는 상하원 결의안, 북한에 나포된 미 해군 함정인 푸에블로호 반환 촉구 하원 결의안 등입니다.

이중 의회의 통과가 상대적으로 시급한 안건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입니다.

지난해 9월 만료된 북한인권법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를 승인하는 의회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영 김 하원의원이 각각 주도하는 이 법안은 여름 휴회 직전인 지난 7월 상원에서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포함하는 방안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 외에도 ‘일본인 납북자 송환 촉구’ 상하원 결의안과 ‘미북 이산가족 상봉 촉구’ 하원 결의안 등 의회 내 이견이 없는 북한 인권 관련 안건들이 여러 건 계류 중입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이 최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정상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 강화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의회 내 입법이 이뤄질지도 주목됩니다.

미한일 협력 관련 안건이 포함될 수 있는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최종안에 대한 상하원 조율 합의가 이번 개회와 동시에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상원을 통과한 국방수권법안에는 구체적으로 ‘미한일 군 당국 간 관여 증대 계획’을 의회에 보고하라는 조항이, 하원을 통과한 법안에는 ‘미한일 방위 공조 증대 방안’에 대한 의회 브리핑을 실시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상황입니다.

의회 내에서 미한일 3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는 초당적입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북한의 점증하는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한일 공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입니다.

외교위와 군사위 소속의 민주당 중진인 진 샤힌 상원의원은 최근 사회연결망 서비스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미한일 정상회의와 관련해 “우리가 전 세계에서 목격하고 있는 중국의 점증하는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며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우리의 강화된 파트너십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세 나라 간 협력 증대를 구체화하고 실제 상황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 마이클 매콜 의원은 최근 미한일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다개년 3국 훈련 계획 수립과 미사일 조기경보 데이터 공유 강화 등의 합의를 환영하며 “이런 공조가 단순한 평시 합의가 아니라 잠재적인 역내 충돌이나 우발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3국 협력에 대한 의회 내 견해는 초당적이기 때문에 상하원 국방수권법안에 각각 담긴 관련 조항은 거의 그대로 최종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상하원의 국방수권법안은 미한일 3국 정상회의 전에 작성돼 통과됐기 때문에 개회 후 상하원 조율 과정에서3국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의회 내 인식을 담은 문구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과 관련한 의회 내 움직임도 주목됩니다.

최근 들어서 의회에서는 북한 정부가 지원하는 불법 사이버 행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하원에서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실태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청문회가 북한 문제를 특정한 의회 청문회로서는 처음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또한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중진 상원의원 3명은 최근 재무부에 서한을 보내 특히 북한의 암호화폐 사용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와 관련해 행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계획을 의회에 공개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워런 의원은 최근 미 사이버사령관 지명자가 출석한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도 “북한은 수십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훔쳐서 중국의 돈세탁 네트워크를 통해 그 돈을 핵 프로그램에 쏟아붓는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워런 의원] “North Korea steals billions of dollars worth of crypto and uses Chinese money laundering networks and pours that money into its nuclear programs.”

한편 하원의 ‘한반도 평화 법안’은 대북 지원 단체와 민주당 내 일각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한 데다가 민주당 주류의 관심도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 의회 통과는 올해도 어려워 보입니다.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지난해에 이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한국전 종전선언과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하원 통과의 첫 관문인 외교위원회 인도태평양 담당 소위원회의 영 김 위원장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선결되기 전까지 종전선언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 평화 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