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군파 테러 피해자 “북한 ‘엑스’ 계정에 피소 사실 고지”

지난 1972년 7월 이스라엘에서 텔아비브 로드 공항 테러 사건 용의자인 일본 적군파 대원 오카모토 코조(가운데)의 재판이 열렸다.

뉴욕에 주재하는 북한 외교관들에게 소장을 전달하지 못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이 이번엔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방법이 공식 소장 전달 방식으로 인정될 경우 다른 대북 소송 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소송 사실을 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의 변호인은 22일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제출한 요청서에서 최근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로 보낸 대북 소장이 반송된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앞서 재판부가 허가한 엑스를 통한 고지 방식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평양의 북한 외교 당국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피해자 측은 지난달 30일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등에 소장을 대신 송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해 이를 승인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우편물마저도 북한대표부에 전달되지 못한 채 반송 처리되자 엑스를 통한 방식을 시도하겠다고 재판부에 알린 것입니다.

피해자 측은 지난달 북한대표부에 우편물을 보내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북한 정권이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에 피소 사실을 통지하고, 동시에 미국 뉴욕타임스 신문 광고를 통해 소송 내용을 공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엑스(구 트위터) 계정.

그러자 재판부는 우선 북한대표부에 소장 전달을 시도하고, 실패할 경우 엑스를 통해서만 소송 내용을 알릴 것을 명령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조만간 피해자의 엑스 계정을 통한 소송 고지 절차를 허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엑스 메시지 전송은 간단한 작업인 만큼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부가 엑스를 통한 소장 전달을 최종 소송 고지 방식으로 인정한다면, 다른 대북 소송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납북 사망자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은 지난 2020년 미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한 소장을 각각 제출했지만, 소장은 여전히 북한 측에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6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1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는데, 역시 소장 송달에 실패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엑스를 통한 고지 방식이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이들도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됩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소장을 공식 접수한 것으로 확인되면 미 법원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통해 북한에 배상 책임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