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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북한 소송 난항…“소장 송달 방법 모색 중”


지난 2019년 북한 외무성이 오토 웜비어 소송에 대한 미국 법원 판결문을 반송하면서 사용한 DHL 봉투. 주소는 '조선민민민주주의공화국 평양시 중구역 중성동 외무성(Ministry of Foreign Affairs, Jungsongdong, Central District, Pyongyang, PRK)', 담당자는 '박(Pak)'으로 적었다.
지난 2019년 북한 외무성이 오토 웜비어 소송에 대한 미국 법원 판결문을 반송하면서 사용한 DHL 봉투. 주소는 '조선민민민주주의공화국 평양시 중구역 중성동 외무성(Ministry of Foreign Affairs, Jungsongdong, Central District, Pyongyang, PRK)', 담당자는 '박(Pak)'으로 적었다.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이 북한에 소장을 보낼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외교적 경로’를 이용한 대북 소장 전달 요청을 거절한 국무부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상대로 4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등은 아직도 북한에 소장을 보낼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의 변호인은 23일 재판부에 제출한 ‘현황 보고서’에서 “원고 측은 외교적 경로를 통한 소장 전달 역량의 변화에 대해 국무부에 계속 업데이트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원고는 대체 송달 방안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그리고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피해자 측은 지난해 7월 소장 원문과 한글 번역본, 소환장 등을 담은 우편물을 평양으로 발송했지만 이 우편물은 미국을 떠나지도 못한 채 워싱턴 DC 연방법원으로 반송됐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측은 지난해 8월 국무부에 소장 전달을 공식 요청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혹은 뉴욕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에 국무부가 소장을 건네 달라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국무부는 약 7개월 만인 지난 2월 ‘미국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한 사법 문건 전달을 포함해 북한에 정상적인 영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요청을 반려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 피해자 측은 국무부의 입장 변화를 기다리는 한편 동시에 다른 소장 송달 방안을 찾고 있다고 법원에 알린 것입니다.

미 연방법원은 최초 소송 제기일 120일 이내에 피고에게 소장을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소송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원고가 ‘현황 보고서’를 제출하며 소장이 전달되지 못한 사유를 설명할 경우, 재판부가 소장 전달 시한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 우체국을 통해 보낸 우편물도 최근 반송된 사례가 있어 소장을 포함한 우편물을 북한에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여기에 국무부를 통한 소장 송달 방안까지 막히면서 북한에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들이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주목됩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소장을 공식 접수한 것으로 확인되면 미 법원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통해 북한에 배상 책임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장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원고는 공식 재판 절차에 돌입할 수 없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소장 송달 방법을 고심하는 대북 소송인은 적군파 테러 피해자 외에도 더 있습니다.

앞서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북한에 납북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은 각각 지난 2020년 미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한 소장을 제출했지만 여전히 소장은 북한 측에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또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6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1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는데, 마찬가지로 소장 송달에 실패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이미 지난 2021년 북한 정권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23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또 다른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의 경우 아직까지 북한에 최종 판결문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한에 최종 판결문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돼야만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피해기금(USVSST Fund)’을 신청할 수 있으며, 미국 정부에 의해 압류된 북한 자산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배상금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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