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적자가 스웨덴의 한 연구소에서 3년째 근무하며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노동자 송출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데, 스웨덴 정부는 유엔 안보리의 문제 제기에도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적자가 스웨덴의 한 의학 연구소에 근무하며 외화를 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가 된 북한 국적자는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출신의 A씨입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국제기구 관계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스웨덴의 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20년부터 스웨덴 스톡홀름 소재 B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 중입니다.
실제로 의학저널 등을 소개한 웹사이트 등에는 A씨가 공동으로 작성한 여러 논문이 게시돼 있는데, 논문에는 A씨가 B 연구소 소속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앞서의 소식통은 최근 VOA에 A씨가 B연구소로부터 3천 달러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B 연구소가 A씨의 북한 국적을 인지하고 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A씨가 졸업한 스웨덴 대학의 한 연구소 웹사이트에는 A씨의 사진 아래 박사후연구원(포닥), 연구원, 박사과정을 밟았다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아울러 A씨가 2015년 석사 논문을 마친 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박사 과정을 거쳤다고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2015년 이전 스웨덴으로 유학을 떠난 A씨가 2019년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이듬해인 2020년 현재의 연구소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국적자가 해외 기관에 취업해 월급을 수령하는 건 유엔 안보리의 북한 해외 노동자 관련 규정에 대한 위반입니다.
안보리는 지난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2년 뒤인 2019년 12월까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2020년부터 이 연구소에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진 A씨와 A씨를 고용한 연구소는 물론 스웨덴 정부까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각국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을 감시하는 전문가패널도 앞서 올해 초 발행한 연례보고서에서 A씨 문제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북한 연구원이 스웨덴의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스웨덴의 다른 연구 기관에 고용된 사실이 드러났다”며 2020년 4월부터 실험실 기술자로, 2021년 8월부턴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고용돼 매달 3만4천 스웨덴 크로나, 미화로 약 3천281달러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 8항의 해외 노동자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나온 지 약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문제의 연구원은 계속 스웨덴에 머물고 있고, 여전히 월급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입니다.
소식통은 현재 스웨덴 정부가 A씨와 관련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스웨덴 외무부는 해당 제재 위반 사례에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VOA의 이메일 질의에 “스웨덴에서는 관련 주무 부처가 각자의 소관 내에서 제재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외무부는 개별 사례나 보고된 특정 정보 사항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스웨덴 외무부] “In Sweden, relevant competent authorities are responsible for the implementation of sanctions within their respective remit. The Ministry for Foreign Affairs cannot comment on individual cases or on specific items of information reported.”
유학생 출신인 북한 국적자가 스웨덴에서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과거 스웨덴 대학교를 거친 북한 유학생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앞서 평양과학기술대학 김진경 초대 총장은 2015년 VOA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웁살라대학에 유학했던 5명의 평양과기대 학생들이 1년 만에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과기대 졸업식에 참석한 뒤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다시 스웨덴으로 출국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박찬모 평양과기대 명예총장도 2016년 VOA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웁살라 대학에 재학 중인 5명을 포함해 중국 농학과학연구원, 브라질 상파울로 대학 등 3개 대학에 총 10명의 북한 학생이 유학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