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와 유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에 피소 사실을 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소장 전달에 난항을 겪던 대북 소송인들이 본격적인 소송 전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들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소송 내용을 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미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26일 발표한 결정문에서 “다른 모든 소송 송달 방법이 실패했고, 미국이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해 원고(피해자 측)는 피고에게 공표(publication)를 통한 송달을 허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선 공표 방식의 송달은 의심의 여지 없이 허용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피소 내용을 고지 받은 것이 공식 확인되면 피해자 측은 원고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한 ‘궐석 판결’을 재판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통상 재판부는 궐석 판결을 통해 북한에 배상 책임을 명령합니다.
앞서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본 적군파 테러 피해자 측은 북한 외교 당국에 대한 소장 전달에 잇달아 실패하자 지난 22일 재판부에 북한 정권이 사용하는 ‘우리민족끼리’의 엑스 계정에 피소 사실을 통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이 일으킨 테러 사건으로 사망한 카르멘 크레스포-마티네즈 등의 상속인, 부상자와 가족 등 131명은 지난해 5월 30일 북한 정권을 상대로 약 40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적군파 요원 3명은 지난 1972년 5월 이스라엘 텔아비브 로드 공항 구내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자동소총을 난사해 26명을 숨지게 하고 80여 명을 다치게 했습니다.
북한은 적군파의 테러 모의를 돕고 일부 테러범들을 훈련하는 등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이번 소송의 피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재판부가 엑스를 통한 소장 전달을 허가한 만큼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다른 미국인들도 같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북한 억류 피해자 케네스 배 씨와 납북 사망자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부인 등 유족은 지난 2020년 미 연방법원에 북한을 겨냥한 소장을 각각 제출했지만, 소장은 여전히 북한 측에 전달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유족, 가족 등 116명은 1968년 푸에블로호 나포 당시 북한 정권으로부터 납치와 고문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1월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제소했는데, 역시 소장 송달에 실패했습니다.
과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미국인 등은 소송 제기 후 국제 우편 서비스인 ‘DHL’을 통해 소장과 판결문 등을 북한 외무성으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DHL’이 2020년부터 유엔이 아니거나 외교 목적이 아닌 우편물에 대한 북한 내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대북 소송인 등은 북한에 소장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미국 연방법은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외국주권면제법(FSIA)’을 근거로 북한과 같은 ‘테러지원국’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