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다음주 각국 정상 연설…북∙러 협력 비판 메시지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했다.

제78차 유엔총회에서 주요국 정상들이 북한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국제적 관심 사안으로 떠오른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도 관심사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총회의 하이라이트로 불리는 각국 정상들의 연설인 ‘일반토의’가 오는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정상들은 일반토의 연설에서 안보를 비롯해 전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시해 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관례에 따라 첫날인 19일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일반토의 연설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이어 2022년에는 국제 비확산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며 러시아, 중국, 이란과 함께 북한을 짧게 거론했습니다.

[녹취: 바이든 대통령] “Despite our efforts to begin serious and sustained diplomacy,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continues to blatantly violate U.N. sanctions.”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는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유엔 결의를 노골적으로 계속 위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북한에 대한 미국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는데, 올해는 조금 더 구체적인 대북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특히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실제로 무기 거래 조짐을 보인 만큼 이에 대한 비판이나 공개 경고가 나올지도 관심사입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 군사적 긴장감이 높았던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하고 북한에 대한 ‘완전한 파괴’를 언급하는 등 북한에 강도 높은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유엔 무대를 활용했습니다.

올해는 196개 나라가 연설을 예고했으며 이중 미국을 비롯한 98개 나라는 정상급 인사가 직접 연설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연설 둘째 날인 20일 라트비아에 이어 이날 오전 18번째로 연단에 오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유엔총회 연설이었던 지난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인권 문제를 거론했지만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같은 기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러시아와의 협력 등 최근 북한의 군사 행보를 비판할지 주목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7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연설은 셋째 날인 21일 오후로 예정됐습니다.

지난해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상호 관심사에 관한 대화에 준비돼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날 것이고, 헌신적으로 행동할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기시다 총리] (일본어)

올해 일반토의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해 연설합니다.

일반토의 첫날인 19일 오전 12번째 연설자로 나서게 될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 문제를 언급할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대사급 인사의 연설을 예고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예년과 마찬가지로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연설자로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각국 정상과 부통령, 총리, 외무장관, 대사 순으로 연설을 진행하는 관례에 따라 북한의 연설은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 26일로 일정이 잡혔습니다. 순서상으론 끝에서 4번째입니다.

북한은 2015년 리수용 전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자로 나서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리용호 전 외무상이 뉴욕 유엔본부를 찾아 연설했지만 2019년부터는 김성 대사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만약 최선희 외무상이 올해 연설에 나선다면 유엔은 일반토의 국가 목록에 북한의 연설자를 지금의 대사급(CD) 대신 장관(M)급으로 표기했어야 합니다.

북한의 우호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각각 21일과 23일에 연설합니다.

당초 총리(DPM)급 인사를 연설자로 예고한 중국은 최근 연설자를 부통령(VP)으로 교체해 유엔에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한정 국가 부주석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한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장관급 인사가 연설자로 나서는데, 이에 따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연단에 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로 78년째 열리는 유엔총회는 지난 5일 공식 개막했습니다. 하지만 통상 각국 정상이 연설하는 일반토의를 시작으로 각국은 전 세계 여러 사안에 대한 본격적인 토의에 돌입합니다.

유엔총회는 매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군사와 경제, 인권,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각국 대표들이 토의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북한 문제는 올해도 핵을 포함해 군사 문제를 다루는 제1위원회와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에서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1위원회와 3위원회는 매년 북한을 규탄하는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권을 다루는 3위원회는 지난 2016년부터 표결 없는 합의 방식으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북한의 인도적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인권 개선 노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총회 개막을 앞두고 최근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으며 일부는 국제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